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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1월25일 20시2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58분

작성자

  • 김종석
  •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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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낮은 경제성장률, 줄어들지 않는 실업, 늘어나지 않는 소비와 기업투자, 늘어나는 가계부채등으로 한국 경제가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경제 위기로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경제활동을 더 위축시킨다. 
 
물론 국민들이 우려하는 경제 위기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고 많은 국민들이 그 때의 고통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1997년의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다시 그런 돌발적 위기상황으로 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1997년의 외환위기는 사람 건강에 비유하여 표현하면 심장마비와 같은 급작스런 생명의 위협이었다고 할 수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도 심장마비와 같은 돌발적인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체력이 강한 사람은 적절한 조치만 취하면 곧 건강을 회복 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당시 한국경제의 체력이 비교적 튼튼했기 때문에 외환위기를 겪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또 체력이 약한 사람은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도 폐렴과 같은 치명적 질병으로 도질 수 있듯이 체력이 약한 경제는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같은 일시적인 충격에도 바로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외부 상황이 악화될 때 이로 인해 과연 한국 경제가 다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지금 한국 경제의 체질과 체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평가해보면 그 가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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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이 회복이 빠르고 체력이 약한 사람은 회복이 느리거나 자칫 치명적 합병증으로 발전하듯이, 체력이 강한 경제는 외부의 충격이나 일시적 불경기를 쉽게 극복하고 곧 정상을 회복하지만 체력이 약한 경제는 별 것 아닌 외부의 충격에도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다. 1997년에 우리가 경험한 외환위기도 우리 경제의 자기 회복 능력이 상실되어 외부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당한 급성 위기였다. 그렇다면 한 나라 경제의 체질, 즉 경제의 자기 회복능력은 무엇이 결정하며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국가경제도 하나의 생산단위다. 그 나라에 존재하는 생산 요소를 투입해서, 그 나라 국민이 원하는 생산물을 만들어 내는 거대한 하나의 조직이다.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수량과 생산되는 생산량이 비율을 국가생산성 또는 국가경쟁력이라고 한다. 국가생산성이 높은 경제가 바로 국민소득이 높은 경쟁력 있는 경제다. 따라서 우리가 경제체질을 강화해서 경제위기를 다시 겪지 않으려면 국가생산성을 높이고 경제구조를 유연화해서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내부적으로 분산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생산성을 높이고 유연성을 높이는 방법은 논리적으로는 간단하다. 투입량과 산출량의 비율을 극대화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요소의 공급과 배분이 적재적소에 이루어 져야 하고 요소시장이 시장원리에 따라 작동하도록 유연해져야 한다. 가장 으뜸 되는 생산요소는 물론 사람이고 이를 공급 배분하는 시장이 바로 노동시장이다. 지금 한국의 노동시장에는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고 있다. 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이 아니다. 노동시장 개혁이라고 나온 방안들은 오히려 노동시장을 더 경직적으로 만들고 기업들로 하여금 사람들 고용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은 부문의 인적 물적 자원을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은 부문으로 이전시켜야 나라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지난 20여년간 정치논리와 평등논리에 의해 잘되는 부문의 성장을 억제하고, 이를 통해 자원을 생산성이 낮은 부문으로 강제적으로 이전시키고 있다. 한국경제의 생산성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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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마비와 같이 급작스런 질병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암과 같이 서서히 진행되는 질병도 결국은 사람을 죽이듯이 나라경제도 외환위기와 같은 돌발적인 위기만이 위기가 아니라, 알지도 모르는 채 진행되다가 문제가 있는 것을 알았을 때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이 생명을 잃게 되는 난치병과 같이 나라 경제도 서서히 알지도 못하고 죽어갈 수 있다.
 
지금 한국경제를 잠재적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성장잠재력의 하락이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 말 8%대였다. 그 때는 연 10%는 성장해야 호황이라고 생각했고, 성장률이 6%만 돼도 불경기라고 아우성 치곤 했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3%대다. 5%만 돼도 경기가 호황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잠재성장률이 0%가 될 수가 있다. 바로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지고 한국경제가 장기불황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엔진이 꺼진 후에는 말기 암과 싸우는 것과 같이 엄청난 고통과 비용을 치러야만 하고 한국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것이 한국경제가 지니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다. 금년 성장률이 작년보다 높았느냐 낮았느냐를 놓고 일희일비 할 때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감기 몸살을 간신히 극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회복 불능의 난치병이 우리 경제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에 점점 퍼져가고 있는 이름 모를 난치병이 한국 경제의 생명을 위협하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개혁과제다. 이념과 노선의 문제가 아니다. 갈라먹고 나눠먹기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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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1월25일 20시2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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