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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의 운명 (1)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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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7월17일 20시5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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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의 운명 (1)
앞으로 몇 년 간 우리 교육의 중요한 화두는 혁신학교가 될 것 같다. 혁신학교를 공약으로 내세운 분들이 대거 교육감에 당선된 6.4 지방선거의 당연한 귀결이다.
그런데 혁신학교는 어떤 학교인가?
어떤 사람들은, 특히 보수 중에서도 강경파라 여겨지는 분들은, 혁신학교를 심하게 나쁘게 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보수언론은 이렇게까지 말한다.
 
“혁신학교라는 이름의 전교조 공작소”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 2014-06-10)
 
이분들에게 혁신학교는 전교조의 이념교육 공작소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분들에게 전교조는 수업을 대충 때우는 형편없는 교사들이 뭉쳐있는 곳이다.
 
“인성교육을 핑계로 수업은 대충 때우면서 교원평가엔 결사반대하는 교사들이 주로 전교조에 뭉쳐 있다.”(동아일보 김순덕 칼럼 2014-06-09)
 
결국 이분들에게 혁신학교란 것은 수업을 대충 때우는 전교조교사들이 이념교육에 몰두하는 학교이다. 이분들은 혁신학교에 대해 어떤 경험을 했기에, 누구에게서 어떤 얘기를 들었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나와는 확연히 다른 경험을 했거나 아주 다른 얘기를 들었음이 분명하다.
나에게 혁신학교는 당연히 그랬어야 할 학교의 정상적 모습을 찾아가는 학교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나에게 혁신학교는 “혁신”학교라기보다는 그냥 일종의 “상식”학교인 것이다.
 
서울의 K중학교가 혁신학교로서 막 첫걸음을 뗄 무렵 나는 그 학교의 공개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회적 이벤트로 만든 수업이 아닌, 일상의 수업 모습을 보여준 수업이었다. 그 점은 믿어도 될 것 같았다. 그날의 수업에서 학생은 수업의 능동적 주체였다. 공개수업을 진행한 교사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수업방식을 완전히 몸에 익힌 베테랑 교사는 아닌 듯 했지만 수업에서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수업의 대등한 주체였다는 것은 분명했다. 학생들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서로 의논하고 토론했으며 그 토론의 결과물을 발표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해설하고 설명하는 기존의 일반적인 수업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수업이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해설하는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업의 중심은 학생들의 능동적 활동이었다.
이런 방식의 수업이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일상화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소수의 교사에 의해 가끔 시도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이런저런 제약으로 오래 가지 못한다. 하지만 K중학교에서는 그날의 공개수업에서 보았던 패러다임의 수업이 그 후에도 계속해서, 이글을 쓰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공개수업에 대한 평가회의 모습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그것은 내가 교사가 된 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주 드문 모습이었다.
공개수업을 참관한 모든 교사들이 학생들이 앉아 수업하던 책상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았다. 평가회의가 교실에서 곧바로 열리는 바람에 외부 손님으로 참관한 나도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었다. 교장도 일반 교사들과 똑같이 학생의 책상을 앞에 두고 앉았다. 그것도 교사들 속에 섞여서 앉았다. 일반 학교에서는 이런 경우 앉은 자리만 보고도 누가 교장인지 알아보게 마련이었는데 여기서는 자리만 보고선 누가 교장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공개수업에 대한 교사들의 다양한 평가가 이어졌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며 그 학생이 수업에서 어떠한 활동을 했느냐를 주로 얘기했다. 교사들의 발언이 이어지다가 드디어 교장의 순서가 되었다. 교장은 교사들이 했던 것과 똑같이 자신이 관찰했던 모둠 학생들의 수업활동에 대해 얘기했다. 교장이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명하는 순간, 그야말로 나는 깜짝 놀랐다. 교장이 진짜 실제적인 교육활동을 한다는 데서 비롯된 놀라움이었다.
독자들은 뭐 그런 것을 가지고 놀라느냐고,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 K중학교에서 펼쳐진 광경은 나로선 교사가 된 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성격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K중학교가 혁신학교이기에 보여 준 광경이라 생각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었다.
사실 그 교장은 K중학교에 근무하는 지인들의 평가에 의하면 혁신학교에 대한 이해도나 헌신도가 썩 특출한 교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러한 교장조차도 나로서는 놀랄만한 교육적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다.
 
물론 나의 이런 체험 하나가 모든 혁신학교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혁신학교 중에서도 모범적인 학교라 여겨지는 K중학교의 경험으로부터 혁신학교의 일반적 모습을 이끌어내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혁신학교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들으려 노력했다. 혁신학교에 대한 모든 얘기를 종합하여 갖게 된 혁신학교에 대한 전체적인 나의 느낌은 그날 내가 K중학교에서 가졌던 긍정적 느낌과 아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나의 경험과 내가 전해들은 얘기들에 근거하여 혁신학교의 옹호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혁신학교의 미래를 밝게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혁신학교의 미래를 아주 어둡게 보고 있다. 예전부터 그랬고, 혁신학교를 추진할 진보교육감이 대거 등장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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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7월17일 20시5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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