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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직업절벽, 어떻게 넘을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0월06일 22시2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52분

작성자

  • 이원덕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메타정보

  • 30

본문

청춘의 직업절벽, 어떻게 넘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애 두 번의 직업절벽에 직면하게 된다. 첫 번째 절벽은 학교 졸업과 함께, 그리고 두 번째 절벽은 중장년의 은퇴기에 맞게 된다. 「제1의 직업절벽」이 높고 가파른 장벽이라면, 「제2의 직업절벽」은 깊고 가파른 낭떠러지와도 같다. 「제1의 직업절벽」이 청년들에게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감을 준다면, 「제2의 직업절벽」은 중장년의 가장에게 어느 날 문득 다가오는 아득한 깊이의 추락과도 같다.

첫 번째 직업절벽은 20대에 학교졸업과 함께 맞이한다. 이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우리 청춘들은 젊음을 소진한다.

왜 꽃다운 청춘 시절에 힘든 직업장벽에 가로막혀야 할까? 근본적으로는 노동시장과 단절된 학교교육에 그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졸업까지 노동시장과 단절된 상태에서 오로지 진학을 목표로 상급학교만 바라본다. 교육과정은 다른 한편에서는 직업인을 양성하는 과정인데, 「유치원 - 초등학교 - 중학교 - 고등학교 - 대학교」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직업세계와 동떨어진 폐쇄회로를 통과하는 것과 같다. 이 폐쇄회로를 통과하는 동안에는 이로부터의 이탈이 용이하지 않다. 개인과 가정, 그리고 사회, 누구도 그 이탈을 도와주지 않고 반기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오로지 상급학교 진학경쟁에만 내몰린다. 이 경쟁은 모든 학생을 ‘한줄 세우기’식 경쟁에 몰입하게 한다. 그 결과는 개인의 다양한 능력과 적성을 퇴화시켜버리고 직업세계로부터 아득히 멀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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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교육회로의 종착점은 대학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교육을 마쳐야 폐쇄통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 결과 당연히 대학교육 진학자가 크게 늘어났다.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이 그 방증이다. 그리하여 학력별 인력공급과 인력수요 사이에 엄청난 불균형이 초래되었다. 전통적으로 대졸자들이 주로 취업하는 일자리에서는 인력의 공급과잉과 이로 인한 심각한 구직난이 불가피하게 되었고, 반대로 전통적으로 고졸이하 학력자들이 취업하는 일자리에서는 구인난이 심각하게 되었다.

청춘의 가슴을 멍들게 하는 구직난과 중소기업을 울리는 구인난이 동시에, 심각한 현실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직업세계와 동떨어진 폐쇄회로 속의 교육이 우리 젊은이로 하여금 인생의 첫 출발지점에서부터 까마득한 「직업절벽」에 부닥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직업절벽을 낮출 수 있을까? 물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는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그리고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일자리 공급과 일자리 수요 사이의 빅 미스매치(big mismatch)를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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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개인의 직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먼저 초ㆍ중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상담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좋은 상급학교 진학이라는 「한줄 서기」 경쟁에서 낙오자로 전락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이 자신의 적성에 따라 직업능력을 개발하여 다양한 진로를 선택하는 직업세계의 승리자가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등학교 학생에게 다양한 직업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4학년이후 직업적성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독일과 같이 초등학교에서 직업학교 진로와 인문학교 진로를 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자녀의 직업적성을 바탕으로 학부모가 전문 직업상담사와 진로상담을 하고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진로선택을 할 수 있도록 초등학교부터 진로 및 직업 의식을 키워주어야 한다.

 

진로와 직업선택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중학교이다. 이 시기에 직업세계와 유리된 폐쇄 교육통로를 계속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직업적성을 파악해 스스로 진로를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진로와 직업상담을 강화해야 한다. 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평가하여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그의 직업적성에 맞는 전문계 고교 진학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정부와 사회는 전문계 진학이 경쟁낙오자의 길이 아니고 직업경쟁에서 승리자의 길이 될 수 있도록 전문계 고교 교육에 대한 투자와 인센티브를 확충하고 졸업자에 대한 취업 지원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학교로부터 직업세계로의 이동(school-to-work mobility)이 원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고등학교 시기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진로 및 직업상담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인문계 또는 전문계 고교에 진학했더라도 1학년 말 또는 2학년 초에 직업적성 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여 진로선택에 대한 조정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고등학교 시기에는 학교간 이동(school-to-school mobility), 특히 인문계로부터 전문계로의 이동이 보다 자유로워지도록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

 

전문계 고교 진학이 대학교육으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해서는 안된다. 고교 졸업 후 일정 기간, 예를 들어 5년 이상의 직업경험을 가진 뒤 자신의 분야에서 더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정부와 기업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일정한 직업경험을 쌓은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work-to-school mobility) 공부를 하면 훨씬 더 학습동기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청춘의 직업절벽을 뛰어넘지 못하면, 그리고 그 시기가 오래 간다면 개인과 가정은 불행해지고, 사회는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우리사회가 청춘의 고민 직업절벽을 낮추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해법을 찾고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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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0월06일 22시2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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