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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타협, 성공인가? 실패인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9월21일 19시4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51분

작성자

  • 금재호
  •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메타정보

  • 30

본문

노사정 대타협, 성공인가? 실패인가?

 

 

 

1. 마침내 이루어진 노사정 대타협

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중요성

지난 9월 15일 오랜 진통 끝에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협의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노사정 대표들은 무려 15쪽에 이르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 – 사회적 대타협’을 상기된 표정으로 발표하였다. 

한국은 대내외적 환경이 점점 악화되어가는 와중에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청년, 중장년층 등 취약계층의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OECD 국가에서 가장 장시간 일하고 있지만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많은 근로자들이 생계에 필요한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전후로 악화되기 시작한 소득불평등도 아직 해소되고 있지 못하다. 특히 60세 정년연장법이 내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청년실업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여 고용률을 높이고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회복하기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꼭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노사정 대타협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었다.

 

나.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주요 과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에서 그 동안 많은 의제가 논의되어 왔지만 그 핵심 과제들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통상임금 제도의 명확화, ▲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제도의 정비, ▲정년연장의 연착륙을 위한 임금제도의 개선 등 소위 3대 현안이다.

두 번째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차별시정 제도의 개선, ▲최저임금제도의 개편, ▲원․하청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등의 과제이다.

세 번째는 노동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간제 사용기간의 연장 및 파견근로의 확대, ▲저성과자 해고 등 일반 해고에 대한 요건 명료화 및 요건 완화, ▲취업규칙 상 불이익 변경 요건의 완화 등이다. 

 

이러한 이슈들 중 노동계가 심각하게 반대하고 이전 노사정대타협의 결렬 원인이 되었던 개혁 이슈는 다음의 5대 불가 사항이었다.

①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대상 업무의 확대

  (※ 정부는 35세 이상의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희망할 경우 기간제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제안하였으며, 파견과 관련되어서도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관리 및 전문직의 경우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 및 절대금지 업무를 제외하고는 파견의 전면적 허용을 주장하였다.)

② 연장근로의 한도 확대 –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단계적 시행 및 특별 추가 연장

   (※1주일에 허용되는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었으나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휴일 연장근로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주당 최대 68시간까지 근로가 허용되었었다. 하지만 휴일 연장근로도 주당 최대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한국노총은 즉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할 것을 주장하는 반면, 정부와 경영계는 단계적 적용을 주장하였다.)

③ 임금피크제의 의무화

   (※한국노총은 노사의 자율적 합의에 의한 임금피크제 도입 및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였다._

④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⑤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정부는 저성과자 해고 등 일반적 고용해지의 기준 및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마련과 더불어 임금피크제 도입 등의 근로환경 변화에 따른 근로조건의 합리적 적용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기준 및 절차의 명료화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손쉬운 해고’라고 칭하면서 이를 반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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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사정 대타협의 주요 내용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노사정 및 공익위원들이 진지하게 논의한 결과 위의 5대 불가 사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합의가 이루어졌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소위 5대 불가사항이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대상 업무의 확대

이와 관련되어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추후에 논의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합의문은 기간제․파견근로자 등의 고용안정 및 규제 합리화에 대해 ‘노사정은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하여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 의결 시 반영토록 한다.’라고 하여 추후에 논의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추가 논의과제는 다음과 같다: 기간제의 사용기간 및 갱신횟수, 파견근로 대상 업무, 생명·안전 분야 핵심 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사용제한, 노동조합의 차별신청대리권, 파견과 도급 구분기준의 명확화 방안, 근로소득 상위 10% 근로자에 대한 파견규제 미적용, 퇴직급여 적용문제 등’이라고 하여 논의할 과제를 상세히 명시하고 있다.

 

나. 연장근로의 한도 확대

합의문은 ‘장시간근로 관행 개선과 근로문화 선진화를 위하여 2020년까지 전 산업 근로자의 연평균 실근로시간이 1800시간대로 단축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한다.’라고 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노사정 공동노력을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되 이의 단계적 적용에 합의하였다. 즉, ‘1주일은 7일로 하여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고, 주당 근로시간은 52시간(기준근로시간 40시간 +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한다.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은 법 개정 후 1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시작 하여 기업규모를 기준으로 하여 1년씩 4단계에 걸쳐 시행한다.’라고 하여 연장 근로시간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다. 

