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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전반기를 평가한다.(1) 정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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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9월24일 23시0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40분

작성자

  • 김형준
  • 배제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석좌교수(정치학),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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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박근혜 정부 전반기를 평가한다.(1) 정치

 


열심히 일한 것은 맞지만 정치 갈등 심화

행정 독주적 사고에서 벗어나 정치 복원을 

 

박근혜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그런데 사람마다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다. 

“벌써 임기가 반이 지났느냐”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임기가 반이나 남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전반기를 냉정하게 고찰해 보면 몇 가지 특성이 발견된다. 

 

널뛰기 지지율  

 

첫째, 대통령 지지율의 널뛰기 현상이다. 집권 초기 60%대에 이르렀던 지지도가 최근에는 30%대로 급락했다. 한국 갤럽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2013년 9월 둘째 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당시 67%를 기록하며 꼭짓점을 찍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지지율은 40%대로 떨어졌고, 지난해 말 이른바 청와대 3인방 논란이 불거지고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30%대로 내려갔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지뢰․포탄 도발로 촉발된 남북간 군사적 위기 상황을 원칙 있는 대처로 잘 해결함으로써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남북 고위급 협상 타결이후 실시된 한국 갤럽 조사(8월25-27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잘 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49%로,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44%)보다 앞섰다.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앞선 것은 작년 11월 첫째 주 이후 10개월 만이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가장 많은 38%가 '대북/안보 정책'을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주관, 소신/여론에 끌려가지 않음'(15%), '열심히 한다/노력 한다'(12%), '안정적인 국정 운영'(5%) 등이었다. 

 한편, 부정 평가 이유로는 '소통 미흡'(18%)과 '경제 정책'(18%)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13%) '리더십 부족/책임 회피'(7%) 순이었다. 

 

 문제는 이런 긍정, 부정 평가에 대한 이유들이 자난 2년 6개월 동안 거의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소통 부재는 현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등장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기자 회견,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수시로 국민들과 만났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단 2번의 기자회견을 가졌을 뿐이다. 특히 야당과의 대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장관들에게 “대면 보고가 필요 하십니까?”라고 반문할 정도로 국정 운영이 폐쇄적으로 흘렀다. 

 

 그런데도 특이한 것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대형 위기가 발생해도 3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른바 ‘30% 콘크리트 지지율’이 작동하고 있다. 더욱이, 세월호 침몰, 성완종 리스트 등 대형 악재가 나와도 여당은 지방 선거 및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런 다소 모순적 결과들이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현 정부는 일을 잘하고 있다”고 인식하면서 마이웨이 정치를 펼치게 하는 동인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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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공약들 집권 초기부터 줄줄이 파기

 

둘째, 현 정부는 집권 초기 너무나 많은 국정 어젠다를 제시했고 핵심 공약들이 줄줄이 파기됐다. 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창조 경제, 비정상의 정상화(적폐 청산), 통일대박, 경제 혁신 3개년 계획, 규제 개혁, 국가 개조, 4대 개혁 등을 연이어 제시했다. 그런데도 “정권 초반부터 중반까지 개혁 목표가 오락가락했고, 프로그램도 정밀하지 못했으며, 정치권과 언론 등을 개혁 우군으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손에 잡히는 성과 없는 나 홀로 개혁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경제 민주화를 필두로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제, 여성의 대표성 제고, 전시 작전권 전환, 대탕평 인사,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에 20만원 지급, 4대 중증환자 국가 책임, 공기업 낙하산 인사 금지 등 지난 대선에서 제기됐던 핵심 공약들이 집권 초기부터 줄줄이 파기 또는 변질됐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아이콘인 ‘원칙과 신뢰’를 정부 스스로 훼손시키는 일이 빈번했다. 

 

셋째, 정치가 무시되고 행정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행정 독주 시대”의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결과적으로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로 풀지 못하고 잘못된 일들을 모두 정치 탓으로 돌리고 대통령과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했다. 정치를 무시하다 보니 ‘헌정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등장했다. 최근의 사례에서 보듯이, 집권당 원내 대표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퇴출되는 전무후무한 일이 발생했다. 

