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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의 중장기 전망과 과제…저성장 위기, 극복 가능한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09월18일 17시18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17일 15시18분

작성자

  • 이종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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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최근 들어 중국 경제에 대한 미국 등 해외에서의 인식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해외의 인식이 종전에는 긍정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부정적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예를 들면 종전에는 조만간 중국 경제가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이제는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가 더욱 많아졌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최근 중국 경제가 예상외로 부진한 데 기인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 부진은 단순히 경기 위축 수준을 넘어 그동안 누적된 각종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표출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와 아울러 현재 중국의 경직적인 정치 체제 등을 감안하면 중국이 최근의 난국을 손쉽게 벗어나기 쉽지 않으리라는 해석도 가미되어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의 배경과 원인을 짚어 보는 것이 중국 경제를 이해하고 나아가 세계 경제의 흐름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래 글에서는 중국 경제의 현황을 살펴보고 중국 경제가 당면한 과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중국 경제가 어떻게 진화할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참고로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단기 분석에 치중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이 적용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Ⅰ. 최근 중국경제 동향과 전망 

 

   먼저 최근의 중국 경제 현황을 살펴보기 위하여 주요 거시경제지표를 간단히 점검하고자 한다. 이어서 IMF의 중장기 경제전망을 소개할 것이다.  

 

1. 경제성장 

 

    금년 2/4분기 중국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부진하였다. 지난해 12월 코로나 방역 체계 해제 이후 소위 re-opening 효과가 기대되었다. 주요국에서 나타난 소위 “보복소비(pent-up consumption)” 등의 형태와 유사하게 중국 국내 소비가 대단히 활기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세계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면서 그 이유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를 들고 중국 경제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하였었다. 

 

   그러나 중국의 실제 상반기 성장률은 5.5%에 불과하였다1). 경제성장률이 1/4분기에 4.5%, 2/4분기에 6.3%를 각각 기록하였다. 현재 중국 정부가 설정한 목표성장률 5%를 넘어서기는 하였지만 주요 전망기관들의 예상이 비하면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었다.

 

   더욱이 성장의 내용이 과히 좋지 못하였다. 민간 경제활동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고 국유기업(SOEs)들의 활동에 힘입어 경제성장률이 유지되는 모습이었다. 수출도 상대적으로 부진하였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무역 분쟁 격화로, 유럽에 대한 수출은 유럽의 경기 부진으로 저조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편 2/4분기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것은 기저효과가 작용한 점도 고려하여야 한다. 2022년 2/4분기 성장률이 0.4%에 불과할 정도로 낮았었다. 

 

   특히 월별 지표를 보면 최근 중국 경제 상황이 급격히 위축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서비스업 생산 지수, 소비재 판매액 지수, 고정투자 지수 등 각종 지표들이 악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소비자 판매액 지수가 4월에는 18.4% 증가하였으나 8월에는 3.1% 증가로 급격히 둔화되었다. 

 

2. 물가

 

   민간의 경제활동 부진을 반영하여 최근에는 디플레이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6월 현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대비로 변동이 없는 데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5.3%나 하락하였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7월에는 소비자물가지수도 0.3%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소비자물가가 하락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2000년대 이후 중국에서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기대비로 하락한 것은 특수한 경우였다. 역사적으로는 2003년 세계적 불경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 위기 등에 불과하였다. 그에 비해 최근의 물가 하락은 중국만이 경험하는 특이한 현상이다. 지금 거의 모든 나라들이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중국의 경우 소비자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달리 해석될 수밖에 없다. 즉 최근 중국내 경제활동이 상당히 위축된 것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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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환율

 

   대외적으로는 위안화가 기록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8월말 현재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29 위안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2007년말~2009년초 수준에 해당한다.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됨에도 채권 투자 자금 등이 중국으로부터 이탈하는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자금의 중국 이탈은 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그와 함께 주식 투자자금도 중국에서 상당히 빠져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위안화 환율은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장기적인 약세로 전환하였다. 2005년 이래 줄곧 하락하던 위안화 환율이 2015년 이후 등락을 보이는 데 더하여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위안화 환율 약세 전환은 중국의 국가경쟁력 약화를 반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상승한 것이 미국과 통상마찰의 단초가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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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향후 전망

 

   IMF는 지난 4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금년 중 중국 경제는 5% 대의 경제성장이 가능하겠으나 앞으로는 그 이하 수준으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였다(IMF, WEO, April 2023). 향후 경제전망치는 2010년대까지의 고도성장(1980~2012년 평균 10%)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26년 이후에는 3%대 성장률로 낮아져 2028년에는 3.4%로 낮아진다고 전망하였다.

