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제 법안은 위헌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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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상고심’이란 최종심인 제3심을 말한다. 원래 이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담당해왔지만, 대법원의 업무 경감을 이유로 별도의 상고법원을 두어 대부분의 상고심 사건을 처리하게 하자는 내용의 상고법원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재판할 사건들을 선별적으로 고르고 나머지 대부분의 상고심 사건들을 상고법원으로 보내 최종심인 상고심 재판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법안의 상반기 중 통과를 목표로 국회의원들이나 각 변호사단체의 변호사들을 부지런히 접촉하며 부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필자는 이미 앞서 작성한 블로그 글을 통해 상고법원제 법안에 반대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상고법원제가 사법관료주의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 상고법원제는 대법원에 의한 재판을 받고 싶어 하는 국민들의 법감정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점, 상고법원의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대법원에 ‘특별상고’를 제기하여 사실상 4심제로 될 우려가 크다는 점 등을 근거로 했다. 그러면 상고법원제 법안은 헌법에는 합치하는 법안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해서 높은 위헌성을 가진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상고법원 판사 임명 방식이 위헌이다
첫째, 상고법원제 법안에 따 상고법원 재판관의 임명 방식이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법령에 대한 최종적 해석을 담당하는 상고심 법관의 선임에 있어서 대통령이나 국회와 같은 국민 대표기관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원칙으로 한다. 상고심을 관장하는 대법원의 대법원장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게 한다거나,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고 있는 헌법 규정들이 그 예이다.
즉, 최종심인 상고심을 담당하는 법관의 임명에 국민의 대표를 통해 간접적인 ‘국민의 간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상고심 재판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고법원제 법안에 따르면 대부분의 상고심 사건을 처리하게 될 상고법원의 재판관들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의 동의없이 대법원장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최종심을 담당할 상고심 법관의 임명에 대통령이나 국회와 같은 국민대표 기관을 통한 민주적 통제가 전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며, 이러한 점에서 상고법원제 법안은 높은 위헌성을 띠게 된다. 이것은 최종심 법원의 구성에 있어 헌법에 의해 요구되는 민주적 정당성의 요청에 역행하는 것이며, 오히려 법원의 계층화 및 관료화만을 심화시키는 조치이다. 대법원장이 대법관들로 구성된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상고법원 재판관을 임명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대법원장이 전국의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때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게 하고 있지만, 대법관회의가 대법원장의 인사권 행사에 실질적인 견제장치가 되고 있다는 말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대법원장이 대법관들에 대한 임명 제청권을 가지고 있는 한,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관계는 수직적 상하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고법원을 만드는 것은 개헌사항이다
둘째, 상고법원제 법안은 법원을 “대법원”과 심급을 달리 하는 “각급 법원”으로 조직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헌법조항들에도 위배된다. 헌법재판소는 1995년 1월 20일에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 및 제12조의 위헌 여부에 대한 결정에서 법원의 조직에 관한 헌법규정들에 대해 공식적인 유권해석을 내린다. 즉,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01조 제2항이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 법원으로 조직된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102조 제3항이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고 그 아래에 “심급을 달리 하여” 각급 법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렇듯 개헌을 요하고, 사법제도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상고법원제 도입을 국민들간의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공청회 한번 하고 법률 개정으로 서둘러 이루려는 대법원을 필자는 이해하기 힘들다. 상고법원제 법안은 위헌성의 측면에서도 재검토 되어야 할 법안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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