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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새 정권, ‘담대한 개혁’ 플랜을 두고 좌파와 결전 시작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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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2월05일 13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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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아르헨티나에 작년 12월 10일 극우 자유주의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Javier Gerardo Milei) 대통령이 취임했다.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것은 1946년 군 출신인 후앙 페론(Juan Peron)이 집권한 이래 가장 큰 정치 변화로 알려진다. 직전 페르난데스(Alberto Fernández) 대통령까지 ‘페론’ 계열의 정권이 집권했던 기간도 길다. 밀레이 정권은 정통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신진 정치 그룹을 모태로 탄생했다. 그런 밀레이 대통령이 드디어, 자신의 핵심 공약인 ‘획기적 재정 감축’ 안을 내놓자 이에 반발하는 노조 등 좌파 저항 세력들과 일대 결전이 벌어진 것이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 달 노동 단체들이 총파업을 벌여,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지에서 은행, 교통망 등 일부 사회 인프라가 마비되는 사태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번 총파업은 12시간 시한부로 진행됐기 때문에 커다란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좌파 세력은 이번 재정 개혁안은 물가를 상승시키고 실업을 늘릴 것이라며 철저한 저항 운동을 선언하고 있다. 이에 맞서, 밀레이 정권 치안 장관은 “개혁에 저항하는 불법 집회를 기획, 지원, 가담하는 경우, 공권력이 개입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 이라고 공언하고 있어, 앞으로 시위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경우에는 아르헨티나 사회 전체를 걷잡을 수 없이 혼란으로 몰아갈 위험성도 높다. 

 

블룸버그 통신은 과거 정권들이 시도했던 재정 개혁 플랜들이 보조금 삭감으로 아르헨 경제를 더욱 침체에 빠뜨렸고 인플레이션을 가속시켜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리고 실업 급증 사태를 몰고 왔던 사례를 지적하며, 비록 월街 투자자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으나, 밀레이 정권의 재정 개혁 시도가 단시일에 극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신중하게 평가하고 있다. 아래에, 긴박한 아르헨티나 경제, 사회 상황을 전하는 해외 미디어들의 보도 내용을 요약한다.

 

* 참고; 밀레이 정권이 제시한 재정 감축(GDP의 14% 상당) 내역 (Bloomberg)

- GDP의 5% 감축; 중앙 정부의 지방 정부에 대한 이전 지급 삭감

- GDP의 2% 감축; 공공 사업의 민영화에 따른 재정 지출 삭감

- GDP의 5% 감축; 기업 등에 주는 보조금을 극빈층 가계로 전환

- GDP의 1% 감축; 정부 고위 관리들에 주는 은퇴 지원금 삭감

- GDP의 1% 감축; 주 정부가 보유한 부실기업들 매각 혹은 청산 

 

■ 노동자들 시한부 총파업, 공무원 감원 및 국영기업 민영화에 반대 

 

지난 달 24일, 현지시간 정오, 아르헨티나에서 노동 단체들이 주도하는 12시간 총파업이 단행됐다. 현지 미디어들은 이날 파업에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총 120만명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노동총연맹(CGT) 주도로 단행된 이날 파업으로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교통기관 운행 등에 영향이 있었고, 일부 은행 및 식당이 문을 닫는 사례도 있었다. 현지 언론들은 항공편 약 500편도 운항 중지됐다고 전했다. 英 Financial Times는 좌파 세력이 정부가 재정 균형을 위해 새로운 공공사업의 중단, 정부 기구 절반 축소, 지방 정부 보조금 삭감 등을 발표하자 이런 ‘충격 요법(shock therapy)’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좌파 세력은 2023년 12월 발족한 극우 자유주의 신봉자인 밀레이 대통령이 과감한 경제 개혁의 시발점으로 제시한 세출 감축을 위한 ‘공무원 대폭 삭감, 주요 국영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정부 계획에 반대하며 저항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 노동조합 조직은 전임 반미 좌파 페르난데스(Fernández) 정권의 지지 기반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총파업은 전 정권과 대립하는 현 밀레이 정권을 흔들어보려는 노림 수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 정부 치안 담당 장관도 SNS X(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총파업으로 우리를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 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해 12월 10일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금년 말까지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대폭적인 세출 감축안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공공 사업을 중단하고, 정부 부처를 18개에서 9개로 축소하며, 국민들에 대한 연료 및 공공 교통기관 등에 대한 보조금 규모를 대폭 감축하는 등, 담대한 재정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외환시장에서 아르헨 통화 페소화의 대 달러화 공식 환율을 현행 360 페소에서 50% 이상 평가절하해 800 페소 전후로 하는 것 등이다. 