 

   IMF가 중국의 중장기 경제 전망을 밝지 않게 보는 배경으로는 다양한 요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2). IMF는 정례 정책 협의 보고서에서 부동산 시장 침체를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로 지적하고 있다. 그에 따라 부동산 투자가 불가피하게 위축되어 경제성장이 제약될 수 있는 데다 심한 경우에는 금융위기로 전파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생산성 향상이 지연되는 문제도 지적하였다. 정치적 위험 등을 이유로 국유기업들에게 먼저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등 비효율 요소가 온존한다고 보았다. 그와 함께 지방정부와 기업들의 유착 관계 등 비경쟁적 요인들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어서 민간 소비 부진을 또 다른 문제로 지적하였다. 중국은 현재 가계 저축률이 32%에 이를 정도로 저축 성향이 높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민간소비가 활기를 띄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소비 부진은 코로나 기간 중의 통제 강화(제로 코로나 정책의 장기화), 부동산 경기 위축, 고령화 진전 및 불확실성 증가 등의 요인에 더하여 정부 불신 심화와 같은 정치적 요소도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외에도 IMF는 중국 경제의 문제점으로 금융부문에 대한 억압 지속, 미중 갈등 심화 등을 꼽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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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중국경제의 문제점

 

   IMF가 지적한 것과는 달리 이 글의 관점에서 중국 경제의 문제점을 새롭게 점검하고자 한다. 새로운 관점을 적용하는 이유는 이런 문제점들이 발생한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용이하게 마련하기 위함이다.

 

1. 과잉투자로 인한 부작용

 

   중국 경제의 구조적 특징 중의 하나로 높은 투자 의존도를 꼽을 수 있다. 이를 확인하고자 중국 GDP의 수요 부문별 구성 추이를 살펴보았다.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3). 2000년대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30% 대 중반이었지만 이마저도 선진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투자 비중이 확대되었다가 2010년을 기점으로 다소 낮아지고는 있으나 최근에도 여전히 40%를 웃돌고 있다. 

 

   한편 중국 경제는 수요 면에서 2010년을 기점으로 큰 변화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전에는 투자 확대 및 수출 호조 등에 의해 높은 경제성장세가 유지되었다. 그러다가 2010년 이후에는 투자가 지속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수출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수출 비중 감소분의 대부분은 정부 소비 증대가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민간소비 비중이 근래 들어 다소 높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GDP 지출 항목별 구성 추이로 보면 2010년대 들어 수출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었지만 투지 비중은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써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한 이래 양적 투자 확대를 통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였고 그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중국은 투입 의존적 경제성장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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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중국 경제가 잉태하고 있는 각종 문제점들은 양적 투자 확대의 부작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투자는 제조업투자, 부동산 개발, SOC 투자 등으로 대별되는데 부동산 개발 투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일한 부문 혹은 같은 종류의 투자가 반복되고 지속됨에 따라 투자의 효율성이 저하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투자 재원을 외부 자금에 의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부채가 빠르게 누적되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부채 의존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민간(가계와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대출금이 2007년말 경상GDP의 139%에서 2022년말 297%로 급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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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부채의 대부분은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금융부문의 총대출 중 절반 이상이 기업 부문에서 부담하고 있다. 즉 GDP의 297%에 달하는 총부채 중에서 158%를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 그에 비해 정부와 가계의 부채 부담률은 상대적으로 낮은데 중국 가계의 높은 저축 성향 등을 반영한 것으로도 볼 수 있으나 금융 억압을 통하여 가계에 대한 대출을 가급적 억제한 결과로도 풀이된다. 

 

   한편 BIS 통계에는 공기업에 대한 대출이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의 경우 그림자 금융기관에 해당하는 지방정부 금융공사(LGFV)들이 엄청난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 통계를 해석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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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동산발 금융불안 확산 우려

 

   최근 부동산 관련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금년 들어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부도가 급격히 증가하였는데 업계 상위 기업들 대부분이 부도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이와 동시에 일부 금융신탁회사들이 자산 환매를 중단하기도 하였다. 투자 자산(부동산)의 가치는 하락하는 반면 고객들이 환매를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8월 6일 비구이위안(碧桂園, Country Garden)의 부도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회사는 업계 1위인 동시에 건실한 회사로 알려진 데다 정부 정책을 충실히 따랐다는 점에서 높은 신인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회사가 부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어 있다고 판단하는 계기가 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50개 이상의 부동산개발회사들이 부도를 냈고 현재 상위 50개 업체 중 34개가 달러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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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대규모 연쇄 부도는 비정상적 관행 등 중국 부동산업계의 부조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그동안 외형적 확장에 치중하였다. 즉 차입을 통해 자산을 불리는 방식을 적용해왔다. 그리고 ‘선납후 준공’ 관행도 이 문제를 키우는 요소가 되었다. 중국에서는 주택 구매자가 주택 완성 이전에 대금을 미리 완납하는 것이 관행이다. 부동산 개발화시들은 주택 구매자들이 납부한 대금을 다른 지역의 토지 매입, 계열사 확장 등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관행은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주택매매가 부진해지면 개발회사들은 유동성 부족 사태에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최근의 경기 위축, 주택 경기 둔화 등이 부동산 업계의 관행에 따른 과다 차입 구조와 결합하면서 그 문제점이 한꺼번에 노출된 것이 현재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연쇄부도라고 하겠다. 

