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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중심의 노사관계로 대전환하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06월20일 00시5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21분

작성자

  • 이원덕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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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일자리 중심의 노사관계로 대전환하자
  박근혜정부는 고용률 70%를 국정 목표지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 목표지표는 현실적 달성가능성 여부를 떠나 중대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한마디로 국가정책사에서 시대전환을 의미한다. 즉 국정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다.
 
  성장제일주의로부터 고용중심 정책으로의 전환은 경제사회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이 변화를 이루기까지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진 이후 25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 사이에 두 번의 진보정부가 집권했지만 이러한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고용중심 경제사회정책은 성숙한 선진 민주국가의 특징이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성공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것이 노사관계의 대전환이다. 노사관계의 대전환은 이 새로운 국정 패러다임을 완결시키고 고용과 성장의 선순환, 사회통합을 이루게 해주는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고용률 70%를 양적 목표로만 본다면 영국의 대처시대 경험과 같이 신자유주의 개혁을 통해서 노사관계를 실종시킨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국가사회의 품격, 고용의 질, 사회통합, 지속가능성장 등을 고려한다면 노사관계의 시대전환을 통해 노사정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주화 과정에서 노동운동과 노사관계는 중요한 추동자 역할을 하였다. 민주화 초기 노동운동은 엄청난 에너지를 내장하고 있었고, 개발연대 노사관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열망이 매우 높았다. 이 에너지와 열망은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분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에너지의 분출을 질서있게, 제도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노력은 효과적이지 못하였다. 또한 민주화이후 노사관계는 조합원의 임금인상을 위한 단체교섭과 고용안정 그리고 노동법제의 민주화를 중심 어젠다로 삼아왔으며, 이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대결구도가 명확한 이들 어젠다에 지나치게 매몰되고, 여기에 에너지를 소진하여 시대변화에 부합하는, 또는 시대를 이끌어나갈 변화를 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는 노동조합 조직률의 정체와 노동운동에 대한 대중적 지지의 약화, 대립적 노사관계가 경제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 고용창출 능력의 약화, 비정규직 근로자의 양산과 노동자 계층내에서의 양극화 심화 등과 같은 문제를 낳게 되었다.
 이제 우리 노사관계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먼저 노사관계의 중심 어젠다를 고용으로, 일자리 창출로 확실하게 바꾸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노동조합이 지나치게 임금․근로조건 개선과 정치활동에 치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노동조합이 고용이슈에 더 적극적으로 역할하기를 바라고 있다.
 
  노동조합은 고용중심 시대에 보다 더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고용중심 노동운동」 철학을 확립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리고 고용창출에 부정적인 관행이 있다면 이를 개선해나갈 용기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사용자의 유연화 요구를 무작정 수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와 같이, 네덜란드와 같이 고용창출과 직업안정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대안시스템을 만들어내는데 노조가 참여하고 협력해야 한다. 나아가 이를 위해 필요한 양보가 있다면 용기있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분배 아젠다가 노사관계의 레드오션이라면 일자리 창출은 블루오션이다. 따라서 노사 윈․윈이 가능하다.
 
  둘째, 노동조합의 투쟁전략과 법치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역사를 거슬러 회고해보면, 법치가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불법투쟁이 정당화되었고, 사회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일부 노조가 지나치게 투쟁적이며, 과격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노사관계에서 법질서 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노동조합이 국민들의 이 바람에 응답해야 할 때이다.
 
  셋째, 기업의 노사관계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노동계의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제3의 물결시대 사람의 두뇌능력과 마음능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노동자의 자발적 참여와 협력, 그리고 이를 성공시킬 수 있는 역량개발이 있어야 가능하다.
 기업의 입장에서 고용유연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고용의 유연화가 기업에게는 해고의 자유를, 노동자에게는 고용의 불안정만을 의미한다면 이는 천박한 유연화이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유연화이다. 사회 차원에서의 안전망과 별개로 기업은 해고자에 대한 성의 있는 전직지원서비스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해소 및 직업능력개발을 소홀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전 사회가 소홀하게 한다면, 결국 어느 기업이든 잘 훈련된 양질의 노동력을 구할 수 없고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사정 파트너십으로 비정규직 인적자원개발을 강화해야 하고, 사용자도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넷째, 고용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고용관련 이슈는 엄청난 갈등요인을 내재하고 있다.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처우개선, 통상임금 문제 등이 고용창출이란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필수불가결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3년 한국의 노사협력 경쟁력이 148개국 가운데 132위라고 평가하였다. 이 평가를 보도하면서 많은 언론들은, 또 이 보도를 접한 많은 국민들은 노사관계의 후진성이 국가경쟁력 순위를 떨어뜨렸다고 하였다.
 
  우리 노사관계는 언제까지 국가발전의 뒷덜미를 잡는다는 비난을 감내해야 할까? 과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은 없는가? 노사관계가 고용창출, 경쟁력, 사회통합, 국민행복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긍심의 대상이 되는 길은 없는 것인가? 이제 노사관계의 책임있는 주체들이 이 물음에 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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