 

이런 일련의 조치에 따라, 지방 정부에 돌아가는 이전 자금이 크게 줄어들고,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율도 17.5%로 인상되는 한편, 전 정권에서 인하했던 개인소득세도 환원된다. 이 밖에도, 공공 건설 사업 안건을 전면 재검토해 입찰을 중단하거나,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안건들 중 일부를 중단하려는 것이다. 밀레이 정권은 이런 조치들을 통해 현재 GDP의 5.2%에 달하는 재정 적자를 신속히 해소하려는 것이다. 아르헨 정부 대변인은 “전임 정부는 치통(齒痛)을 앓고 있는 환자(재정)를 넘겨준 게 아니라 죽기 직전에 있는 중환자를 넘겨준 것” 이라고 비유했다. 

 

■ "경제는 극심한 인플레, 성장 정체, 채무 위기 등으로 엄혹한 현실"

 

아르헨티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살인적으로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이다. 상점들은 이제 매주 상품 가격표를 바꿔 붙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르헨 정부 국가통계국(INDEC)이 지난 달 공식 발표한 2023년 12월 CPI는 전년동월 대비 211.4% 상승했다. 11월의 동 160.9% 상승에서 더욱 가속한 것이고, 11개월 연속 100%를 상회했다. 이런 물가상승률은 1991년 5월에 232.1%를 기록한 이후 32년 7개월만에 최대다. 전월 대비도 25.5% 상승, 11월 12.8%를 대폭 상회했다. 

 

항목별로는 아르헨 국민들의 주식인 육류, 채소, 사탕 등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전임 Fernández 정권 당시에는 정부가 소매점 판매 실태를 파악해서 가격을 통제했으나, 밀레이 정권은 조사를 아예 없애자 판매 가격을 올린 것도 한 요인이다. 이런 물가 급등은 미리 예견됐던 것이다. 현 정부나 경제 전문가들은 밀레이 정권이 전임 좌파 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경제적 재앙을 끊기 위해 만성적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재정을 긴축하면 물가가 급등할 것을 충분히 예상했었다. 

 

여기에, 자국통화 페소貨의 가치를 50% 이상 대폭 절하(환율 상승)하자 수입 물가가 급등한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밀레이 정권은 발족 직후 페소화의 對 美 달러화 공식 환율을 종전 360페소에서 800페소로 고시했으나, 비공식 환율은 1,070페소 전후에 거래되기도 했다. 게다가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으나, 일찌감치 자국통화 페소화를 포기하고 미 달러화를 도입한다는 급진적인 구상도 제시했다. 

 

IMF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현 아르헨 정부 경제팀은 경제를 안정시키고, 보다 지속가능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어, 모든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이익이 될 것” 이라며 밀레이 정권의 개혁 정책을 환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금 IMF와 450억달러에 달하는 채무 상환을 둘러싸고 원리금 상환 일정 재조정 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렇게, 하루 아침에 극좌 정권에서 극우 정권으로 뒤바뀐 아르헨티나 경제 상황은 말 그대로 극심한 혼란 그 자체다. 사실, 밀레이 정권이 대선에서 지지를 받은 배경엔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플레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달라는 절박한 국민들의 염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시장에는 암거래, 판매 기피가 횡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미 경제 대국 아르헨의 경제 실적은 만성적 침체에 빠져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GDP 성장률은 0% 전후를 맴돌고 있고, 무역적자 및 재정적자가 함께 팽창하고 있다. 급기야 대외 채무상환 능력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아르헨은 2001년에 처음 디폴트를 경험한 뒤 모두 9차례 디폴트를 경험해 오고 있다. 