 

   그럼에도 현재의 일부 부동산 개발회사의 부도가 본격적인 금융위기로 전파될 여지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부동산개발 시장 자체가 수많은 회사들로 분산 점유되어 지금 문제되는 회사들의 비중이 과히 크지 않은 데다 주택 부문에 대한 일반 금융기관들의 직접적인 노출이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지방금융공사(LGFV, 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 지방정부 금융차입 특수기구)들의 대규모 부도가 발생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그 경우에는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방정부가 관여하고 있는 이 금융공사에 대해서는 일반 은행들이 대규모로 대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지방정부가 보증하는 등의 다른 장치가 있다는 점에서 LGFV들의 대규모 부도는 실제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LGFV는 지방정부 자산을 담보로 투자자금을 조달하는 특수법인이다. 부동산 경기 진작을 위한 부실 자산 매입 등의 임무도 담당하고 있는데 중국 전역에 3,400여 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FV의 부채는 지방정부 재정 통계에 잡히지 않아 소위 '그림자 금융기관’으로도 불리고 있다. 그리고 이 기구들은 만기 도래 채권에 대해 차환하는 방식으로 부도를 이연시키는 관행이 있고 부실 채권 등을 특정 펀드 매니저에게 인수시키는 등의 편법을 동원하여 부실을 숨기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MF가 추정하는 LGFV 부채 잔액은 2022년말 기준 57조 위안으로 지방정부의 공식 부채 규모(29조위안)를 큰 폭 상회하며 GDP 대비 48%에 육박한다.

 

3. 경제 안전판 미비

 

   한편 산업구조 면에서 보면 중국 경제는 산업 의존도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서비스업의 비중은 극히 낮은 수준이다. GDP에서 제조업과 건설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반면 서비스업 비중의 겨우 50% 내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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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에서 살펴본 지출 구조에서는 민간소비 비중이 낮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그와 함께 서비스업 비중도 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위축된 민간소비와 서비스업의 발달 지연은 경제가 외생적 충격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경제적 안전판이 충분히 구축되어 있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생적 충격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정부의 개입이 빈번해지는 악순환이 초래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것이 바로 회색코뿔소(Gray Rhino) 개념이 등장하게 되는 근본 원인으로 볼 수 있다4).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지면 불가피하게 정부가 나서서 경기부양책을 펼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위험 요인(부채)이 누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경제구조는 사회구조의 변동, 내외 여건의 급변 등과 결합하여 경제적 취약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최근에는 고령화, 인구 감소 등의 문제로 경기 위축이 더욱 심화될 여지가 있는 데다 미국과의 갈등, 무역환경의 변화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경제적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욱 커지게 된다. 

 

4. 산업의 자생력 미약

 

   중국이 생산 요소의 확대 투입 방식에 주로 의존한 결과 생산성 향상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은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사안이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산업의 연관구조가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사실 중국의 산업은 아직 단순 가공 및 조립 과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에 비해 기술 개발 능력 등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된다. 그와 함께 법률, 광고, 애프터서비스, 디자인, 제품 개발 및 설계 등 대(對)기업서비스업도 과히 발달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런 분야에서 여전히 외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5. 기타 구조적 문제

 

   이외에도 중국은 난제에 가까운 다양한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인구 고령화 문제이다. 이와 함께 사회보장제도가 발달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요소들이 상호 결합하여 소비 부진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사회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된 것도 여러 점에서 부담스런 일이다. 중국은 그동안 일종의 불균형 성장 전략을 취하였다고 볼 수 있다. 특정 도시나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여 기업을 유치하고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등 소위 등소평의 “선부론(先富論)”을 따랐다. 그러나 그 결과 사회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도시-농촌간 발전 격차, 계층간 소득 격차 등 여러 측면에서 불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5).

 

   그리고 사회를 결속시키는 사회적 자본도 선진국에 비하여 결여된 것으로 평가된다. 사회 내부에서의 경쟁이 격심한 소위 내권(内卷, neijuan) 현상이 그 예로 지적된다. 그 연장으로 높은 교육열을 들 수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진핑 정부는 2021년 사교육을 금지하는 극단적 조치까지 내렸다.

 

   결국 불평등 심화, 사회적 자본의 결여 등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사회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많다. 나아가 이러한 사회 구조적 문제점들은 바람직한 정책의 집행을 어렵게 하는 등 경제발전을 제약하는 요소가 될 공산이 크다.

 

Ⅲ. 원인과 배경


   아래에서는 중국이 겪는 어려움의 원인이나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지금 중국이 다양한 문제점을 경험하게 된 근본 원인을 짚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원인의 치유 가능성 여부에 따라 중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지고 그에 따라 장기 전망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책 당국의 정책 방향 등이 문제점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지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고자 한다.     

 

1. 성장 전략 전환 실패

 

   2010년을 전후하여 종전 성장전략의 한계가 현저해지기 시작하였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은 계획 경제하에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위주로 경제성장을 추구하였다. 그 결과 부채 누적, 생산성 향상 지연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불평등 심화, 대외의존도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후진타오 정부 말기부터 성장전략을 수정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에 따라 양적 성장 전략에서 탈피하고 내수 중심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차원에서 여러 대책들이 연이어 추진되었다. 먼저 2015년 발표한 “제조2025”을 통해서는 제조업에 첨단기술을 접목하여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고 소재부품의 국산화(국산화율 70%)를 달성, 경제 자립을 도모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그리고 2017년 인터넷+ 전략에서는 각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방안을 담았는데 예를 들면 산업과 기업을 상호 연결하는 산업인터넷(Industrial IoT)를 형성하여 제조업 선진화의 기반을 형성하고자 하였다.

