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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보수 비판, 진보의 진보 비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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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8월15일 20시4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5시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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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보수 비판, 진보의 진보 비판

 교육에는 보수와 진보가 있을 수 없다고들 한다. 특히 6.4 교육감선거 즈음부터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교육문제의 해결에는 보수 친화적 정책과 진보 친화적인 정책이 모두 필요하다는 면에서 두말 할 것도 없이 옳은 소리다. 

  

 하지만 그것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상대방의 좋은 정책이나 행위를 인정해 줄 수 있을 때에 가능한 일이다. 자기 진영의 행위는 무조건 옹호하고 다른 진영의 행위는 무조건 비난하면서 ‘교육에는 보수도 없고 진보도 없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더 교활한 방식의 진영싸움에 불과한 것이다.

 

 교육에 보수와 진보가 없으려면 보수와 진보가 서로 상대방의 긍정적인 내용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져야 한다. 나아가서는 냉혹한 비판의 화살을 자기 진영 내부로 돌리는 경우가 더 빈번해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동아일보 신연수 논설위원의 글 <자사고에 무슨 보수 진보 타령인가> [동아일보. 2014-08-07]는 매우 소중하고 값진 글이다.​

 26015673l6.png “고교 의무교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정부는 자사고 문제를 교육감들에게 떠넘긴 채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지혜를 모아 혼란을 막으면서 문제를 개선해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대부분의 자사고는 수월성이나 다양화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다. 자사고는 중산층의 교육비 부담을 더 늘리고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신연수 논설위원의 말대로 자사고(자율형사립고)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신연수 논설위원이 인용한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의 말마따나 “사회통합을 추구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돈 많이 내는 사람은 더 좋은 교육 받도록” 하는 자사고 제도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제도”다. 

 사고가 밀집되어 있는 서울의 경우 자사고 제도는 그 부정적 영향을 일반고 교사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만큼 큰 제도다. 물론 자사고만이 일반고 파행의 유일한 원인은 결코 아니다. 일반고 몰락의 원인은 수십 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제도가 미친 부정적 영향의 크기에서 자사고 제도가 서울지역 일반고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다른 그 어떤 것보다 크다.

 중학교 교육이나 사교육 등에 미치는 영향이 아닌, 오로지 일반고에 끼친 영향만을 따진다면 서울의 경우 자사고의 영향은 외고나 과고의 영향보다 훨씬 더 크다. 자사고제도로 인해 일반고의 성적분포도가 비정상적으로 심하게 왜곡됐기 때문이다. 

외고나 과고로는 최상위권 학생이 빠져나간다. 일반고의 수업이 굳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자사고로 빠져 나가는 학생들의 상당수는 중상위권 학생이다. 이 학생들은 일반고에서 교사들이 수업의 중심으로 삼아온 학생들이다. 

 자사고의 등장으로 인해 서울의 일반고는 중상위권 학생층이 현저히 얇아졌고, 하위권 학생층은 현저히 두꺼워졌다. 이 상황에서 과거에 비해서는 적지만 최상위권 학생층이 여전히 존재한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주로 특목고 진학에 실패한 후 들어오기 때문이다. 자사고의 등장 이후 서울지역 일반고의 성적분포도는 이렇게 수업의 진행 자체가 너무도 어려운 상태로 변해버렸다. 수업하는 교사로서는 이보다 더 나쁜 성적분포도를 상상하기 어렵다. 

 굳이 자사고를 그대로 두겠다면 신연수 논설위원의 말마따나 “차라리 자사고에 성적순으로 입학시키고 등록금을 없애는 게 낫다”고 생각될 지경이다. 외고나 과고처럼 차라리 성적 최상위권 학생을 일률적으로 선발해 가는 게 일반고 성적분포도의 왜곡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고제도의 문제점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교육부 장관조차 절실하게 느꼈던 제도다. 서남수 전 장관의 자사고제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은 나조차도 그가 교육부 장관이 되기 전에 사석에서 들은 적이 있을 정도다. 

보수진영이 추진한 제도이지만 그 문제점이 크다면 보수언론이 먼저 비판에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산다. 

 

 비슷한 논리에서 한겨레신문 김의겸 논설위원이 해고자 문제를 다루는 전교조의 강경한 태도를 비판한 <전교조 변해야 산다> [한겨례신문 2014-06-25] 또한 값진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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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초 해직자 9명을 끌어안고 가는 게 현명한 전략이었나 하는 의문마저 든다. ‘교육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해고된 동지를 어찌 버릴 수 있느냐’는 정서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전교조에 고용된 상태라 최소한의 생계는 보장받고 있다. 아무래도 박근혜 정부의 ‘도발’에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가 더 크게 작용했지 싶다.” 
 “ 거꾸로 작은 일에 지나치게 힘을 쓰다 보면 큰 걸 놓친다. 전교조는 나이스인지 네이스인지에 매달리다 정작 중요한 교육개혁은 한 발짝도 떼지 못한 경험이 있다. 지금 전교조의 경쟁 상대는 박근혜 정부가 아니다. 남은 임기 3년 반짜리를 상대로 아옹다옹하기에는 사반세기의 역사가 아깝다. 탄압을 하든 구박을 하든 교실의 학생만 보고 묵묵히 나가기 바란다. 최소한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우리의 교육 틀을 다시 짜야 한다.” 
 
 내가 보기엔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 보다는 전교조의 승리를 위해 강경한 전술을 펴지 말고 유연한 전술을 펼치라고 조언한 글로 읽힐 수도 있는 좀 어정쩡한 글이었다.
하지만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의 글이란 존재감으로 인해 이 글이 진보진영에 미친 반향은 상당히 컸다. 이 글에 대해선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진영 내부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전교조 편집실장은 한겨레에 기고한 <말리는 시누이>란 제목의 반박 글에서 “때리는 시어미보다 때로는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 “조합원 총투표와 대의원대회에서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가시밭길을 가려는데 미련하다고 윽박지르며 ‘가만히 있으라’고 다그치는 게 온당한지 의문”이란 등의 말을 하며 섭섭함을 표시했다. 그 밖에도 김의겸 논설위원의 글에는 “해고자 문제는 노조 말살을 위한 정부의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김 위원은 모르는 것이냐” “한겨레의 동지애는 어디 가고 금전적인 관계로만 전교조를 이해하려 하는가.” 등의 비판이 잇달았다. 
 한겨레가 이 정도라도 전교조를 비판하는 글을 실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그러기에 진보진영 내부의 반발도 컸던 것이다. 
하지만 한겨레신문이 그동안 전교조에 대한 비판의 글을 거의 싣지 않아온 것 자체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이고 한겨레의 비판에 진보진영 사람들이 과도하게 섭섭해 하는 것도 정상적인 일은 아닌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의겸 논설위원의 글은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높이 평가해줄만 한 글이다. 
 
 보수에 의한 보수 비판, 진보에 의한 진보 비판은 더 많아지고 강도도 세져야 한다. 그래야 ‘교육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다’는 말이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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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08월15일 20시4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5시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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