 

■ "급격한 재정 감축으로 당장 곤경은 필지, 좌파 세력은 강력 저항"

 

밀레이 대통령은 작년 12월 취임 이전부터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 성향에 걸맞게 ‘아르헨 경제의 달러화(化)’, ‘중앙은행 폐지’ 등, 과격한 공약을 내걸어 왔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짧은 의원 경력을 거쳐 혜성처럼 나타나 국가 최고 권좌에 오른 밀레이 대통령은 분방한 발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추진할 경제 개혁 조치들로 인해 아르헨티나 경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고, 자신의 자유시장 위주 경제 개혁 정책들이 정착되고 경제가 반전을 이루기 전까지, 국민들은 적어도 6개월 동안은 보다 큰 고통을 감내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해서 역설해 왔다. 

 

밀레이 정권이 추진하는 최우선 개혁 과제는 중앙 정부의 세출을 대폭 삭감하는 문제이나, 이것은 밀레이 후보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공약한 것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IMF가 요구하는 것보다도 훨씬 큰 폭의 재정 규모 삭감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전임 좌파 Fernández 정권 하에서 통화 공급을 무책임하게 늘리면서 재정 지출을 방만하게 확대한 것이 지금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이 3 자리수로 급등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번에 패배한 좌파 후보 Sergio Massa 당시 재무장관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부 지출을 급격히 늘린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 통화 공급량 증가는 Covid-19 사태 기간 중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정부에는 돈이 없고 손을 쓸 다른 대안도 없다(There is no money. there is no possible alternative)”고 강조하며 담대한 구조조정’ 플랜을 제시했다. 현지 미디어(El Pais)는 그가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들 앞에서 이런 재정 개혁 내용을 담아 연설하자 청중들은 한 순간에 조용해졌다고 보도했다. 이런 급진적에 개혁 플랜에 좌경 세력들은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좌파 포퓰리즘 ‘페론주의자(Peronist)’인 Axel Kicillof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지사는 “우리는 철저하게 투쟁할 것이고, 더욱 창조적이고 전투적으로 투쟁할 것”을 선언했다. 앞으로 아르헨 정국이 극렬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을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밀레이 정권은 지금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해소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Caputo 경제장관은 금년 인플레율은 무려 200%에 달하고, 나라 금고는 바닥나고, 경기는 침체(recession)로 빠져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전했다. 그는 과감한 세출 삭감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가 비극을 회피하고 경제를 궤도에 되돌려 놓기 위한 것’ 이라고 강조하며 국민들의 이해를 호소했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현 재정 상황은 심각한 단계임에 틀림없다. IMF 추계에 따르면, 2023년 아르헨티나 재정 수지는 GDP 대비 약 4% 전후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Kristalina Georgieva IMF 총재는 이번 재정 개혁 플랜은 “아르헨 경제가 안정을 되찾고 잠재력을 재구축하기 위해 중요한 첫 걸음” 이라고 평가했다. IMF 대변인도 “과거 수개월 간 정책이 후퇴했으나, IMF가 제시한 채무 재조정을 놓고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당초 궤도로 되돌리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IMF와 아르헨티나는 기존 채무 원리금 상환 일정을 재조정하는 문제로 사전 협상 중이다. 