 

   비슷한 차원에서 “쌍촹”(대중창업, 만중창신)을 통한 창업지원 계획도 발표하였다. 2019년에 발표한 이 정책에서는 모든 사람이 창업과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 증대를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쌍순환”(내수진작, 수출 증대) 전략을 발표하고 구조개혁을 통한 소비시장 확대, 기술 개발, 신형 인프라 투자를 통한 생산능력 향상 등을 근간으로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고 동시에 대외개방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하였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한 신형소비 촉진 정책을 발표하였는데 소비 쿠폰 발행 및 소비 보조금 확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였지만 그 실효성이 전혀 확보되지 못하였다. 이 정책들이 구호에 가까운 내용으로 구성되었다는 자체적 결함에 더하여 다른 정책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의 강경 정책, 미중갈등의 격화 등으로 그 효과가 전혀 발현되지 못하였다. 특히 경제적으로 큰 부작용을 초래하는 정책들이 반복적으로 발표됨으로써 성장전략 수정 차원에서 추진한 정책들이 전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였다. 

 

2. 시진핑 정부의 정치적 비타협노선(political intransigence)

 

   시진핑 주석은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로 추대된 직후 ‘중국몽'이라는 정치 지도 개념을 제시하였다. 중국식 사회주의를 토대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미국을 넘어 중국 중심 시대를 열어 '중국몽'을 실현하겠다는 것이었다. 

 

   중국몽 구현의 필수 조건으로 “중국식 사회주의”를 표방한 것은 그동안 중국이 따랐던 경제발전 원리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사실 그동안 진행된 중국의 경제기적은 간단한 원리에 입각하고 있었다. 정부가 시장 기반을 닦아 놓거나 약간의 지원이 제공되면 민간 경제활동이 순식간에 활발해지고 소득이 증대되는 과정을 밟았다. 그런데 중국식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정치적 노선이나 이념을 앞세우고 경제적 논리를 배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국 경제의 활력을 점차 상실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경제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였다. 1980년부터 2012년까지의 기간 동안 평균 경제성장률은 10%에 달하였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2019년까지의 시기에는 평균 경제성장률이 7.1%로 낮아졌다. 그리고 2020년 이후에는 5% 이하로 더욱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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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정권의 이념 중심적 정책들로 인하여 역설적으로 중국몽 달성이 불가능해졌다. 중국몽을 생각해볼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 것은 지난 30여년 동안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가 추진한 대부분의 정책들은 경제를 옥죄는 내용으로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예로는 국가보안법(간첩법) 시행, 일대일로 사업, 하이테크 기업 등에 대한 사찰, 제로 코로나 정책,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한 대출 규제 등 다양하다6).

 

   더욱이 중국몽을 추진하면서 기존 패권국인 미국과 대결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중국 경제에 치명적 악영향을 초래하였다. 기술적인 측면이나 일반 경영 노하우 등의 면에서 자립 기반을 갖추지 못한 중국으로서는 이 부문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함으로써 중국의 경제발전이 지체되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3. 미중 갈등의 심화


가. 미중 갈등의 배경

 

   미국은 1972년 국교 정상화 이래 중국을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여 왔다. 이러한 인식은 다음과 같은 가정들을 전제로 하고 있다. "중국은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국내문제 등을 감안하면 중국이 패권국가로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군사력 격차를 감안하면 중국이 노골적으로 미국에 대항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되며 설사 대항하더라도 미국이 충분히 제압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이 상당한 발전을 이루 이후에는 중국이 현재의 국제 질서를 유지할 유인이 큰 것으로 판단하였다. 현재의 세계질서로 인한 최대 수혜자가 중국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근거하여 결국에는 중국이 서구의 자유 민주 체제로 동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였다.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을 활용하려는 경제적 목적도 작용하여 중국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었다7)

 

   그러나 근래 몇몇 사건을 겪으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크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먼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그런 징조가 나타났다. 당시 올림픽을 치렀던 중국은 자긍심이 한껏 높아진 데다 자신이 세계 경기를 유지하고 세계 경제를 이끌어 나간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됨으로써 민족주의적 색채를 띠기 시작하였다.

 

   이즈음 중국이 조만간 미국 경제를 추월한다는 낙관적 전망들도 속속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중국의 경제 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졌다. 2022년 현재 중국의 경상GDP는 미국의 70% 수준이다. 구매력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y)에 의한 상대 소득은 중국이 2016년도에 이미 미국을 능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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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계기로는 시진핑 주석의 등장과 중국의 국가 전략 수정을 들 수 있다. 중국의 외교 노선은 등소평 집권 이래 도광양회(韬光养晦)로 표현되어 왔다. 중국의 우월성을 드러내지 않고 힘을 기른다는 소위 조용한 외교정책이었다. 그리고 이 기조는 중국 정부 수립 100 주년인 2049년까지 이어간다는 묵계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2013년 취임 이후 이 노선을 수정하였다. 중국의 우월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세계 질서에 관여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 이러한 외교 전략은 유소작위(有所作爲), 화평굴기(和平崛起) 등 여러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 전략에 근거하여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대항하는 새로운 다자주의 노선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설립,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체결, 일대일로 등을 통해 기존 세계경제질서를 자국 중심으로 대체하고자 시도하였다.  

