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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할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11월19일 17시30분
  • 최종수정 2023년11월19일 17시04분

작성자

  • 윤기영
  • 한국외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미래전략연구소장

메타정보

  • 4

본문

 서론.


생성인공지능(Generative A.I.)은 인간종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까? 생성인공지능에 의한 인간종 대체 범주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자리, 창의성, 인간종 자체가 그것이다. 이 글에서 ‘인류’나 ‘사람’이라는 단어 대신 ‘인간종’을 쓰는 것이 독자에게 불편할 수 있다. 지나친 거리두기 아니냐는 불만과 불편함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생성인공지능이 인간종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에 대해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이 글에서는 더 중요할 수 있다. 이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생성인공지능의 정의 등 전반적인 설명부터 하겠다. 생성인공지능의 개념, 창의성의 본질을 충분히 알고 있는 독자라면 다음 장부터 읽어도 좋다.

 

2021년 11월 ChatGPT가 공개된 이후 생성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생성인공지능이 인간종의 언어 기반 작업부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며 음악을 작곡하는 등 일부 창의적 작업을 상당한 수준으로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3년 11월 현재 생성인공지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생성인공지능이 가진 한계는 점진적으로 때로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며, 그 응용분야도 법무에서 단백질 구조 예측과 1인 영화제작까지 확대될 것이다. 

 

생성인공지능이 다양한 지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 입증됨에 따라, 인간종의 노동을 얼마나 자동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논문과 보고서가 나왔다. 기술실업에 대한 논의는 꽤 오랜 것이나, 생성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대한 주장은 매우 구체적이며, 설득력이 있다. 참고로 ChatGPT의 엔진에 해당하는 GPT 3.5와 GPT 4.0은 대규모언어모델로 문장이나 컴퓨터 코드 등을 생성한다. 이들 대규모언어모델은 '생성인공지능'에 속한다. 생성인공지능이란 문장, 그림이나 동영상, 음악 등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개와 고양이의 사진을 입력하면 이를 분석하여 판단하거나, 음성을 인식하는 등의 인공지능을 '분석 인공지능' 혹은 '예측적(Predictive) 인공지능'이라고 한다.

생성인공지능은 창의성을 가졌다. 창의성은 인간종 고유의 능력이라고 여겨졌다. 창의성은 인공지능과 경쟁하는 인간종에게 일종의 안전지대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재의 인공지능은 인간종의 창의성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현재 생성인공지능은 충분히 창의적이다. 

 

인간종의 안전지대였던 창의성에 대한 정의와 내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간단한 설명을 더하겠다. 창의성이란 “새롭고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나 어떤 과정의 특징”으로 정의된다.1) 여기서 '새롭다' 함은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넘어선 새로운 것을 의미한다.2) 새로운 것을 만드는 방법으로는 기존의 아이디어와 개념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는 것을 포함한다.3) '가치 있다' 함은 새롭다 하더라도 가치가 없거나 오히려 해악을 일으킨다면 창의적인 것으로 분류할 수 없음을 뜻한다. 가치는 인간종의 입장에 의해 결정되므로, 인간종에게는 해로우나 생성인공지능에게 유익하거나, 혹은 좀더 일반적으로 인간종에게는 해악이 되나, 곤충에게는 이로운 신규성은 창의적이라고 인정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정의에 따르면 자연은 인간종보다 창의적이다. 인간종을 만든 것이 자연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본격적인 글을 시작하겠다.

 

 인간종의 노동을 대체할까?


기술이 인간종의 노동과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두려움은 산업혁명 이후 인간종에게 만연했다. 공동체 사회였던 농업사회에서, 누군가에게 고용되거나 혹은 자기 자본을 통해 사업가가 되어야 하는 자본주의적 산업사회에서 기술의 발달로 인한 노동의 자동화나 지나친 생산성 향상은 큰 두려움이었다. 1차산업혁명 당시 기계파괴운동인 러다이트(Luddite) 운동이 발발했다가, 일자리가 줄지 않음에 따라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칼 맑스는 ‘기술 진보로 노동생산성 증대 효과’로 이어지며 이는 노동 수요를 줄인다고 보았다. 케인즈는 기술 실업을 예언했다.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기본 소득’을 주장했던 배경에는 기술실업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기술실업이 일어나지 않았다. 기술발달로 직업이 사라졌으나, 새로운 일자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딜로이트(Deloitte)는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를 분석하며, 기술적 혁신이 일자리를 늘렸음을 실증적으로 밝혔다.4) 그런데 신경망 기계학습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이 급격한 성과를 보이면서 논의의 결이 달라졌다.

