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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경쟁력 ‘적신호’, 전향적 환율정책 제시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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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6월23일 18시2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2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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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경쟁력 ‘적신호’, 전향적 환율정책 제시해야

 

"우리는 국제통화전쟁의 한 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이 전쟁이) 우리의 경쟁력을 앗아가고 있기에 지금 우리는 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We’re in the midst of an international currency war, a general weakening of currency. This threatens us because it takes away our competitiveness.)" 

 

 지난 2010년 9월 브라질 재무장관 귀도 만테가가 G20회의를 앞두고 당시 주요 국가들의 통화전쟁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처음으로 통화전쟁이란 단어가 공식석상에서 등장한 계기가 되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약 5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산업계가 처한 상황을 잘 표현하는 말인 듯하다.

 우리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최근 3년 사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재은행(BIS) 통계에서 비교 가능한 61개국 환율 변화율을 보면 올해 4월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2012년 4월에 비해 20.2% 올라 이들 국가 중 1위였다. 다시 말하면 통화전쟁의 가장 큰 희생양이 한국이라는 의미도 될 수 있다.

 

 환율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0%나 되는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5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0.9%나 감소해 연초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다가 월 감소율로는 5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산업별 수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석유제품은 40% 감소했으며, 가전은 35% 감소, 선박은 33% 감소, 석유화학 23% 감소, 철강 19% 감소했다. 수출 감소 추이를 보인 이 업종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대표 산업으로 분류되는 산업이라 걱정이 크다. 국가별로도 대중 수출은 3.3% 줄어 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고, 대미 수출 역시 7.1%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둔화 등이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최근 엔저 쇼크라고 표현되는 것처럼 환율변수가 대미수출 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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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주요국들의 양적 완화 기조가 쉽사리 끝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앞두고도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기조는 아랑곳하지 않는 기세다. 특히 자동차 등 주력업종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 큰 변수다. 골드만삭스와 노무라증권 등 주요 해외 투자은행에 따르면 일본중앙은행이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인 9월이나 일본은행이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10월 전후로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전망이다. 또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투자를 확대하면서 엔화 약세가 더 심화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앞으로 2년에서 3년 정도 엔저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으니 앞으로 산업계가 입을 타격이 얼마나 클지 눈앞이 캄캄하다.

 

 중소기업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수출중소기업의 78.7%가 올해 상반기 수출 전망에 대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감소할 것’으로 답했다. 기업 열 곳 중 여덟 곳이 수출실적이 전년 이하라고 응답한 셈이다. 특히 응답 업체의 53.7%는 올해 수출에 최대 악재로 ‘엔저 등 불안정한 환율 변수’를 꼽았다고 한다. 일본제품과 경합하는 중소업체 입장에선 올해가 기업 존망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경제 전체적으로도 장기간의 수출 악화가 경제 전반에 악순환을 부르는 뇌관이 될 공산이 크다. 수출 감소가 매출 감소로,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악순환 말이다. 이럴 때,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청년일자리다. 15세에서 29세의 청년층 실업자가 크게 늘고, 구직을 포기하는 이들도 증가하는 등 고용사정이 개선되질 않고 있다. 최근 5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을 살펴보니 청년층 실업률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 포인트 상승한 9.3%로 나타났다. 증가인원을 연령대별로 따져보면 청년층 실업자가 전년동월대비 4만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전 연령층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지금과 같은 수출 악화 상황이 지속되면 이 수치가 얼마나 떨어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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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역시 통화전쟁의 한 가운데에 서있다. 그들의 전쟁이 우리 주력 수출업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먼 미래를 바라보고 제품과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노력해야겠지만, 지금 이들에겐 생존이 급선무다. 무엇보다 정부가 현재 난국 타개를 위해 적극적인 환율대책을 내놔야 한다. 수출이 최악의 상황에 다다르고 있는 만큼 환율대책 외에도 규제완화, 세제지원 등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케 하는 특단의 조치를 제시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통화전쟁의 희생양이 되어선 곤란하다. 정부의 전향적인 대책을 기대해 본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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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6월23일 18시27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7일 22시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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