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보수 비판, 진보의 진보 비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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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는 보수와 진보가 있을 수 없다고들 한다. 특히 6.4 교육감선거 즈음부터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교육문제의 해결에는 보수 친화적 정책과 진보 친화적인 정책이 모두 필요하다는 면에서 두말 할 것도 없이 옳은 소리다.
하지만 그것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상대방의 좋은 정책이나 행위를 인정해 줄 수 있을 때에 가능한 일이다. 자기 진영의 행위는 무조건 옹호하고 다른 진영의 행위는 무조건 비난하면서 ‘교육에는 보수도 없고 진보도 없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더 교활한 방식의 진영싸움에 불과한 것이다.
교육에 보수와 진보가 없으려면 보수와 진보가 서로 상대방의 긍정적인 내용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져야 한다. 나아가서는 냉혹한 비판의 화살을 자기 진영 내부로 돌리는 경우가 더 빈번해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동아일보 신연수 논설위원의 글 <자사고에 무슨 보수 진보 타령인가> [동아일보. 2014-08-07]는 매우 소중하고 값진 글이다.
“고교 의무교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정부는 자사고 문제를 교육감들에게 떠넘긴 채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지혜를 모아 혼란을 막으면서 문제를 개선해 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대부분의 자사고는 수월성이나 다양화 교육을 하는 곳이 아니다. 자사고는 중산층의 교육비 부담을 더 늘리고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신연수 논설위원의 말대로 자사고(자율형사립고)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신연수 논설위원이 인용한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의 말마따나 “사회통합을 추구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돈 많이 내는 사람은 더 좋은 교육 받도록” 하는 자사고 제도는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제도”다.
사고가 밀집되어 있는 서울의 경우 자사고 제도는 그 부정적 영향을 일반고 교사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 만큼 큰 제도다. 물론 자사고만이 일반고 파행의 유일한 원인은 결코 아니다. 일반고 몰락의 원인은 수십 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제도가 미친 부정적 영향의 크기에서 자사고 제도가 서울지역 일반고에 미친 부정적 영향은 다른 그 어떤 것보다 크다.
중학교 교육이나 사교육 등에 미치는 영향이 아닌, 오로지 일반고에 끼친 영향만을 따진다면 서울의 경우 자사고의 영향은 외고나 과고의 영향보다 훨씬 더 크다. 자사고제도로 인해 일반고의 성적분포도가 비정상적으로 심하게 왜곡됐기 때문이다.
외고나 과고로는 최상위권 학생이 빠져나간다. 일반고의 수업이 굳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자사고로 빠져 나가는 학생들의 상당수는 중상위권 학생이다. 이 학생들은 일반고에서 교사들이 수업의 중심으로 삼아온 학생들이다.
자사고의 등장으로 인해 서울의 일반고는 중상위권 학생층이 현저히 얇아졌고, 하위권 학생층은 현저히 두꺼워졌다. 이 상황에서 과거에 비해서는 적지만 최상위권 학생층이 여전히 존재한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주로 특목고 진학에 실패한 후 들어오기 때문이다. 자사고의 등장 이후 서울지역 일반고의 성적분포도는 이렇게 수업의 진행 자체가 너무도 어려운 상태로 변해버렸다. 수업하는 교사로서는 이보다 더 나쁜 성적분포도를 상상하기 어렵다.
굳이 자사고를 그대로 두겠다면 신연수 논설위원의 말마따나 “차라리 자사고에 성적순으로 입학시키고 등록금을 없애는 게 낫다”고 생각될 지경이다. 외고나 과고처럼 차라리 성적 최상위권 학생을 일률적으로 선발해 가는 게 일반고 성적분포도의 왜곡이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고제도의 문제점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교육부 장관조차 절실하게 느꼈던 제도다. 서남수 전 장관의 자사고제도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은 나조차도 그가 교육부 장관이 되기 전에 사석에서 들은 적이 있을 정도다.
보수진영이 추진한 제도이지만 그 문제점이 크다면 보수언론이 먼저 비판에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교육이 산다.
비슷한 논리에서 한겨레신문 김의겸 논설위원이 해고자 문제를 다루는 전교조의 강경한 태도를 비판한 <전교조 변해야 산다> [한겨례신문 2014-06-25] 또한 값진 글이다.
“ 애초 해직자 9명을 끌어안고 가는 게 현명한 전략이었나 하는 의문마저 든다. ‘교육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해고된 동지를 어찌 버릴 수 있느냐’는 정서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미 전교조에 고용된 상태라 최소한의 생계는 보장받고 있다. 아무래도 박근혜 정부의 ‘도발’에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가 더 크게 작용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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