 

영국 옥스포드 마틴 스쿨의 프레이(Frey)와 오스본(Osborne)은 인공지능과 스마트 로봇으로 미국 기존 일자리의 47%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고 보았다.5) 프레이와 오스본은 미국 직업을 기준으로 수행하는 작업(Task)이 인공지능이나 스마트 로봇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가를 평가했다. 직업이 수행하는 작업의 70% 이상이 컴퓨터화가 가능하면 그 직종의 일자리가 위험하다고 보았다. 47%라는 숫자는 자동화되는 작업이 70% 이상인 직종에 종사하는 일자리의 미국내 비율이다. 

2016년 4차산업혁명이 전세계적인 화두가 되면서 프레이와 오스본의 연구 방법론을 모방한 연구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위험에 처하는 직종과 그 직종의 일자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우리나라 실업률은 3.7%에 달했으나, 2023년 9월 현재 2.3%로 낮아졌다.6) 미국 실업률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실업률이 치솟았으나, 현재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었다. 2023년 10월 현재 실업률이 3.9%7)로 사실상 완전 고용 상태다. 언뜻 보기에 인공지능과 스마트로봇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대규모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면서 생성인공지능에 의한 기술실업에 대한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생성인공지능이 인지노동의 다수를 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OpenAI의 GPT 4.0은 미국통일변호사시험에서 상위 10%를 차지했다.8) 구글의 대규모언어모델인 PalM 2를 기반으로 의료분야를 추가 학습시킨 Med-PaLM 2는 미국의사면허시험 문제집을 풀어보게 한 결과 86.5%를 맞췄다.9) 참고로 60%정도를 맞추면 의사면허를 딸 수 있다고 한다. GitHub의 주장에 따르면 개발자 코딩을 도와주는 도구인 copilot을 사용하는 개발자가 그렇지 않은 개발자에 비해 55% 수행성이 뛰어나다고 한다.10) 참고로 copilot은 인간종이 사용하는 언어로 요구사항을 제시하면 이에 따라 완성된 코딩이나 코딩 샘플을 제공하는 대규모언어모델 기반 No Code Low Code 도구이다. 현재 주요 대규모언어모델은 성숙도에 차이가 있으나 모두 No Code Low Code 기능을 제공한다. 

 

대규모언어모델이 잘하는 일 중의 하나가 번역이다. 기존의 규칙기반 번역에 비해 번역 품질이 상당히 높다. 아직 번역 품질이 전문번역가 수준에 이르지 못했으나, 언젠가는 문학 작품을 제외한다면 일상적인 글과 회화나 어느 정도의 전문적인 내용 번역은 거의 완벽할 것으로 보인다.11) 위에 사례로 든 성과에 과장이 있을 수 있으나, 그 성과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을 독자가 유의하면 좋겠다.

 

골드만 삭스는 미국의 직종별 수행 업무가 생성인공지능에 의해 자동화 가능여부를 판단했다. 미국의 직종별 작업 데이터베이스인  O*NET의 작업 난이도 척도를 7점을 기준으로 할 때, 난이도 4점인 경우까지 생성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다고 가정했으며, 야외작업 및 육체노동은 생성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를 기준으로 한 경우 전체 산업에서 수행하는 작업의 25%가 자동화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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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AI와 펜실바니아 연구진의 공동연구도 골드만삭스의 연구결과와 유사한 결론을 내렸다.13) 이 연구는 미국 일자리의 80%가 수행 작업 10% 이상이 GPT-4에 의한 자동화에 노출되어 있으며, 19%의 일자리가 수행 작업의 50% 이상 자동화에 노출되었다고 분석했다. 그 밖의 일부 연구는 생성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위협을 기정화하고 새로운 직업 훈련의 필요성 등에 대한 논의의 초점을 옮길 것을 강조한다.14) 15) 이들 연구는 공통적으로 저임금의 일자리가 생성인공지능의 자동화에 노출될 위험이 높으며, 고임금 일자리의 경우 위험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으나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인간종의 일자리를 생성인공지능이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생성인공지능에 한계가 존재하며, 인간종 사회 시스템이 이를 빠르게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생성인공지능의 주요 한계는 네 가지다. 생성인공지능에 고유한 환각(Hallucination), 실시간 학습이 어렵고, 논리력이 낮으며, 개발 및 운용비용이 높다는 점이다. 대규모언어모델에서의 환각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진술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광개토대왕이 고추장을 먹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하면, 그럴 듯한 말을 지어내는 것이 이 환각에 해당한다. 사실에 근거한 문장을 생성하거나 답변을 해야 할 때 환각의 문제는 생성인공지능의 사용을 포기하게 만든다.

