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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改憲) 논의와 대중(大衆) 독재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5월06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04일 16시18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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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이 민주당 대승으로 끝나자 곧바로 개헌 얘기가 민주당 쪽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총선을 통해 국민들이 민주당에 압도적인 대승을 안겨준 것은 이제 민주당이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라고 국민들이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자신감을 여권이 얻은 것처럼 보인다. 

 

개헌논의와 관련해 먼저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발안제(國民發案制) 원 포인트(one point) 개헌 얘기가 나오면서 개헌 얘기가 여기저기서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불거져 나왔다.

 

단임 대통령제를 대통령 중임제로 바꾸고, 책임총리제를 도입하자는 얘기도 나온다.

토지공개념(土地公槪念)을 헌법에 명시하자는 주장도 있다.

 

봇물 터지듯 개헌 얘기가 나오자 급기야 민주당 지도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회생문제가 우선이라며 개헌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이 말은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하기는 하겠다는 의중인 것이다. 민주당 안에는 그동안 개헌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세력들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지금은 아니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개헌 얘기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미리미리 개헌 필요성과 당위성, 그리고 개헌 방향과 개헌안에 대해 사회적으로도 차분하게 심사숙고(深思熟考)하는 과정을 밟아놓으면 국론을 모으는 데에도 큰 혼란이 야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장 거론된 20대국회에 발의된 원 포인트(one point) 개헌안인 국민발안제가 있다. 여권은 법안이 자동폐기되기 전에 처리하자는 뜻으로 이 개헌안을 논의하자는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개헌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 자체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국민들이 충분히 개헌안에 대해 논의하고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정치권에서 벼락치기로 국회에서 처리한다면 추후(追後)에 국민투표에 부처진다해도 국민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기 보다는 선동에 휘말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민 참정권 확대라는 측면에서 명분상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여론을 몰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유신헌법이 국민투표 91% 이상 참여,  91%를 넘는 절대적인 찬성으로 탄생했다는 과거를 돌아보면 국민발안제 개헌안도 다수 여당이 드라이브를 건다면 국민투표 통과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없이 국민발안제가 이루어지고 대의정치제도가 구비돼 있는데도 다수 집단이 개헌안이나 중요법안을 직접 제안하는 국민발안제를 활성화한다면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독재(大衆獨裁)가 만들어질 소지가 다분히 있을 것이다.  

 

토지공개념도 치솟는 아파트 값을 잡기위한 수단으로 몰아간다면 국민이라는 다중의 이름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해도 좋다는 대중독재의 길을 열 수도 있음을 미리 염두에 두고,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안에서 나오는 얘기 중에는 이익공유제라는 말도 있다.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헌안은 자유보다는 평등을 더 추구하는 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언론의 지적대로 사회주의 성향으로 개헌을 몰아가는 것 아니냐는 강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Pandemic)을 겪으면서 작은 정부보다 정부 역할이 더 커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를 타고 사회주의 성향의 개헌 바람이 불어오지 않을까 점쳐지기도 한다.

 

물론 우리 사회가 자유시장경제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고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파생되는 자본주의 폐단에도 눈을 감는다면 안 될 것이다. 이 시대에 맞게 법을 고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법으로도 억압할 수 없는 것이 생명이고 자유일 것이다. 어떤 형태의 법이든 이 기본 정신을 벗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우선 당장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그 속에 생명과 자유를 속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것은 일인독재이든 대중독재이든 어떤 형태이든 독재임에 분명하다.

 

법학자들은 독재를 막기 위해 권력으로부터 부당한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치주의(法治主義)를 이상으로 내걸고 있다. Rule of Law, 즉 법에 의한 법치주의를 위해서는 당연히 철저한 3권 분립이 선행돼야 하고 특히 사법부의 독립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중독재시대로 접어들면 과연 사법부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일인독재이든 대중독재이든 독재자도 법을 내세운다. 유신독재 때에도 국민투표로 찬성한 유신헌법에 의한 법치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독재의 법치는 ‘Rule of Law’가 아닌  ‘Rule by Law’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법학자들은 우려 한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 되지 않기 위해서는 특히 개헌에는 신중한 접근과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개헌이 예견된 일이라면 지식사회에서라도 먼저 미리미리 의제를 놓고 사전 검토와 논의가 선행돼야 할 시점이다.

 

충분한 사전 논의를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민도가 높아져야 할 것이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식인들이 차분히 논점을 따져보는 성숙한 사회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언론의 역할 일 것이다. 정확한 사실과 정보를 가감 없이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그래서 바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일 것이다.

민주당으로 기울어진 정치 지형 속에서 야당마저 시대정신을 담아내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개헌문제에 대해서 지식인 집단과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이 분명해 보인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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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06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04일 16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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