 

   그리고 코로나 발생도 미중 갈등의 촉매제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하여 서방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반면 중국은 나름대로 선방, 미국을 추격하는 속도를 더욱 높이는 성과를 냈다. 한편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은 코로나 발생으로 중국 의존적 경제의 문제점을 확인하였다. 마스크 등 방역용품, 간단한 의료용품, 인공호흡기 등의 상당 부분을 중국이 생산하였지만 코로나가 확산되는 시점에는 그것들의 공급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 방역 방식에 관한 이견이 체제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중국식 사회주의에 대적하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 확보 경쟁이 본격적 시작되었다.

 

   마지막으로 시진핑 주석이 3연임되는 상황에서 미중 갈등은 더욱 첨예해졌다. 종전에는 중국의 정치 체제에 대해 어느 정도 실효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중국공산당 일당 독재이기는 하지만 주요 보직자들의 임기가 한정된 데다 각 세력 간에 어느 정도의 세력 균형을 이루고 있고 지배구조의 투명성도 확보되었다는 점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리고 괄목할만한 경제적 성과를 내면서 국가사회주의(state capitalism)의 실효성을 다소나마 증명하였다고 평가하였다.

 

   그러나 시진핑의 3연임으로 중국 체제에 대한 이러한 긍정적 평가가 일제히 철회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임기 제한 철폐, 반대 당파의 숙청과 친위 세력으로 정치국 결성 등으로 중국의 체제를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확 줄고 말았다. 

 

   게다가 시진핑 주석의 숨은 의도가 여실히 드러났다. 중국공산당은 중국이나 국민들의 복리후생이 아닌 중국공산당 자체의 존립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중국 지도부는 경제발전, 중산층의 등장 등에 대응하여 중국공산당을 어떻게 유지하고 중국을 어떻게 지배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주민을 감시하고 사회적으로 억압하는 등 중앙통제 강화였다.

 

나. 갈등 일지

 

   미중간의 갈등 단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시점부터 나타났으나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중국에 대한 제재 등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시진핑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역내 안보 등의 측면에서 중국의 역할을 이끌어 내고자 하는 외교 전략을 고수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중국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되었다.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의 제재가 가해졌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제재는 즉흥적이고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변덕스런 외교정책으로 미국의 위신이 깎이면서 오히려 중국의 위상을 높이는 반작용을 야기하였다. 

 

   그에 비해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8)은 좀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 전략은 크게 나누어 네 가지 분야로 요약되는데 우선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일이 없도록 미국의 우위를 지속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및 바이오⋅의약품 등 첨단기술 분야 4대 핵심 품목을 지정하고 이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확실히 보장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경제 분야를 벗어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 확보를 통한 체제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 협조를 통하여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행동을 즉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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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제제는 몇 가지 점에서 그 특징이 포착된다. 우선 트럼프와 대비된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전면적 단절을 의미하는 탈동조화(decoupling)를 추구하였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부분적/선택적 단절의 재동조화(recoupling)를 추진하고 있다, 둘째로 ‘중국이 강한 무역’이 아닌, ‘미국이 강한 기술’을 활용하여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셋째로는 중국과 적대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면서 미국 경제와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민주주의 가치와 제도를 증진시키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한편 안보와 경제의 분리한 것도 눈여겨볼 만한데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과 협조하지만 군사적 대외 전략 면에서는 충돌도 불사하는 이중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하여 거의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9).

 

다. 미중 갈등의 결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단기적으로는 양국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만일 탈동조화가 진행된다면 미국의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 얻던 이익이 줄어드는 데 더하여 주식가격 하락 등의 부차적인 효과도 예상되는 데 비해 중국 기업들은 아직까지 미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아 미국과의 거래 단절에도 과히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10). 그러나 구조적인 비효율적 요소를 안고 있는 중국은 미중 갈등 그 자체로 경기가 부진해지고 그에 따른 파급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미 수출 부진으로 인한 경기가 둔화되고 그 결과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부도 증폭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고용 부진 등으로 인한 수요 부족이 경기 부진을 더욱 가속화하는 데다 청년층의 반감 확산 등 사회적 불안으로 연결될 소지마저 안고 있다.

 