 

지식과 경험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큰 한계가 된다. GPT 3.5는 이 글을 쓰는 2023년 11월 17일 현재까지 2022년 1월까지의 정보만 입력되어 있다. 대규모언어모델에게 논리 퀴즈를 내면 대부분이 틀린다. GPT 4.0 기존 인공지능에 비해 상당히 개선되기는 하였으나, 인간종의 요구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다. 다만 전문분야의 글이라 하더라도 논리 퀴즈 수준의 문장은 아니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발 및 운용비용도 아직은 높은 상황이나, 그 비용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GPT 3.5 수준의 인공지능을 개발하는데 2030년이면 4만원도 채 들지 않을 것이라는 과감한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16)

 

생성인공지능의 한계는 점진적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환각문제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지속적 기계 학습(Continuous Machine Learning) 기술이 성숙하면 실시간은 아니라 더라도 준실시간 학습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낮은 논리력의 문제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며, 뉴로 심볼릭(Neuro Symbolic) 인공지능이 성숙하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환각의 문제와 실시간 학습의 문제는 지금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생성인공지능에 의한 인간종의 일자리 대체는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인간종의 정책적 화두는 대체되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와, 이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교육이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냐에 집중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국제사무직노조연맹(UNI Global Union)은 윤리적 인공지능 10대 원칙 중 하나로 ‘정당한 이행(Just Transition) 보장’을 요구했다. 17)

 

정리하자면 생성인공지능에 의한 인간종의 일자리 대체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의료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할 것이기는 하나, 새롭게 등장하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일자리에 비해 더 늘어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탈탄소 경제와 관련한 일자리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18) 그러나 생성인공지능이 인간종의 일자리 전부를 대체하더라도 노동 전부를 대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를 비롯하여 노동은 정치, 경제 및 사회 시스템과 불가분의 관계이며, 인간종과도 불가분의 관계다. 인간종에게 노동이란 경험을 위한 기회이며, 사회 참여를 위한 의무다. 생성인공지능이 인간종의 노동을 전부 대체하는 미래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다. 적응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인간종의 특성상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노동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실패한다면 그 원인은 둘 중의 하나다. 적응 전에 인간종이 멸종하거나, 적응 중에 자멸하거나….

 

 인간종의 창의성을 대체할까? 


인간종은 창의성을 일종의 안전지대로 삼았다. 창의성은 모방할 수 없으며,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을 모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인간의 창의성은 자연의 창의성에 못 미친다. 창의성을 안전지대로 삼은 인간을 자연은 두가지 원칙으로 창조했다. 두가지 원칙의 하나는 돌연변이, 다른 하나는 자연선택이다. 돌연변이는 새로움에 대응하며 자연선택은 가치에 대응한다. 인간의 지적설계(Intelligent Design)와 자연이 만들어낸 자연설계(Natural Design)는 닮았다.19) 인공지능은 난수를 이용한 돌연변이와 인간이 부여한 규칙에 의해 자연선택을 모방할 수 있다. 이를 데넷(Dennett) 교수는 후기 지적 설계(Post Intelligent Design)라고 한다. 

 

자기강화학습으로 창의성을 만들 수 있다. 2016년 현대제철은 기존보다 40% 강한 합금을 만들 수 있었다.20) MIT 연구진은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노화를 억제할 수 있는 80만개의 후보를 3개로 줄이고 이를 생쥐에게 임상실험을 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21) 자기강화학습을 이용하면 전력 효율적인 칩 설계가 가능하다. 전기 효율성이 높다면 발열량을 줄일 수 있고, 발열량을 줄일 수 있으면 반도체의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 구글에서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모델을 이용하여 인공지능 칩을 설계한다.

 

인공지능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일상화 되었다. 이제 초등학생도 미드저니(MidJourney)와 달 이(Dall.E.) 등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2022년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게임 기획자인 제임스 앨런(James M. Allen)은 디지털 아트 분야에서 미드저니를 이용한 그림인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eatre D'opera Spatial’)로 1위를 차지했다. 이 그림을 뽑기 위해 앨런은 미드저니에 다양한 프롬프트를 시도했다. 1위를 차지하기 위해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오로지 미드저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과 상상력이었다. 이제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을 하는 데는 해당분야를 전공하거나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다. 

