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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사랑방> 탈중앙화 자율조직 DAO, 문제 해결방식과 조직역학을 재편하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2월21일 17시11분
  • 최종수정 2024년02월21일 11시02분

작성자

  • 이보라
  • 서강대학교 미래교육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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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변화는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과학적 또는 기술적 힘으로부터 진화할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기존 아이디어, 중앙 집중화와 관련된 문제에 도전하는 혁신을 자극했다. 그 결과 진보한 탈중앙화 자율조직(DAO)은 종래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협업을 위한 수단으로 인적 자본과 자원을 현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 냈다. 

 

지난 2002년, 생활정보지 '수원 교차로' 창업주인 고 황필상 박사는 당시 시가 177억원에 이르는 생활정보신문(수원교차로)의 주식 90%(10만 8천 주)를 아주대학교에 기부해 수백 명의 장학금을 지원했는데 추후 증여세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2008년 세무 당국은 주식을 기부한 구원장학재단을 상대로 140여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공익 재단에 주식을 기부할 때,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고 50%의 세금을 물리도록 하는 상속증여세법을 적용한 것이다. 증여세 140억 원 부과에 따라 장학재단의 활동은 제동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20억 원의 황 박사 개인 재산이 강제집행을 당하기도 했다.

 

유사한 상황은 또 있다. ‘모두의연구소’ 김승일 대표 역시 주식 기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을 함께 학습하는 커뮤니티를 조성(교육 및 학습 공간 제공 등)하는 것으로 ‘모두의연구소’라는 사업체를 시작한 김승일 대표는 자신이 가진 주식 일부를 인공지능 및 소프트웨어 분야 생태계 형성에 기여한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기부하고자 하는데 증여세와 같은 법적 장애로 기부를 주저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승일 대표와 전 그라운드X(카카오의 자회사가 개발한 암호화폐 Klaytn 창시) 대표 한재선 박사는 법무법인과 머리를 맞대 주식 기부를 위한 별도의 실체인 ‘모두연 DAO’를 창설해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게 된다. DAO(탈중앙화된 자율조직,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는 그 자체로 중앙관리자 없이 운영되는 탈중앙화 조직이기 때문에, 증여세 부담 없이 자산을 기부하고 분배하는 데 있어 법적 이점을 제공한다. DAO 구조는 기부자가 직면하는 재정적, 법적 장애를 효과적으로 우회할 방법을 제공하여 김 대표의 의도대로 커뮤니티 구성원에게 보다 공정하게 자산을 배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모두연 DAO’ 에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분야 생태계 확산과 모두의 연구소 커뮤니티에 기여한 정도를 블록체인에 기록하여 참여자들 사이의 투명성, 책임감 및 참여도를 향상하고, 기여 정도에 따라 주식을 배분하려 계획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DAO를 합법적으로 설립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모두연 DAO는 SPC 형태로 만들기로 확정되었다.

 

‘모두의연구소’ 사례가 블록체인 기술의 탈중앙, 투명성이란 특성을 활용해 법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원 분배를 촉진한 것처럼 기존 법 테두리 안에선 실행이 어려운 일을 DAO로 해결하려고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앙 집중식 제어와 불투명한 자금 조달, 팀-선수-팬의 하향식 관계로 인한 부작용으로 도전을 받는 e스포츠 분야에서 Nouns Esport의 행보가 대표적 사례이다. Nouns Esport의 모체인 Nouns DAO는 NFT를 투표권으로 전환하여 NFT 보유자에게 8500 ETH(약 300억원)에 해당하는 자금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Nouns NFT 보유자는 누구나 자금 집행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고, 투표가 통과되면 자금이 집행된다.

 

최근 Nouns DAO의 자금을 기반으로 설립된 Nouns Esport의 후원을 받은 한 팀이 국제 도타 2(비디오 게임)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존 e스포츠에서 팬은 수동적인 관중 역할을 담당했었다. 도타2 우승 사례는 DAO가 팬을 팀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조력자로 변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Nouns Esports를 비롯해 해외는 DAO를 통한 구조 재편, 조직 역학 혁신, 자원 동원의 사례가 다양하다. Moloch DAO가 공공재인 이더리움 인프라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분배하고 Tribute Labs(DAO)가 오픈소스로 DAO를 관리하는 툴을 만들어 다른 DAO의 활동을 보조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국도 ‘국보 DAO’등의 사례가 있지만 지속해서 활동하는 DAO는 아직 찾지 못하였다. 현재 법 체계와 규제 환경이 DAO 같은 새로운 형태의 조직에 충분히 유연하지 않고, 탈중앙화 조직에 대한 대중 인식과 이해도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정부와 규제 기관은 DAO와 같은 새로운 조직 형태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개발하여 다양한 기업 모델이 가능하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학교와 기업, 정부 기관은 DAO의 원리, 이점, 실제 적용 사례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고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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