   한편 장기적인 차원에서 미국의 기대와 같이 중국의 기술굴기를 억제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명확하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원천 기술 차단이 일시적으로 중국의 경제발전을 지체시키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겠지만 오랫동안 기술 이전을 금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화웨이가 반도체 장비와 관련 기술의 대중국 이전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7 나노급의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여 5G 스마트폰을 제작하는 데 성공한 것을 그 사례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 분야 견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됨에도 중국 경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미국의 제재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방식이 경제원리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체제 경쟁에 돌입한 시진핑 정권은 사회주의식 정책들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의 중국 지도부의 행태를 보면 정치 이념을 우선하는 반면 정책의 부작용이 분명함에도 정책을 좀처럼 수정하지 않는 등 경직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사회주의식 정책과 정책 결정자의 경직적 태도 등은 경제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경제발전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라. 갈등 심화 가능성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미중 갈등은 근본적으로 패권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에 따라 어느 한 편이 쉽게 포기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 따라서 갈등 국면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일 갈등 수준이 더욱 첨예화된다면 미국은 새로운 차원의 대중국 제재 수단을 동원할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지금은 주로 통상, 무역, 기술 등의 분야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에 대한 제재 수단의 면에서 아직도 추가로 동원할 여력을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 동원하지 않은 금융제제를 다음 단계의 제재 수단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통상 부문과는 달리 금융 면에서는 미국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달러화가 기축 통화로서의 역할을 아직도 견고하게 수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준비자산을 달러 표시 자산으로 보유하고 무역 및 금융 거래에서도 달러를 계산의 기본단위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더하여 국제지급결제망이 달러 및 미국 금융기관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점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대단한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만일 미국이 중국에 대하여 금융 제재를 가한다면 다음의 형태가 예상된다. 우선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미국 금융기관 등의 대출 금지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 다음 단계로는 중국 금융기관이나 주요 기관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 자산을 동결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 강력한 것으로서 제3국 금융기관 등으로 하여금 중국과의 거래를 중단토록 압박하는 소위 secondary boycott도 예상할 수 있다. 

 

   만일 금융 제제가 단행된다면 무역 축소 등과는 차원이 다른 일대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환율의 급변동 등과 같이 소위 위기적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에 따라 전세계가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Ⅳ. 시진핑 정부의 주요 정책 

 

   앞으로 중국 경제 진행 방향을 예측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중국 당국의 대응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현안 과제의 심각성 여부에 따라 경제 사정을 평가할 수도 있지만 정책 당국의 경제 현안에 대한 접근방식이 합리적인지 여부를 평가함으로써 경제를 전망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 지금 중국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아직도 체계적인 통계가 갖추어지지 않아 경제 현상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경제 흐름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의 정책 그 자체를 평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식으로 생각된다. 이런 차원에서 시진핑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간단히 평가해보고자 한다.   

<기업의 사회적 신용평가시스템 구축>

 

   2014년 중국 정부는 ‘사회신용제도 구축 및 계획 개요’를 발표하였다. 이 조치는 기업을 평가함에 있어서 금융 이력이나 활동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 위반, 비윤리적 행위 등의 요인도 고려하는 소위 기업의 사회적 신용평가시스템(corporate social credit system)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정부 관료, 유관 기업, 사회단체, 사법 기관 등 4개 그룹에서 기업의 정보를 수집하도록 하였다.

 

   이 조치는 중국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국가 통제식 경제체제를 구축하고자 한 것으로서 결국 기업에 대한 당국의 통제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으로 이해된다. 


<국가보안법(간첩법) 시행>

 

   중국 정부는 2015년 7월 1일 국가보안법을 공포하였다. 이 법에는 국가안보를 위한 기술혁신을 촉진할 목적으로 혁신 역량 강화, 지적 재산권 사용과 보호, 기술 비밀 보호 강화 및 첨단 기술 개발 육성 등에 관한 규정들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욱 강력한 반간첩법을 2023년 7월 1일부터 시행하였다. 간첩 행위의 정의와 법 적용 범위를 넓히고, 국가안보기관의 단속 권한을 대폭 확대하였다.

 

   이로써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가 안보와 이익'의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중국 당국의 자의적 법 적용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리고 중국 국내 상황, 중국인의 성향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법에 기초한 통상적인 고객관리지침(CDD, corporate due diligence, 혹은 KYC, know-your-customer)과는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KYC는 고객의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를 지칭하는데 금융이나 사행성 사업(게임), 그리고 가상화폐 등 익명성 사업 등에서 요구되는 조항으로서 자금세탁 등 불법 행위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그리고 CDD는 고객에게 피해가 가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고객 사정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 위험이 감지되면 그 위험을 고객에게 고지하는 등의 노력을 경주하는 일을 일컫는다. 최대 주주의 사적 이윤 극대화 행위 등을 방지하는 데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 법률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중국 기업도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의 중국기업들도 이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되고 규모에 상관없이 소상공인들도 그 대상이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일반적인 CDD KYC 지침을 따르게 되면 반간첩법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법은 중국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데다 서비스업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외국 기업들의 경우 중국과의 거래에 법률 위험이 더욱 높아지데 외었는데 이를 회피하고자 중국과의 거래를 가급적 줄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실제로 중국의 일방적인 법률의 공표와 시행으로 외국 기업들의 중국 탈출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거래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 정서에 맞추고자 하는 것이 모든 거래의 기본인데 중국 당국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외국에서 이러한 중국의 행태에 대해 항의하거나 통제의 해제 등을 요청하면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면서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외국의 요구를 무시하기 일쑤이다. 

 

   결국 주요국에서는 중국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률들을 발의하기 시작하였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불법 노동이나 인권 침해를 용인하는 국가 혹은 그 기업들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률안들이 제출되는 추세이다. 주요 기업들도 “China Plus One” 전략을 통해 중국 탈출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 생산시설을 일부 남겨 놓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에 새로운 생산시설을 구축하여 중국과의 거래 단절에 대비하는 추세이다.


