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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 21세기 성공국가의 DNA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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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7월13일 21시3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08분

작성자

  • 이원덕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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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사람중심」, 21세기 성공국가의 DNA
​2003년 12월 어느 주말 저녁, 필자는 유한 킴벌리 문국현 사장과 함께 대통령 관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뵙고 있었다. 우리는 노대통령께 2004년 신년사에서 「사람입국」 선언을 해주십사고 건의드렸다. 이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때는 이미 신년사의 기조가 잡혀있던 때였으므로. 
 
노대통령은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고 2004년 초에 대통령 자문기구로 「사람입국․신경쟁력위원회」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위원회를 하나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는 사회의 큰 주목을 끌지 못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위원회의 한계였을까? 아니면 시기상조였던 것일까?
 
그러나 「사람중심」은 점차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가치가 되고 있고, 세계의 성공하는 국가와 기업은 이 가치를 그들의 핵심 DNA로 내장하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국가중심에서 국민중심으로」, 문재인 후보가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은 이러한 시대의 도도한 흐름을 읽었기 때문이리라.
 
왜 우리는 2003년에「사람입국」을 주장했는가? 국가전략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산업화시대 ․ 개발연대의「수출입국」전략에서 지식정보화시대의 「사람입국」전략으로. 
 
개발연대 우리나라의 발전전략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수출입국」이다. 이는 수출 증대를 통해 빈곤을 탈피하고 나라를 부흥시키려는 국가전략이다. 이 전략은 경제성장, 소득의 증진, 일자리 창출 등에서 빛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빛나는 성과의 이면에 노동착취, 인권유린 등의 어두운 그림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전략으로 우리는 빈곤을 벗어났고, 중산층을 키웠으며, 이를 바탕으로 민주화를 이루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많은 국가에서 민주화 후 군부 쿠데타를 통해 다시 권위주의로 회귀하였지만,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훼손될 수 없는 국민적 가치로, 그리하여 돌이킬 수 없는 체제로 자리잡았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개발연대의 국가전략, 「수출입국」이 이룬 경제적 사회적 성과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간직하고 있는 개발연대의 성공에 대한 강렬한 추억과 이 시기에 만들어진 국가경영 시스템은 이제 시대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을 약화시키고 미래 성장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90년대 후반에 맞은 초유의 국가위기는 산업화시대, 개발연대의 성공에 안주하여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적기에 국가전략을 혁신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이때의 위기는 표면적으로는 외환위기의 양상을 보였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개발연대의 한국모형이 경쟁력과 성장 동력을 상실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 마디로 말하면, 국가전략 또는 국가발전 모형의 위기였다.
 
외환위기 이후 거의 20여 년간 우리나라는 한국모형의 리엔지니어링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뚜렷한 비전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 없이 상황 대응적으로, 그리고 파편적으로 이루어져왔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시대변화에 적응한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바꾸지 못하였다. 미국 코넬대 카츠(H. Katz)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경제의 기어변속(shifting gears)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이 지난 10년간 성장정체와 사회갈등의 바탕에 있는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선진일류국가를 꿈꾼다. 이 꿈이 실현될 지 여부는 앞으로의 10년에 달려있다는데 누구도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향후 10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한국모형을 만들어내어 성장기어의 변속에 성공하고, 이것이 20년 내지 30년 동안 원활하게 작동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세계일류국가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이를 통해 통일의 기반도 탄탄히 닦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 21세기형 선진일류국가의 DNA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사람존중」의 가치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사람중심 국가전략」이다.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80년대초부터  제3의 프런티어를 개척하자고 주장하였다. 그는 미국의 제1의 프런티어는 서부개척, 제2의 프런티어는 과학적 관리이며 이들의 역사적 역할은 끝났다고 보았다. 라이시 교수는 제3의 프런티어는 바로 미국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며 이들에 대한 투자가 미국을 21세기에도 부강한 나라로 만들 것이라고 갈파하였다. 
 
우리는 21세기형 성공국가들을 이미 보고 있다. 경제의 지속성장, 양질의 일자리 창출, 안전한 삶, 상생과 사회통합, 국민의 행복수준에서 앞서가는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우선하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사람을 존중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우선하는 사람중심 국가전략은 개발연대 전략이 소홀히 한 안전, 환경, 상생, 통합의 가치를 우리 사회에 내장시켜줄 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시켜줄 것이다. 사람중심 전략이 만약 성장의 문제를 외면한다면 한 국가의 전략으로서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성공국가가 보여주는 바에 의하면 이 전략은 새로운 시대에 성장과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국가개조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개조는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한마디로 「사람중심」의 국정운영이 아닐까? 그리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통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시대를  개막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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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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