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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압류 제도, 이대로 좋은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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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5월12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5월11일 23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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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압박수단 등 악용사례 많아, 엄격 심사 등 개선 바람직

 

가압류제도란 ‘금전채권 또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채권에 대하여 장래 강제집행이 불가능하게 되거나 이행이 곤란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일반담보가 되는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하여 현상(現狀)을 보전하고, 그 변경을 금지함으로써 장래의 강제집행을 보전하는 절차’를 말한다. 가처분과 함께 집행보전절차를 구성한다.  

 

 통상적으로 채무자가 본안 소송의 판단 전에 자신의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예방하고, 나중에 나온 본안 소송 판결의 집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채권 등을 우선 동결시켜 두는 제도이다. 채무자가 재산을 숨기기 전에 신속하게 진행되는 조치이기에 증명이 아닌 소명만으로 법원이 결정하게 된다. 그 가압류 절차도 통상의 재판절차와 달리 신청 후 수일 내 가압류 결정이 나오게 된다. 보정명령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신속하게 진행되는 절차이다.

 

 이처럼 채권자 입장에서는 신속한 조치이고 법원을 통하여 단기간에 채무자 재산을 가압류할 수 있어 향후 진행되는 본안 소송 등 법적 절차에 있어서 든든한 담보가 된다. 가압류 자체가  적절하게 운용되는 경우라면 크게 문제 될 여지는 없다. 

 

  하지만 부당한 가압류결정인 경우 채무자는 대비할 기회조차 없이 엉뚱한 법원의 결정문을 받아들게 된다. 전속관할 위반, 허위채권에 기한 가압류 결정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채무자가 이를 취소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수일 만에 진행되는 채권자의 가압류 신청시의 경우와 대비하여 채무자는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의 본안 소송의 판결을 기다려 해결되는 경우도 다수이다. 양 당사자 사이에 너무나 공평하지 않다. 

 

  특히 채무자의 재산이 부동산, 동산인 경우에는 큰 문제는 없다. 이러한 경우의 가압류는 가압류 상태에서도 채무자가 그대로 사용하는 데에는 불편이 없다. 물론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발생한 경우 이를 금융기관에서 인지한 경우 해결을 독촉하거나 대출 연장을 해주지 않는 등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채권 가압류의 경우에는 채무자는 자금이 동결되어 실제 강제집행 당하는 것에 버금가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예를 들면 계좌, 신용카드 결제 통장이 가압류 되는 경우 매일 매일 다액의 결제가 진행되는 업체의 경우 그 타격과 충격은 너무나 크게 된다. 제가 아는 의뢰인은 이로 인하여 직원들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여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기업체의 경우에도 금융기관의 예금계좌가 가압류 되면 자금 운용에 지장이 초래됨은 물론이고, 통상 금융기관과 체결하는 대출약정에서는 예금계좌 등에 대한 가압류가 채무의 기한이익상실 사유로 규정되어 있어 가압류 그 자체가 심각한 타격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타격 때문에 채무자는 본안소송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다툴 기회조차 사실상 박탈당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절차적 정당성이 실체적 정당성을 이겨 버리는 이상한 결과가 도출된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아는 채권자들은 채무자의 가압류의 취소에 장기간이 걸리는 현실을 악용하여 자신의 채권이 불명확함에도 일단 채무자의 채권을 가압류하여 법원을 통한 힘의 과시로 채무자를 굴복시킴으로써 자신의 목적달성에 악용하려 한다. 절차법 분야에서 그 본래의 취지와 상당히 다르게 운용되어 문제가 되는 것들이 많다. 

 

  국내 연간 가압류 사건 수는 연간 100만 건인 민사 본안사건의 30%에 해당하는 약 30만 건에 달하는 수치라고 한다. 이를 두고 가압류가 ‘채무자의 책임재산 보전’이라는 본래의 목적이 아니라 채무자에 대한 압박이나 괴롭힘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법원이 개선을 시도하였지만 남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원의 가압류 인용률은 80~85%를 넘고, 현금 공탁이 아닌 보증보험에 의한 공탁이 가능하며, 부당 가압류로 인한 손해배상 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다. 특히 채권자가 허위 채권이 기하여 배임 등으로 형사 고소를 하며 고소장을 가압류의 소명자료로 제출하면 법원에서 거의 가압류를 인정하고 결정한다. 

 

  이에 법원에서는 보전의 필요성은 엄격하게 심리하여야 한다. 특히 앞서 언급한 부동산과 동산에 대한 가압류 보다 금융기관의 예금채권이나 거래 관계에 기한 채권에 대한 가압류는 채무자에게 너무나 큰 피해를 가할 수 있기에 엄격하게 심리하여야 한다. 채무자의 재정적 상황에 대한 고려를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일부 현금공탁만으로 피해가 보전되지도 않는다.  

 

  가압류에서도 원칙적으로 채무자에 대한 심문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절차적 개선이 필요하다.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우선적인 절차의 보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채권자에게 보증보험 증권이 아닌 현금으로 인한 공탁을 보증금으로 제공하도록 하여 형평성을 구하여야 한다. 그 금액도 현재보다 상향 조정하여야 한다.    

 

 현재 실무에서는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부당한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을 집행한 경우 그 보전처분의 집행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인정한다. 특히 그 집행 후에 집행채권자가 본안 소송에서 패소 확정되었다면 그 보전처분의 집행으로 인하여 채무자가 입은 손해에 대하여는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집행채권자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대법원 2002. 10. 11. 선고 2002다35461 판결 [손해배상(기)])

 

 하지만 앞서 부당 가압류로 인한 손해배상 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다고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 실무에서, ‘채권에 대한 부당한 채권가압류의 경우, 그 집행일부터 가압류 취소 판결 선고일까지 민법이 정한 소정의 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 상당의 통상손해만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6다10408 판결 [손해배상(기)] 

 

  현재 민법 소정의 지연손해금은 연 5%이다. 채무자 통장에 1억 원이 들어 있었다고 가정하면 통상손해는 1년에 500만 원이다. 실무상 특별손해 입증이 매우 어려우므로 채무자가 계좌가 묶여 사용하지 못하지만 허위 가압류임을 입증하여도 받는 채무자가 소송을 통하여 수령하게 되는 손해배상금은 통상 수십에서 수백만원에 제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가압류는 채무자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게 운용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압류 요건에 대한 심사가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채무자의 생계나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예금채권, 거래채권 등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는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가압류의 밀행성만 강조할 시대는 지나갔다. 채권자 보호와 동일하게 채무자 배려도 하여야 한다. 특히 허위 채권에 기한 가압류의 경우 리스크가 더욱 크다. 현재 법원의 가압류를 해제하기 위해 채무자는 가압류 청구액에 상응하는 금액을 공탁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채권자의 신청에 의한 가압류의 경우 담보를 더욱 강하게 요구하여야 한다. 가압류 결정은 신속하고 밀행적으로 하지만 법원의 가압류 취소는 신속하지 않다. 이 또한 불공평하다.

 

  법원은 자신이 내린, 다른 판사가 내린, 가압류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유지하거나 두둔하지 말고, 채무자 시각에서도 적극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가압류 이의, 취소 절차에서 법원이 직권으로 적극적인 개입을 하여야 한다. 다른 재산을 가압류하는 등 채무자 보호를 위하여. 채무자 피해 최소화를 위하여 이제는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다. 

 

 지금처럼 법원이 경직되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유지될 뿐이다. 가압류의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법원의 노력이 나타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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