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통령의 조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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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통령 한사람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대통령을 뽑는 것이 단지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과 가족의 미래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한다. 대통령의 실패는 결국 나와 내 가족의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대통령이든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경제 분야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 필요조건이다. 아무리 다른 분야에서 업적이 크더라도, 경제를 망친 정부는 정권연장에 실패한 것이 국내외의 경험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경제에 대한 식견이 해박하고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경제대통령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국내외적으로 경제부흥을 이룬 대통령이나 정치지도자 중에는 경제전문가가 별로 없다. 멕시코 경제위기 직전의 대통령이 미국 최고 명문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었다. 경제지식이나 경제정책 경험이 많다는 것만으로는 반드시 성공적인 경제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우리나라도 건국 이후 여러 대통령을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대통령과 그렇지 못한 대통령을 경험했다. 국내외적으로 경제를 성공적으로 일궈낸 대통령이나 지도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비록 경제전문가는 아닐지라도 유능한 경제참모진을 발탁해서 이들이 일관된 경제정책 노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밀어주었다는 점이다.
우리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의 문제는 어차피 가치판단의 문제이고,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어떤 방향이든지 하나의 원칙이 정해지면,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추구해야만 어느 정도 성과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지 않는다고, 이것도 한번 해보고 저것도 한번 해보고 그 때 마다 사람을 바꾸고 해서는 될 일도 안 되는 것이 경제문제다. 일 년마다 장관을 바꾸는 관례 아래서는 장기비전이나 정책의 일관성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후임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정부의 정책기조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검증도 없이 나누어주기 식으로 경제정책 담당자를 임명한다면, 대통령의 경제철학이나 경제정책의 기본원칙 같은 것은 존재할 수도 없다.
대통령의 경제철학이나 정책이란 것도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다. 형식상으로는 집권 여당의 정강정책이고, 실제로는 주변의 경제참모들이 대통령의 뜻을 반영하여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주변에 어떤 생각을 가진 경제참모들이 있는가와, 대통령이 이들로 하여금 임기동안 안정적으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밀어 줄 수 있는가 라고 할 수 있다. 경제부총리나 경제수석 비서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기조가 바뀌고 후임자가 전임자를 비판하는 분위기에서는 주변에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 많아도 소용이 없다.
집권 후에 유능한 경제 관료들을 기용해서 과거에 해오던 대로 하루하루 경제를 관리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을 적절히 소리 안나게 처리하는 정도의 정치력은 웬만한 직업정치인이라면 다 가지고 있다. 이런 행정관리형이나 정치해결사가 성공한 경제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다. 이익집단의 집단이기주의와 관료집단의 관료주의를 극복하지 않고는 활기찬 경제를 이룰 수 없다.
경제대통령은 비록 단기적으로는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백년대계를 위해 추진해야 하는 것은 해내는 용기와, 관료조직을 확고하게 장악해서 자기 정권의 경제구상과 철학을 정책화 시키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먹고 사는 경제문제에서 모든 사람을 항상 만족시켜줄 수는 없는 것이다.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필요한 경우에는 밀고나가야 하는 것이다. 정치는 다수결이지만, 경제는 다수결이 아니다. 경제정책을 정치게임으로 부터 분리시키고 정책담당자들이 경제문제를 경제논리로 풀 수 있도록 정치적 바람막이 노릇을 해 주는 것이 바로 경제대통령의 역할이다.
경제대통령은 임기동안 유능한 경제참모들을 기용해서 그들로 하여금 일관된 경제논리와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지도력과 용기만 있으면 된다. 경제대통령은 경제전문가일 필요가 없다. 경제에 높은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경제대통령이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진정 경제대통령이 되고 싶으면 유능한 경제전문가를 발굴해서 기용할 줄 아는 안목과 인덕, 그리고 이들을 일회용 소모품으로서가 아니라 동반자로서 임기동안 자유롭게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포용력과 의지, 바로 이런 덕목이 더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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