 

생성인공지능은 과학적 발견과 기술적 발명, 모든 장르의 예술에서 창의성을 보인다. 생성인공지능이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함을 기억해야 한다. 생성인공지능이 성숙함에 따라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창의성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생성인공지능은 인간종의 창의성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를 좀더 세련되게 바꿔서 질문하면 생성인공지능은 주로 증강지능으로만 사용될 것이냐가 된다.

 

앞에서 창의성의 요건으로 신규성과 가치를 들었다. 신규성은 생성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탁월할 수 있으나, 가치는 인간종 고유의 것이다.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치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신규성과 결합하는 것도 가능하겠으나, 그 검증은 인간종이 해야 한다. 지구생태계에는 이로우나 인간종에게 해로운 가치를 생성인공지능이 ‘지혜’롭게 창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정리하면 적어도 당분간은 생성인공지능이 인간종의 창의성 전체를 대체할 수 없으며, 인간종의 창의성을 도와주는 증강지능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든 앨런의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노화억제 후보 물질 탐색 등은 모두 증강지능에 해당한다. 

 

 인간종을 대체할까? 


생성인공지능이 인공일반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발전하면 인간종을 대체하게 될까? 인공일반지능이란 인간종 수준의 다양한 지적 업무를 인간보다 탁월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으로 정의된다.22) 생성인공지능은 아직 일반인공지능은 아니다. OpenAI의 샘 올트만(Sam Altman)은 그들의 생성인공지능을 인공일반지능으로 진화시키려는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참고로 올트만의 인공일반지능의 정의는 다수의 업무에서 인간보다 탁월한 성과를 보이는 인공지능을 인공일반​지능이라고 정의하고 있어,23) 그 요건이 약하다. 어떻든 엄격한 의미의 인공일반지능은 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긍정론에서 부정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견해가 경쟁한다. 이들 경쟁적 주장을 여기서 모두 상세하게 소개하는 것은 독자의 초점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있어 간략하게만 소개하겠다. 현재의 신경망 알고리즘으로는 인공일반지능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 주장이다. 즉, 현재 당분간 인공일반지능으로 진화할 것 같지는 않다. 인공일반지능에 대해 종합적으로 접근한 책인 『마스터 알고리즘the(Master Algorithm)』의 저자인 페드로 도밍고스(Pedro Domingos)는 올해 초 포브스(Forbes) 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일반지능의 실현 시기를 “10년 이후 1,000년 이내”라는 상징적 답을 했는데 충분히 참고할 가치가 있다.24)

 

인공일반지능이 아니라 하더라도 생성인공지능은 인간종 전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인간종의 역할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돌아가신 가족이나 유명인, 애인, 영화배우, 정치인 등이다. 돌아가신 인간종 개체의 언행과 기록을 대규모 언어모델에 학습하게 하여 그의 흉내를 내게 할 수 있다. 목소리를 학습하게 하여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속에서 그 혹은 그녀는 살아있는 존재와 다르지 않다. 지속적 기계학습의 개념이 도입된다면, 사후의 사건에 대해서도 그것은 기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종 개체간 관계를 맺는 것이 두렵거나 귀찮은 개체는 생성인공지능을 애인으로 삼게 될 것이다. 생성인공지능은 목소리에서 외모까지 그 혹은 그녀의 이상향에 맞게 조정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속적 기계학습은 인간종 개체와 생성인공지능 간의 기억을 유지하게 할 수 있다. 생성인공지능은 로봇에 깃들 수 있다. 성인용 인형인 단백질 인형에도 생성인공지능의 고스트가 깃들 수 있다. 이제 인간종은 과거 유명배우를 생성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스크린에 되살릴 수 있다. 극사실적 아바타 기술의 발전은 영화배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2018년 대통령 선거에 인공지능인 알리사(Alisa)가 입후보했다.25) 같은 해 일본 도쿄도 다마시 시장의 선거에 인공지능인 마츠다 미치히토가 출마했다.26) 이들 인공지능의 정치인 출마는 인간종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표현하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에 불과했다. 어떻든 생성인공지능은 인간종의 특별한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언젠가 인공일반지능이 등장한다면 인간종을 대체하는 것은 가능할까? 인공일반지능이 도래하면 곧 인류 전체의 지적능력을 추월하는 초지능(Super Intelligence)가 출현할 것이고,27) 초지능의 지적 탐구욕 때문에 혹은 가치관이 달라서 인간종에게 무관심하거나 혹은 인간종을 멸종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흔하다. 그렇게 되면 인공일반지능이 인간종 전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와 무기물로 구성된 초지능은 그리 현실적 시나리오로 보이지 않는다. 인간종은 스스로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우월하게 될 것이고, 뇌에 인공지능을 부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28) 다만 그러한 유형의 포스트 휴먼(Post Human)이 스스로를 인간종으로 여길지는 불확실하다. 