 

■ 밀레이 정권, '페소貨' 포기도 공약, '脫中 · 親美' 대외 노선도 천명

 

이전부터 남미의 풍요로운 자원 부국으로 알려졌던 아르헨티나에 53세의 젊은 지도자로 등장한 밀레이 대통령은 이제 국가가 당면한 만성적 고질병을 단기간에 치유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졌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 행한 첫 연설에서 국민들에 “충격을 주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엄혹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 호소했다. 그 첫 개혁 플랜으로 국민들에 대한 각종 보조금을 삭감하고, 세출을 줄여 현재 정부 재정 규모가 GDP의 15% 수준에 달하는 것을 궁극적으로 5% 수준까지 줄이는 과감한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작은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정부 부처를 절반으로 줄이고, 국영기업도 대폭 민영화할 방침이다. 

 

또한, 밀레이 대통령은 연율 140%가 넘는 높은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경제의 ‘달러化(dollarization)’도 주장한다. 선거 캠페인 중 ‘중앙은행 폐지’ 제안에 대해 “타협의 여지는 없다”고 언명하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격한 정책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적어도, 임기의 절반은 지나야 구체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전에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했고 이번에 중용된 Caputo 경제장관은 최근 ”달러化는 서두르지 않을 것” 이라고 언급했다. 대신에,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 간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환율을 절하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환율을 ‘일체화’ 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대외 정책면에서도, 종전의 좌파 Fernández 정권이 중국 편향적이었던 외교 노선을 벗어나 미국을 중시할 의향을 선명히 했다. 신임 몬디노(Diana Mondino) 외무장관은 이미 SNS X를 통해 종전에 2024년 1월쯤 가입할 것으로 알려졌던 “BRICS에는 참가하지 않을 것” 이라고 언명한 바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게 중국은 최대 수입 상대국이기도 하고, 통화 Swap 협정 등을 통해 실질적 지원을 받는 처지여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지난 1월 열렸던 ‘다보스 WEF’ 회의에 참석해서 “자본주의는 개인주의이기 때문에 악(惡)이고, 사회주의는 평등하므로 옳다는 것은 틀린 생각” 이라고 주장하며 ‘미국 및 유럽의 자유주의 경제가 규제 및 정부 보조금 확대로 훼손돼, 위기에 처했다’는 지론을 펼쳤다. 이런 극우 이단 자유지상주의자 밀레이 대통령의 야심 찬 개혁 플랜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의회 등에서 여전히 영향력이 막강한 포퓰리즘 페론党 추종 좌파 세력은 강력히 저항하고 있는 중이다. 

 

■ "의회 다수인 ‘페론党’ 중심 좌파 세력이 저항, 개혁 추진은 난관"

 

밀레이 대통령은 이전부터 경제 시스템으로써 ‘자유무역 자본주의’는 인류 전체의 기아 및 빈곤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역설하며, 세금 부담을 늘리고 정부 역할을 확대하는 미국 및 유럽은 사회주의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자본가로 성공한 기업인들은 은인(恩人)이며 영웅’ 이라고 치켜 세우며 ‘국가는 해결책이 못되고 단지 부담일 뿐’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는 선거 캠페인 중에도 “공산주의자들과는 손을 잡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으나, 당선 직후에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 보내온 축하 메시지에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국내적으로도, 의회에서 의석 분포를 보면, 최근까지 여당이었던 반미 좌파 정의당(‘Peron党’) 세력이 아직도 막강하다. 이 페론주의 정파가 지금, 지난 선거에서 밀레이 후보가 결선에서 승리하는 데 기여했던 중도 우파의 Mauricio Macri 전 대통령 진영에 ‘90%가 같은 의견’ 이라며 추파를 던지고 있는 실정이다. 밀레이 대통령 정당은 의회 상하원 모두 의석수가 10%에 미치지 못하는 ‘소수 여당’ 구도여서,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는 길이 험난할 것임은 분명하다. 