연장근로의 확대에 대한 합의는 산업현장에서 노사갈등을 완화하고 생산 활동의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는 지난 번 노사정 대타협의 결렬 이전에도 이미 노사정 간 공감대가 형성된 과제의 하나이었을 뿐만이 아니라 이것이 일자리 창출 및 근로자간 소득격차 해소에 얼마의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다. 임금피크제 의무화

임금피크제와 관련되어 합의문은 ‘노사는 정년연장 안착 및 점진적 퇴직 준비와 청년 신규채용 확대를 위하여 사업장 여건에 맞추어 임금․근로시간․근로일수 등의 조정을 추진한다.’라고 하여 임금피크제의 확산에 대해 원론적으로 합의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임금피크제에 반드시 동의하여야 한다는 강제력이 없을 뿐만이 아니라 내용도 과거 합의문(예, 임금체계 개선 관련 합의문, 2008. 5. 8)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다. (※합의문에서는 ‘기존의 고용안정을 위한 임금체계개선 관련 합의문(2008.5.8.)과 같이 임금피크제 등 임금체계 개편이 고용친화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연구․교육, 모델개발․확산 및 단체협약․취업규칙 개정에 적극 협력하고, 정부의 선도적 역할을 강화한다.’라고 하고 있다.)

 

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되어서도 합의문은 명확한 답변을 주고 있지 못하다. 합의문은 ‘노사는 장년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세대 간 상생고용 체제 구축을 위하여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기로 한다. 임금체계 개편방향은 직무, 숙련 등을 기준으로 하여 노사 자율로 추진한다.’라고 하여 임금체계 개편 대한 원론적 합의 수준에 멈추고 있다. 즉, 노사정이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 내용이 없다. 정년연장 및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있어 기업은 노동조합의 의사와 상관없이 임금 및 직무체계 개편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원론적 합의는 개별 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 및 임금체계 개편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마.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일반해고와 관련되어서는 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 명확화에서 ‘노사정은 인력운영 과정에서의 근로관행 개선을 위하여 노사 및 관련 전문가의 참여하에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제도개선 시까지의 분쟁예방과 오남용 방지를 위하여 노사정은 공정한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라고 합의문은 정리되어 있다. 

또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서도 합의문은 ‘노사정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한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이를 준수한다.’라고 하여 일반해고와 마찬가지로 추후에 논의할 과제로 정리하고 있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 형식적으로 추후 논의 과제로 돌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안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있다. 즉, 한국노총은 이 이슈들이 합의문에 포함되는 것조차 반대하였지만 합의문은 정부가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마련과 더불어 향후 법제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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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평가와 향후 과제

이 번 노사정 대타협에 대한 반응은 매우 성공적이라는 평가에서부터 실효성이 거의 없는 형식적 문서에 불과하며 노사정위원회가 불필요하다는 무용론까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동안 핵심 의제이었던 5대 불가사항에 대해 원론적 합의가 이루어졌을 뿐만이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구체적 방안까지도 합의되었다. 비록 많은 관측자들이 노사정 합의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해결을 지연시킨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하지만 노사정위원회의 성격과 한국노총의 위치를 감안할 때, 더 이상의 노조 양보를 기대하기는 사실 상 불가능하다.

노사정 대타협으로 이제 공은 정치권과 정부로 옮겨졌다. 노사정 대타협에 나타난 정신과 내용을 구체화시키는 것은 노사정위원회가 아니라 국회와 정부이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 방안을 정부가 마련하고 국회 논의를 통해 이를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문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합의문에 나타난 것처럼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심층적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노사정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구체적 개혁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과거 많은 노사정 합의가 합의 그 자체로 머물렀다. 노사정 대타협이 모두 실천되더라도 한국의 노동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이에 노사정 위원회에서 논의한 노동시장 개혁주제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완결이 아니라 초석을 놓은 것이며 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실천이다.’라는 합의문의 전문과 같이 노사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신속하고 확실한 행동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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