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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바꾸려면 선거구를 넓혀야 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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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1월16일 19시5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2시04분

작성자

  • 이달곤
  • 前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前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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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바꾸려면 선거구를 넓혀야 한다.

통일한국을 상정하고 개혁에 시동을 걸 때 먼저 착수하여야 할 일이 적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정치부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본다. 현 상황에서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경제와 기술의 고도화는 물론 사회통합이나 전략집행도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정치를 일거에 바꾸는 빅뱅(big bang)이 가능할 것인가? 그것은 어렵다. 지금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혁명의 시기를 지났기 때문이다. 민중의 불만과 욕구의 노끈이 포탄의 뇌관에 닿아있질 않다.

 

 장기적 차원에서 그러나 근본적으로 정치를 바꾸려면, 우선 정치하는 사람을 투입하는 곳(input)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과학적이다. 그것은 선거제도이다. 선거제도의 개혁은 이론가들의 논리를 이해하면서도, 한국의 고질적 문제와 변화된 상황을 잘 고려하여 미래비전에 연결시켜야 한다.

 

 필자는 “중대형 선거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제도는 한국의 중앙정치가 안고 있는 고질적 지역주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물이 나는 정치권 대립의 근간에는 영호남의 지역대결구도가 있음은 누구나 아는 바다. 물론 세대간 이념갈등도 가볍지 않지만, 그것 역시 지역구도에 편입되어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지역 내부에서는 정치보스(boss) 중심의 비민주적 공천으로 새로운 인물의 출현이 막힌 상태이다. 간혹 새 인물이 들어와도 지역보스의 날개 밑에 머물러야 하는 구태와의 키스에 실망한다. 이러한 경향은 이미 고착화 수준에 이르러서 제도개혁 없이는 개조가 어렵다. 인재의 풀을 분리하고 격리하여 경쟁시키면, 한물에 함께 경쟁시키는 것보다 훌륭한 인물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진다는 것은 이론이 입증하고 있고 현실에서 나타  난지 오래되었다. 두 지역 간에는 인재의 교환도, 교류도 오래 동안 막힌 상태다. 영남에도 호남에도 주민들의 선호에 부합하게 다른 정당을 배경으로 하는 사람들도 정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구를 넓히면 지역마다 정당소속이 다른 국회의원들이 나와서 다른 주장을 할 것이고, 다른 서로 지역민의 욕구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다. 이미 40%를 넘는 주민이 다른 정당인을 선호하는 지역이 있지만 한 사람의 대표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면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대폭 줄어들 것이고, 수많은 직장에서 균형인사를 통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유능하고 훌륭한 인물이 중앙정치권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넓혀가야 한다. 선거구가 좁으면 선거전문가가 판친다. 큰 인물들이 국정을 맡으면, 대국적 관점에서 사회갈등을 풀 것이고, 정치공학은 뒤로 밀려날 것이며, 나라의 국제 경쟁력은 물론 통일에도 과감하게 도전할 것이다. 통일한국의 양상은 남북한 정치인재들의 수준에 따라서 영향을 받을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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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소선거구제는 지방자치제가 탄생하기 이전의 논리와 기계적인 인구수로 세분화된 것이 문제다. 중앙정치의 권역이 지방행정구역의 획정논리에 따라서 너무 행정적 관점에서 구획되어 있다. 대도시의 경우, 인위적으로 획정된 구(區)를 또 다시 인구수를 기준으로 동별로 나누어서 2-3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또 다시 광역의원, 기초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의 논리는 편의주의임이 분명하다. 선거가 용이하기는 하지만, 통합적 중앙정치의 발전에 맞는 복수의 큰 인물을 선출하는 데는 분명 장애가 됨을 많이 보아왔다. 중소도시나 농산어촌의 경우에도, 주민 편의시설 만들고 유권자와의 친밀도를 높여야 할 일꾼은 광역과 기초의 지방의원들이 중첩적으로 선출되어 있다. 국회의원들이 표를 의식하여 선거구민과의 유대강화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자신을 지옥구(地獄區) 출신이라고 부르는 현실을 개선하여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가단위의 과제에 전념하여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표를 의식하여 자기 지역구의 SOC 사업에 과도하게 매달리면서 생기는 폐단은 심각한 수준이다. 투자과잉으로 효율성 저하는 물론이고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일본의 재정적자와 침체가 과도한 지역투자사업으로 인한 것임을 보았다. 우리는 이제 과도한 SOC 투입을 억제하여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SOC 투자는 물론이고 안전이나 복지도 지방이 각기 책임지고 색깔 있게 해나가야 한다. 통일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의 수직적  기능분업를 보다 명확하게 구분하여 중앙정부의 일과 지방정부의 일을 구분하고 그 책임자도 구분하여 나가야 한다. 

 

 대단위 선거를 하게 되면 틀림없이 표의 대표성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선거자금이 많이 들 것이라고 걱정한다. 기우라고 본다. 현실은 투표자를 대상으로 하는 돈 선거는 사라진지 오래다. 지역이 넓어지면 선거꾼의 고용이 더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비리는 소지역의 지방의원 공천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광역화하여 다수가 국회의원이 되면 이러한 비리를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선거구의 광역화에 대하여 부정적인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당장은 소선거구제에서 제왕의 자리를 차지한 기성 정치인들이다. 영호남의 국회의원과 농촌지역에 이러한 분들이 많다. 농촌지역의 경우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영호남 도시의 경우에는 이 분들의 사익추구행태를 교정하여야 한다. 공론이 형성되고 언론이 제대로 역할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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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자들 중 일부는 과거 제4, 5공화국 시절(9대-12대 국회)에 실시한 적이 있는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가 여야 밀월당선을 보장하는 것이어서 논의의 가치도 없다고 한다. 민주주의에 역행한다고 한다. 그때는 그랬다. 이제는 다르다. 정치수준이 달라졌고, 지방자치가 실시되었고, 지역주의는 더욱 기승이어서 소선거구제가 안고 있는 문제가 누적되었다.

 

 3-5명을 뽑는 선거구도 생각해볼 수 있다. 대도시의 구(區)단위가 시민생활에 얼마나 의미 있는 지리적 구분인지 납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행정구(行政區) 지역 안에서 2-3명을 또 다시 갑을병으로 구획지어서 뽑을 필요가 있을까? 대도시의 경우 이번에 타결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해당사자들이 입장이 서로 달라서 정치발전의 명분을 확산하면 모두 수용할 확률이 높다.  

 

 독일식 명부제나 전국구의 수를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공천과정을 보면 공천권을 행사하는 사람은 제왕에 부럽지 않은 권력을 행사한다. 현재 정당민주화 수준으로서는 그 규모를 늘리는 데 찬동하기 어렵다. 다만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분들을 좀 더 국회에 보내는 것은 우리사회의 통합과 성숙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전국구의 개편도 이러한 논리에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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