 

정치 갈등이 심화에 민생은 더 악화

 

 넷째, 박 대통령이 국회와 야당을 준중하고,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역대 정부와 비교해 정치 갈등이 심화되었다. 중앙 선데이가 정치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청와대와 여당 간 갈등이 1987년 헌정체제 이후 역대 정권 중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심했다. 박근혜 정부의 당․청 갈등도는 4.95를 기록, 역대 정권 평균(3.52)을 웃도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집권 전반기에 청와대와 여당 간 갈등이 이렇게 심했던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청와대와 야당 간의 갈등(6.15)도 노무현 정부(6.3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현재의 청-여, 청-야 간 갈등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엔 응답자의 78.9%가 청와대를 꼽았다.

 

 다섯째, 현 정부는 ‘국민행복의 시대를 열어 가겠다.’고 했지만 역대 정부와 비교해 민생이 더 악화되었다. 국가미래연구원이 단기적인 국민들의 체감 살림살이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만든 ‘민생 지수’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분기 99.7을 기록한 이후 연속 7분기 째 하락하다가 8분기(2년) 만에 처음으로 소폭 반등했다. 문제는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 현 정부의 민생 지수는 훨씬 낮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현 정부 출범이후 경제가 추락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가계 부채가 늘어나면서 민생 경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1%는 열심히 노력해봤자 계층 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국민들의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엔 75.2%에서 2015년 81%로 2년 새 5.8%p 상승했다. 심각한 것은 20대 청년층에서 부정적 응답률은 2013년 70.5%에서 2015년 80.9%로 10.4%p나 악화됐다. 청년층의 실업률과 비정규직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계층 상승의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하튼 이런 조사 결과들은 현 정부의 정책이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전반기를 요약해서 평가하면 열심히 일한 것은 맞지만 정치 갈등이 심화되면서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야당은 “무능과 무책임의 2년 반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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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무엇을 해야 하나?

 

국정 어젠다 선택과 집중, 불통접고 소통, 통치 스타일 바꿔야

 

첫째, 무엇보다 국정 어젠다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새로운 어젠다를 발굴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기존의 과제 중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설정해야 한다.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국민 여론에 부응하는 정책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령, 국민들은 계층상승 사다리를 강화하는 정부 정책으로 소득재분배 정책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 46.7%는 '고소득층 세금 확대를 통한 중산층·서민의 복지 확대'를 꼽았고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소득 증대'는 33%, '사교육비·주거비·의료비 등 지출부담 완화'는 20.3%를 차지했다. 이런 국민들의 요구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 경제’ ‘증세 없는 복지’.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 정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집권 후반기부터는 기존의 통치 스타일을 바꾸어야 한다.

 무엇보다 폐쇄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개방적으로 바꾸고 집단 지성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윤여준 전 장관은 국정 수행의 공적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중세시대 궁정 정치식 국정운영을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의 의사결정 구조가 매번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분명하지 않다“며 “공적 제도에 의해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 ‘만기친람식 행태’에서 벗어나 총리와 장관들에게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 또한 야당과 수시로 만나 노동개혁과 같은 국가 미래 이슈를 높고 토론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셋째, 박 대통령은 ‘정부 3.0시대’에 걸 맞는 행동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현 정부는 ‘공개, 공유, 협업‘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 3.0 시대’를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2년 반 동안 투명하고 효율적인 대한민국의 기틀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박 대통령은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 국정운영 최고 책임자가 무엇인가를 숨기고 책임을 회피하면 국민들은 피곤하고 분노하게 된다. 

 

 이제 박 대통령은 힘들지만 역사에 남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불통을 접고 소통으로 나아가야 한다. 행정 독주적 사고에서 벗어나 정치를 복원시켜야 한다.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대탕평 인사를 통해 국민대통합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슬로건 정치’에 빠지지 말고 추락하는 경제를 막을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로부터 욕먹지 않고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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