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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된 경남은행에 낙하산 감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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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7월21일 23시1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03분

작성자

  • 김상조
  • 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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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된 경남은행에 낙하산 감사?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해묵은 숙제 중 하나가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부실화되었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한빛은행으로 합병하였으나, 부실과 부실을 더하니 더 큰 부실이 되고 말았다. 재차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명분 쌓기 차원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 것이 오늘날의 우리금융지주이다. 여기에 총 12.8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고, 작년 말까지 회수된 금액은 5.7조원에 불과하다.
​  그동안 몇 차례 매각(민영화)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에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속한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 등의 세 가지 원칙이 적시되어 있는데, 불행히도 이 모두를 충족하는 매각 방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할 대주주를 찾아야 하는데, 10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동원할 능력이 있는 유이(唯二)한 후보인 국내재벌과 외국자본은 금융산업 발전에의 기여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법적⋅국민정서적 장벽을 넘어설 수도 없었다. 결국 ‘뭔가 열심히 하는 듯이 보이지만 책임질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 우리의 관료 문화 속에서 조속한 민영화는 물 건너가고, 정권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우리금융지주는 망가질 대로 망가져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도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2006년 25,000원을 상회했던 주가는 반 토막이 난 지 오래고, 공적자금의 이자 갚는 데만 매년 2,000억원 이상의 국민 혈세가 들어갔다.
​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룬 끝에 ‘빨리 파는 것이 최선’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즉 조속한 민영화가 관치의 폐해를 극복하고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길인 동시에 현재가치로 계산한 공적자금 회수액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4차 민영화 시도에서는 우리금융지주 산하 자회사들을 지방은행계열, 증권계열, 우리은행계열 등의 세 묶음으로 나누어 파는 방식이 채택되었고, 그 중 몸집이 가벼운 지방은행계열과 증권계열은 사실상 매각 작업이 완료되었다. 본체인 우리은행계열 매각 작업이 아직 남아 있고, 최근 발표된 ‘투 트랙’ 매각 방안(30% 지분은 일반 경쟁입찰 방식으로 대주주를 찾아 팔고, 나머지 지분은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으로 쪼개서 파는 것을 동시에 추진)을 보아 하니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어쨌든 지방은행계열과 증권계열 매각이 이루어진 것만 해도 다행이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길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등의 지방은행계열 매각 작업의 경과를 살펴보자. 무엇보다, 지역정서를 교묘히 악용하는 정치인들이 최대 걸림돌로 등장하였다. 이른바 ‘지역 환원론’이다. 특정 지역을 영업구역으로 하는 지방은행을 외지인에게 넘기면 지역경제의 이익이 외부로 유출되니, 지방은행의 소유권을 그 지역주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 듯하다. 
​  그러나 한 꺼풀만 벗겨보면, 그 혹세무민의 실체가 드러난다. 지역 환원론의 주체로서 지역 상공인연합이 나섰다. 해당 지방은행의 주된 차입자인 지역 상공인들이 최대주주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런 은행이 건전하게 경영될 것을 기대한다면, 차라리 기적을 바라는 것이 낫다. 은행은 보조금 주는 자선단체가 아니다. 더구나 지역 상공인들이 인수자금을 다 마련할 수도 없어서 사모펀드를 끌어들였다. 이쯤 되면 무법천지다. 론스타 사태를 거치면서 은행법상 사모펀드의 산업자본 여부 판단기준은 명확하게 확립되었고, 해당 사모펀드가 참여한 컨소시엄은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는 산업자본임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  게다가 BS금융지주(부산은행)와 JB금융지주(전북은행)가 각각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경남 대 부산, 광주 대 전북이라는 소(小)지역주의까지 가세했다. 때마침 4.30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지역주의에 편승한 정치선동이 기승을 부렸다. 예컨대,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경남은행의 도 금고 계약을 해지했으며, 한국노총 경상남도본부는 조합원의 경남은행 통장을 해지토록 하는 등 투쟁에 나섰고, 결국 임기를 3개월 남긴 경남은행장이 전격 사임하기도 했다. 광주 지역의 움직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또한, 해당 지역의 여당 국회의원들이 우리금융지주 매각 담당 관료들을 불러 호되게 몰아붙이고, 야당 국회의원들은 관련 세법 개정안의 심의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사례’가 필요하다면, 이보다 더 적확한 경우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  그래도 시간은 꾸역꾸역 흘러갔고,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매각 작업은 정치인들의 딴죽걸기에도 불구하고 느릿느릿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민영화되었지만, 낙하산 인사의 표적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며칠 전에 KNB금융지주(경남은행 매각을 위해 우리금융지주에서 분리⋅설립된 금융지주회사)의 임시주총이 열렸는데, 박판도 씨가 상임감사위원으로 선임되었다. 박판도 상임감사위원의 주요 경력은 한나라당 경남도당 홍보위원장 및 홍준표 도지사 보선캠프 공동선대본부장 등이다. 전형적인 낙하산이다. 이럴 거면 도대체 민영화를 왜 하는 건가? 아니, 이게 민영화인가? BS금융지주(부산은행)와 KNB금융지주(경남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세심한 경영전략의 수립⋅집행이 필요한 중차대한 시점에 독립성과 전문성을 결여한 낙하산 상임감사위원이라니…. 이러고도 관피아 척결 운운하나?
​  그저 쳐다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기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지분율 56.97%)와 국민연금(지분율 8.21%)에 박판도 상임감사위원 선임에 반대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경제개혁연대 이름으로 보냈다. 예금보험공사로부터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고, 국민연금으로부터는 현행 의결권행사지침에 딱 들어맞는 근거규정이 없어서 반대를 할 수 없다는 회신이 왔다. 어처구니가 없다.
  관련 법령을 보면, 금융회사의 준법감시인에게는 전문성 및 경력에 대한 엄격한 자격요건을 부과하고 있다. 이 요건을 적용하면 박판도 씨는 절대 지방은행의 상임감사위원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준법감시인보다 훨씬 더 큰 권한과 의무가 주어지는 감사(위원)에 대해서는 자격요건 규정 자체가 없다는 데 있다. 감사(위원)의 자격요건을 정하는 것이 경제활성화를 가로막는 암덩어리 규제인가? 이러고도 한국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거라고 떠들 건가? 
​  현실이 너무나 참담하다. 그러나 개탄하고 냉소하는 태도만으로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 미비한 법제도의 개선과 그 엄정한 집행을 요구하자. 혹세무민하고 조령모개하는 정치인들을 제대로 심판하자. 행동하는 시민, 현명한 유권자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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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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