<일대일로 사업 Belt and Road Initiative (BRI)>

 

   이 사업은 주로 개도국을 대상으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표방하였지만 전세계에 걸쳐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이 사업들이 여러 형태의 비효율로 점철되고 있다. 예를 들면 해당 정부의 관리들과 연관된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는가 하면 경제적으로 위치를 잘못 선정한 공항이나 부두, 그리고 부실공사로 무너지는 댐 등 경제적 효과는 나지 않은 채 대상국에 부채만 남기는 폐해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비효율과 부작용으로 대상국에서 중국에 대한 혐오가 증폭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의 실패로 인하여 대상국에서 정권이 바뀌거나 야당의 지지세가 확산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 사업을 시행한 나라에서 전반적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심화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이테크 기업 길들이기>

 

   2020년 10월 24일 마윈 알리바바(Alibaba) 그룹 회장이 중국 금융시스템을 비판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에 대한 응징으로 2020년 11월 알리바바 그룹 산하 앤트파이낸셜의 증권시장 상장(IPO)이 전격 중단되었고 그 이후 중국 핀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알리바바 이외에도 디디(Didi), 텐센트(Tencent)를 포함한 주요 기술 기업들이 다양한 규제 문제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이와 함께 괘씸죄에 걸린 기업 등에 대한 대대적인 구금과 조사가 시행되었다. 예를 들면 허베이성에 위치한 중국 최대 규모의 민간 농업 기업의 회장인 Sun Dawu에 대해서 "분란을 일으키고 문제를 유발"한 혐의로 징역 18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는 인권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관해 연설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이들 기술기업들도 자체적으로 많은 허점들을 안고 있다. 예를 들면 알리바바(엔트그룹 Ant group)의 경우 마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유동화증권으로 변경되는 과정과 매우 흡사한 업무 방식으로 성장하였다. 알리바바 그룹은 대고객 신용대출을 2조 1,500억 위안(363조원)이나 공여하고 있지만 자본금는 이 대출의 1.68%에 불과하다. 화베이 제베이 등 소액 대출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 소액 대출을 모아 유동화증권(ABS)를 구성하고 이를 담보로 자금을 확보하여 다시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관련 업무에 대한 당국의 인허가를 얻기는 하였지만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당국의 역량 미비로 이와 같은 업무방식에 대해 관리 감독이 엄격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마윈의 발언을 계기로 온라인 금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와 감독에 착수한 것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 11)>

 

   2022년 11월 24일 우루무치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10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입는 일이 있었다. 당시 피해가 커진 것은 코로나 방역 대책으로 설치한 시설물로 인하여 진화 작업이 지연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화재 사고 원인을 규명해줄 것을 요구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사망자 추모집회가 개최되기 시작하였다. 11월 25~27일, 우루무치와 더불어 상하이 난징 등지에서도 추모 집회가 개최되었다. 그와 함께 이 추모 집회에 백지를 들기 시작하였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당시 반중국 구호가 적힌 피켓만 들어도 처벌하자 홍콩 시민들은 중국 당국에 저항하기 위한 의사 표시 방법으로 백지를 들었었다. 게다가 화재 사건 희생자 추모집회는 시일이 지나면서 “중국공산당 타도”, “시진핑 퇴진” 등의 구호가 등장하는 정치 집회로 그 성격이 변모해갔다.

 

   중국 각지에서 발생한 화재 희생자 추모 집회는 3년간 지속된 고강도의 무관용 방역 정책에 따라 누적된 사회적 피로와 보상 없는 개인의 희생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폭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중국 당국은 2022년 12월 7일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고 나서 2023년 1월 9일에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전면적으로 폐기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하였다.

 

   제로 코로나 정책의 영향은 막대하였다. 우선 서민들의 생활 기반이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 농민공(農民工) 가사도우미 등 3억 명 이상의 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들이 실직과 거소 상실 등의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들의 피해에 대한 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민들의 정서적 불안도 상당히 심화된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 사망자에 대한 정상적인 절차 없이 장례를 치름으로써 유가족들은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외국과 비교하더라도 중국인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무력감에 봉착하게 되었다. 서구, 한국, 일본, 대만 등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복귀한 데 비해 중국은 여전히 봉쇄 위주의 방역을 지속하였기 때문이다.

 

   결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가 크게 손상되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생겨난 것에 비하면 자영업 기반의 와해 등 경제적 피해는 소소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부동산 시장 규제; 三道紅線>

 

   2020년 8월 정책당국은 부동산 개발회사들을 대상으로 강력한 유동성 개선 조치를 취하였다. ► 선수금을 제외한 부채 총액이 자본금의 70% 이상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 ► 순부채비율(부채 총액에서 유동성 자산을 제외)의 상한을 자기자본의 100%로 설정, ► 단기부채비율이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등 세 가지 기준, 소위 “3도홍선”을 설정하였다. 이 비율을 하나라도 초과하면 신규 대출을 금지하고 기존 대출을 상환토록 하였다.

 

   이 조치는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共同富裕·모두가 잘사는 사회)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추진한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의 일환이었다. 시진핑 주석이 “주택은 거주하기 위한 것이지 투자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방부초(住房不炒)론을 제기하였는데 이 취지에 맞춰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이 조치를 취한 것이다.