 

정리하면 생성인공지능은 인공일반지능으로 진화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간종 개체나 특정한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의식이 있는 인공일반지능이 등장하는 데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등장하기 어렵다. 등장한다 하더라도 인간종의 뇌와 연결되어 증강지능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생성인공지능이 인간종 전체를 대체할 수는 없으나, 생성인공지능과 연결된 신 인간종이 구 인간종을 대체할 수는 있을 것이다.

 

 마무리


생성인공지능은 인간종의 일자리, 고유한 특성이라는 창의성, 인간종의 역할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인간종은 무슨 질문을 해야 할까? 

생성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변화가 거대한 것이라면, 인간종은 정치, 경제 및 사회 시스템의 전환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 현재의 근로시간은 적정한 것인가? 의사결정 시스템으로서의 금융 자본주의 체제는 여전히 유효한가? 생성인공지능시대에 인간종은 전체가 새로운 사회계약을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인간종 개체의 가치는 창의성이나 시험점수에 있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종 개체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앞으로 창의성의 한 요소인 신규성은 생성인공지능에 의해 비용효율적으로 양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가치 판단력이 인간종 개체의 핵심 가치가 아닐까? 올바른 가치관이란 다른 집단에 속한 인간종 개체에 대한 공감능력, 인간종을 넘어선 생태공동체에 대한 공감능력인 지혜로 봐야하지 않을까? 생성인공지능으로 진화에 따른 인간종 인식변화와 고독함을 인간종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위의 질문은 미래를 향해 있다. 질문과 미래에 대한 기대와 전망은 인간종에게서 주로 발견할 수 있다.29) 30) 생성인공지능의 본격적인 도약과 발전을 앞에 두고, 인간종이 해야 할 일은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인간다움에 대한 성찰이 될 것이다. 인간종 개체인 필자까지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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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Creativity
2. ​Csikszentmihalyi, M. (1996). 『Creativity: Flow and the psychology of discovery and invention』. HarperCollins.​
3. Dean Keith Simonton. (1999). 『Origins of Genius: Darwinian Perspectives on Creativity』. Oxford University Press​
4. Stewart, Ian & De, Debapratim & Cole, Alex. (2015). “Technology and People: the Great Job-Creating Machine”. Deloitte:
5. ​Frey, C. B. & Osborne. M. A. (2013). “The Future Of Employment: How Susceptible Are Jobs To Computerisation?” Oxford Martin School.
6. ​e나라지표. 취업자 수/실업률 추이
7. TradingEconomics. (N.D.). United States Unemployment Rate. https://tradingeconomics.com/united-states/unemployment-rate​
8. OpenAI. (2023). “GPT-4 Technical Report”. arXiv:2303.08774v3​
9. Google. (N.D.). “Med-PaLM: A large language model from Google Research, designed for the medical domain”. https://sites.research.google/med-palm/​
10. Kalliamvakou, E. (2022.09.07). “Research: quantifying GitHub Copilot’s impact on developer productivity and happiness”. Github. https://github.blog/2022-09-07-research-quantifying-github-copilots-impact-on-developer-productivity-and-happiness/
11. ​윤기영. (2023). 신 바벨 시대가 온다. ; 이규연, 이명호, 김헌식, 윤기영 외. 『시그널 코리아 2024』. 광문각출판사​
12. Briggs, J & Kodnani, D. & Hatzius, J. & Pierdomenico, G. (2023). The Potentially Large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on Economic Growth, Goldman Sachs.​
13. Eloundou1, T. & Manning, S. & Mishkin, P. & Rock, D. (2023). “GPTs are GPTs: An Early Look at the Labor Market Impact Potential of Large Language Models”. arXiv:2303.10130v3​
14. Terry Singh. (2023). “the Impact of Large Language Multi-Modal Models on the Future Job Market”. arXiv:2304.06123​
15. Ellingrud, K. & Sanghvi, S. & Dandona, G. S. & Madgavkar, A. & Chui, M. & White, O. & Hasebe, P. & Renaud, L.(ed). (2023). “Generative AI and the future of work in America”. Mckinsey Global Institute.
16.​ Ark Invest. (2023). Big Ideas 2023. https://research.ark-invest.com/hubfs/1_Download_Files_ARK-Invest/Big_Ideas/ARK%20Invest_Presentation_Big%20Ideas%202023_FINAL_V2.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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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1월19일 17시30분
  • 최종수정 2023년11월19일 17시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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