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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09월21일 21시0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4시23분

작성자

  • 나은영
  •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대학 교수, 사회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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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속 마음을 있는 그대로
​뜨거웠던 여름,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가 보여 준 행동들이 하나같이 그의 속 마음과 일치했기 때문일 것이다. 속 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검소한 척 소형 차를 타고, 겉으로만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하는 척 했다면 국민들은 감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겉과 속이 일치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진정성’을 지닌다. 그리고 이렇게 진정성을 지닌 커뮤니케이션은 상대의 심금을 울려 서로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깊은 뜻을 공유하게 된다.
누구나 소통을 잘 하고 싶어 하지만 잘 안되는 이유는 어쩌면 너무 잘 하는 것처럼 ‘보이려’ 하는 데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런 꾸밈 없이 속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다른 어떤 소통 테크닉보다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일치적 의사소통이란
 ‘일치적 의사소통’이란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의 기대와 열망이 겉 표현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사티어(V. Satir)라는 학자는 가족커뮤니케이션을 깊이 연구하면서 빙산 의사소통 모델을 개발했다. 빙산의 특성은 위에 보이는 부분보다 아래 보이지 않는 부분이 훨씬 더 크다는 데 있다.
​ 빙산의 가장 아래쪽에는 ‘열망’이 있고 바로 그 위에 ‘기대’가 있다. 이러한 열망과 기대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이렇게 보이기도 하고 저렇게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지각(perception)’이다.
예를 들어, 아들이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했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열망’이 맨 아래 자리 잡고 있다면, 그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그 날 해야 할 공부를 잘 하고 있는 행동을 ‘기대’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퇴근해 보니 아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다면, 이러한 어머니의 열망과 기대에 비추어 볼 때 그 행동은 매우 한심한 것으로 ‘지각’된다.
‘어떻게 보이는지’ 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현실이다. 사실 그 아들은 어머니가 집에 도착하시기 전까지 열심히 공부하다가 정말 아주 잠깐 컴퓨터 게임을 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한심하게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렇게 한심하다고 지각되면 분노나 슬픔과 같은 ‘감정’이 생긴다. 바로 여기까지가 빙산 아래에 있는 부분으로, 다른 사람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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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적 의사소통이란

열망, 기대, 지각, 감정 – 이 네 가지 중 비교적 표면에 있는 ‘감정’에 의해 대처방식과 생존방식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각자의 대처방식에 따라 드디어 ‘행동’이 나타나는데, 이 행동에는 언어적인 표현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을 본 어머니의 경우, 화가 났을 때 터뜨려버리는 유형이라면 즉각 화를 낼 것이고, 참는 유형이라면 분노를 안으로 삭인 채 다른 행동을 보일 것이다.

 일치적 의사소통이란 마음 속 깊은 곳의 열망과 기대에 일치하는 내용을 맨 마지막 순간의 행동(언어 포함)으로까지 보이는 것이다. 위의 사례에 해당하는 어머니의 경우, 마음 속의 열망은 아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맨 마지막에 내뱉는 말은 “너 계속 그럴 거면 이 집에서 나가버려!”와 같은 불일치적 의사소통이 되어버릴 수 있다.

 우리가 평소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무심코 내뱉는 언어가 과연 일치적 소통에 가까운지 불일치적 소통에 가까운지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일치적 의사소통만 잘 해도 불필요한 오해 없이 행복한 관계를 유지해 갈 수 있다.

직접, 부드럽게, 솔직하게

어떻게 하면 일치적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을까? 위에 소개한 빙산 모형의 윗부분부터 상황, 사고(思考), 감정, 기대와 열망 순으로 쿨(cool)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물론,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것이 매우 중요한데, 분노 조절 방법은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기로 한다), 발생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가능하면 ‘너는...’이란 표현보다 ‘나는...’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내가 퇴근해서 보니 아들이 컴퓨터 게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네.” 이렇게 상황을 표현하는 것이 “너는 언제부터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거야.” 또는 “너는 왜 맨날 그 모양이니?” 하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나의 ‘사고’ 과정을 이야기한다. 즉, ‘이 상황을 보니 나는 이런 생각이 드는구나.’ 하고 역시 쿨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숙제는 다 했을까, 밥은 먹었을까, 저렇게 게임을 많이 해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사고 과정을 이야기한 다음에 바로 이어 “그래서 나는 걱정이 된다.” 또는 “그래서 내가 좀 울적해진다.”와 같이 ‘감정’을 표현한다. 이 역시 ‘나는...’ 이라는 표현이 더 좋다. ‘너는...’으로 시작하면 필경 “너는 그렇게 해서 어디 대학이나 갈 수 있겠니?” 또는 “너는 너 자신이 한심하지도 않니?” 하며 좋은 말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맨 마지막에 기대와 열망을 이야기한다. “나는 네가 남은 몇 달 간이라도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고 공부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래서 네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면 나도 정말 기쁠 것 같아.” 이렇게 이야기했다면, 그 어머니의 실제 마음 속에 있는 기대와 열망을 겉으로 일치하게 잘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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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적 의사소통을 쉬운 말로 표현하면 ‘직접, 부드럽게, 솔직하게’ 속 마음을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관계를 상하지 않고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더 쉬워진다.

예를 들어, 남편이 아침에 출근하면서 재활용 쓰레기를 버려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주부가 “이거 맨날 내가 버려야 해?”하고 이야기했다면, 이것은 불일치적 의사소통이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려달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도 않았고 그나마 표현 방식도 부드럽지 않았기 때문에,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원하는 것을 얻지도 못하고 관계만 상하게 되기 쉽다.

 반대로, 원래 그 주부가 마음에 있던 열망을 그대로 “출근하시는 길에 이 재활용 쓰레기 좀 버려주세요. 그러면 저도 신이 나서 다른 일들이 더 잘 될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다면, 원하는 것을 직접 솔직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일치적 의사소통이 된 것이고, 그 내용을 부드러운 방식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도 상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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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9월21일 21시0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4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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