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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팽창하고 발전하면서 교수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은 사실이다. 정치를 비롯한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이 크게 늘어났다. 특히 정치 참여에 적극적인 교수들에게는 ‘폴리페서’라는 반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여지기도 했고, 자질이나 자격이 부족한 교수들의 무분별한 정치 참여에 대해 ‘홍위병’ 논란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기업의 사외 이사 등의 영리 활동으로 상당한 부수입을 올리는 교수도 늘어났고, 정부의 지원금과 대학의 값싼 시설과 인력(대학원 학생)을 이용한 벤처 창업에 열을 올리는 교수도 많아졌다. 언론을 통해 명성을 얻은 교수도 크게 늘어났다. 물론 자신의 전문성을 앞세워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교수들의 노력을 무작정 탓할 수는 없다.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대학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교수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는 필요악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이나 지나치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사회 참여에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나 충분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교수들이 자신의 주제를 잊고 무분별하게 나서는 것이 문제였다. 최근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고위 공직 후보자들이 대부분 그런 부류에 속하는 교수들이었다. 논문을 베끼고, 제자의 논문을 가로채고, 연구비를 횡령·유용하는 자신들의 행적을 과거의 관행 때문이라는 옹색한 주장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변명이다. 비록 우리가 연구 윤리를 명문화 하는 작업을 소홀히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표절·위조·변조를 용납했던 적도 없었고, 제자의 논문을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키는 황당한 일을 관행으로 인정했던 적도 없었다. 허영에 들떠 자신의 준비와 자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애써 망각하고 공직에 나서는 교수들도 각성을 해야겠지만, 공직 후보자의 윤리성·도덕성·전문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높아진 기대치를 외면하는 정치권과 정부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인사 실패는 정부에게도 치명적인 일이지만, 교수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에도 심각한 손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교수들의 사회적 위상을 가장 심각하게 훼손하는 주체는 역시 교육부와 교수들 자신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대학의 구조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앞세워 세계화, 특성화, 벤처, 대학원 중심, 세계적 수준의 대학(WCU), 산학협력, 융복합, 지역혁신, 교양 교육 등의 강화를 요구해왔다. 교육부의 무리한 요구를 아무 저항도 없이 수용한 교수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지금도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학의 구조 조정을 핑계로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평가를 밀어붙이고 있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재정적으로 취약한 대학들에게 얄팍한 재정 지원을 앞세운 교육부의 요구는 결코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교육부의 알량한 지원금에 눈이 멀어 교육부의 비현실적인 요구를 선선히 받아들인 교수들의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우리의 대학은 가장 중요한 기초 학문 대신 정체불명의 실용학문이 넘쳐나는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목표를 상실하고 휘청거리면서 무의미한 구조 조정만 반복하고 있는 대학에서 정작 교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오히려 얄팍한 지원금으로 대학을 길들이는 일에 맛을 들인 교육부를 드나들면서 얻어낸 작은 정보로 대학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과 이익을 챙기는 뚜쟁이 교수들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 부처를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관료들을 위한 봉사 아닌 봉사에 열을 올리면서 대단한 권력이나 거머쥔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교수들도 넘쳐난다.
- 기사입력 2014년12월23일 21시4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9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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