 

참고로, 작년 11월에 실시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당시 밀레이 후보가 제시한 ‘아르헨 경제 달러化’에 대해 부정적 의견은 48%, 긍정적 의견은 31%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하면, 밀레이 정권이 이른 시일 내에 가장 심각한 물가 안정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은 쉽게 점칠 수가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번 제안이 ‘예상보다 완만한 전통적인 재정 삭감 방법을 동원한 개혁 조치들’이라며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밀레이 대통령이 이번에 개혁 청사진의 첫 과제로 제시한 세출 삭감안이 실행되면, 당장 공무원 및 건축업자들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실업도 증가하고 인플레도 가속될 것이므로, 노동자, 빈곤층이 우선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를 배경으로 좌파 세력의 저항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선거에서 패배했으나 아직도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 페론党 내 전임 정권 주도 인사들이 규합해 대항할 것이다. 아르헨티나 전체 23개 주에서 9개 주가 ‘페론党’ 계열이므로, 밀레이 정권의 개혁 추진에 항의할 기반은 충분히 남아 있는 것이다. 

 

■ 전문가들 '밀레이 정권, 결국 '현실적 개혁' 노선을 택할 것" 전망

 

아르헨이 처한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밀레이 대통령의 개혁 의지와는 별도로, 이에 저항하는 좌파 연합 세력들도 자신들의 세력 유지를 위해 극렬하게 반발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밀레이 대통령도 개혁 초기에는 불가피하게 가장 필수적인 개혁 과제들로 시작해서 국민 여론 분위기가 숙성되는 과정을 보아가며 차근차근 더 광범한 단계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에 제시한 재정 감축 플랜 등 긴급한 사안에 대한 반응을 보아가며, 다음을 구상하는 실용적 방도를 취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면, ‘경제의 달러화’, ‘중앙은행 폐지’ 등 급진적인 개혁 플랜은 당분간 미뤄두고 장기 과제로 돌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WSJ은 최근 밀레이 대통령과 가진 인터뷰 기사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지금 아르헨티나 경제가 처한 누적된 고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자유시장 혁명을 진행 중” 이라고 표현했다.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지 2개월 남짓 지난 지금, 스스로 ‘무정부 자본주의자(anarch-capitalist)’를 자처하며 반대파들의 의회 및 거리에서의 저항에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국가 통제형 경제 체제를 발본 개혁하겠다는 종전의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반대 세력의 항의 시위가 일어나기 하루 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플랜 B는 없다. 감성과 인정 등 그런 사치를 누릴 여유도 없다. 4700만 국민들은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 고 역설했다. 

 

지금, 밀레이 대통령은 그의 자유분방한 성정에 불퇴전의 용기와 굳건한 의지를 더해 아르헨 경제를 ‘자유주의’ 체제로 부활시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쏟고 있다. 그의 이런 개혁 노력이 과연, 누대에 걸친 좌파 포퓰리즘 정권 하에서 황폐해 버린 아르헨 경제를 되살리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역대 정권들이 초기엔 개혁을 부르짖다가 이내 포말처럼 스러져 갔던 것처럼, 단발성 외마디에 그치고 말 것인지는 그리 멀지 않은 시일 내에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밀레이 정권의 개혁 실무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 Caputo 경제장관은 정권 출범 직후, 과감한 재정 지출 삭감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경제 개혁 플랜을 제시하면서 전국민들을 향해 “지금까지 피해왔던 어려운 과제들에 맞서 과감하게 대응해서 100년 전에 전세계가 부러워했던 위대한 나라로 되돌아갈 꿈을 가지자”고 호소했다.

 

근자에, 일부 자유주의 국가에는 무책임한 극단 선동을 일삼는 좌파 세력이 준동해 혼돈과 암울이 날로 더해가는 형국이다. 이런 목불인견 참상을 보고 있자 하니, 혹시나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밀레이의 기적(奇蹟)’ 이라고 할 만한 개혁 성공담이라도 들려와 진정한 국가 개혁이란 이런 것이다, 하고 본령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긴다. 그래서, 아직도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미명(未明) 속을 헤매고 있는 일부 지도자들이 소중한 귀감(龜鑑)으로 삼게 하고, 무지몽매한 좌파들에게는 일말의 경각심이라도 일깨워 줬으면 하는 간절한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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