 

   국가 주석의 발언을 실현하기 위하여 과격하면서도 급진적인 정책을 전격적으로 시행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결과 부동산 시장에서 20년 이상 지속된 자금 흐름을 일거에 중단시킴으로써 이 조치는 결국 부동산 개발회사들과 관련한 중국 경제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나게 하고 위험을 확대시키는 시발점이 되고 말았다12)

 

<요약과 시사점>

 

   최근 중국은 중국식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경제원리와는 다른 정책들을 스스럼없이 추진하여 왔다. 이 정책들은 종전에 중국이 취한 정책기조와도 배치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관건은 앞으로 이러한 방식의 정책 추진이 지양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의 정책들이 이어진다면 중국 경제의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고 할 수 있다. 

 

Ⅴ. 중국 경제에 대한 평가

 

   지금 중국 경제는 단순한 경기 하강 수준이 아닌 새로운 성장경로가 형성되어 가는 전환점의 단계에 이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것은 종전 고도성장을 뒷받침하던 중국의 내외 여건에 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이러한 변화가 가시화되었는데 그로 인한 경제성장경로가 새롭게 형성될 것이다. 

 

   새롭게 형성될 경제성장경로로써 일인당 국민소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새로운 경제성장경로에 따르면 중국은 자신들이 세운 경제적 수량 목표를 달성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현재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 계획에 따르면 2035년에 중등선진국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예상하는 중등선진국 수준은 명확하지 않은데 그 수준을 대략 2만 달러로 잡으면 앞으로 15년간 연평균 5% 이상 성장하여야 한다13). 하지만 IMF가 금년에 발표하였듯이 2020년대 후반의 경제성장률이 3%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 당국의 의도대로 경제성과가 나오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요인 이외의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중국 경제는 저성장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농후하다고 하겠다. 시진핑 정부의 이념 중시 정책 기조와 정치 우선적인 대응 행태 등이 특히 문제가 된다. 시진핑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부정적 견해들이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14).

 

   정치 체제와 장기 경제발전의 관계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 경제에 대해 장기 전망이 좋을 리 없다. 정치 제제와 경제발전의 관계는 대략 다름 그림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독재국가들이 한 차례 경제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정치 체제를 민주화하지 못하면 경제적 성과를 유지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만일 시진핑 정부가 중국식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독재국가로서의 성향을 점차 강화한다면 중국은 아래 그림의 “성공한 독재국가”의 경로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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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의 동향은 China Briefing (https://www.china-briefing.com)을 주로 참조하였다.

2) 중국 경제에 관한 보다 자세한 논의는 다음의 IMF의 정례 정책협의 보고서를 참조하기 바람. IMF, People’s Republic of China: 2022 Article IV Consultation, Staff Report, December 19, 2022.

3) 우리나라의 경우 1991년 투자율이 41.2%에 달하여 가장 높았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급격히 낮아진 이후 최근에는 3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4)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 등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미리 대비하지 못하여 사안이 악화되는 위험 요인을 지칭함. 중국 당국자들도 이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구체적으로 그림자 금융과 부동산 거품, 국유기업의 과도한 부채, 지방정부 부채 등을 그 예로 지적하였음. 충분히 예상된다는 점에서는 예측과 대비가 어려운 블랙 스완(Black Swan)과 다름. 그러나 만일 위기 형태로 실제 발생하면 경제적 충격이 막대하다는 것은 두 현상이 같음. 

5)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시진핑 정부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강조하고 있음

6) 이에 관해서는 제4장에서 별도로 논의할 예정

7) 미중 갈등의 전개 과정에 대해서는 정대희 등, 『미중갈등 시대에 대외여건의 구조 변화와 대응방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보고서 2021-8, 2021을 참조

8)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대중국 강경 정책을 이거어가는 바이든 정부의 전략을 Trumpism without Trump라고도 부름

9) 한편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제재 방식에서 이미 미국의 힘이 약화된 것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음. 미국의 독자적인 제재가 아니라 동맹국 등과 협력하여야 하는 데다 거의 모든 부서를 동원하여 온갖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점도 이런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 되고 있음

10) US Chamber of Commerce, U.S.-China Decoupling: Macro Trends and Industry Impacts, 2021.

11) 이에 관한 보다 자세한 논의는 표나리, ‘백지시위’와 중국의 시민사회, 외교안보연구원, 2023. 참조

12) 그 정책의 과격성으로 인하여 정치적 반대 세력이나 정적과 연루된 일부 건설회사를 고사시키려는 의도에서 추진한 정책이라는 해석도 나옴

13) KIAT(한국산업기술진흥원) “중국의 중장기 발전 전략,” [애자일] 2021년 제6호.

14) 다음과 같은 논의들을 참조하기 바람

   Ian Johnson, “Xi’s Age of Stagnation; The Great Walling-Off of China,” Foreign Affairs, August 22, 2023.

   Adam S. Posen, “The End of China’s Economic Miracle; How Beijing’s Struggles Could Be an Opportunity for Washington,” Foreign Affairs, August 2, 2023.

   Elaine Dezenski, “How Xi Jinping’s Policies Could Lead China to Economic Implosion,” The National Interest, July 18, 2023.

   The Economist, “How Xi Jinping is Damaging China’s Economy,” May 26, 2022.

   Michael Schuman, “The Undoing of China’s Economic Miracle,” January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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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9월18일 17시18분
  • 최종수정 2023년09월17일 15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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