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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정책, 정부신뢰 결딴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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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3월03일 20시0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31분

작성자

  • 이달곤
  • 前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前행정안전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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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춤추는 정책, 정부신뢰 결딴난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30%대로 추락했다. 민주정체의 위기다. 정부는 국민의 신뢰 위에 존재한다. 국민은 바다고 정부는 배다. 배가 제대로 전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바다가 용서할 리는 없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 추락은 바로 정부의 신뢰 상실로 연결된다. 어떤 정책도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기반조성이라는 4대 국정기조를 세웠고, 그 위에 140개 국정과제를 정부 부처별로 전담시키고 있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 정부 3.0, 부정부패 근절, 조세정의 확립을 통하여 신뢰받는 정부를 만든다는 약속을 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확정한 것이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대통령 선거공약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 대목에서 이 정부는 신뢰를 초반부터 상실한 것이 분명하다. 국정기조나 과제는 ‘좋은 방향’을 설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국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정책, 프로그램(program), 그리고 사업(project)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정부 신뢰의 문제는 흔히 후자에서 발생한다. 국민은 깃털만한 이해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구체성이 있는 정책을 관리하는 능력이 정부신뢰를 쌓은 초석이다. 

 

  작년 연말까지 공무원 연금문제를 처리한다고 하거나, 언제까지 노사문제를 해결보아야 한다는 식의, 시간을 정한 접근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안의 성격은 중후장대한데, 화살 하나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식이다. 문제를 공략하는 주체를 시스템화하여 상당기간 접근하여도 어려운 문제를 몇 달 안에 몇 사람의 의지로 실현하려고 덤벼든다. 손실에 대한 방어기제가 완고하고, 참여에 대한 욕구가 높은 한국의 정책과정에 대한 고민의 부족이라고 본다. 설정한 시간이 지나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정부의 신뢰는 추락한다.

 

  신뢰(credibility)는 지도자의 가치나 지향에 대한 동의와 믿음(trust),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것을 구현할 능력에 대한 확신(confidence)으로 이루어진다. 대통령의 인사와 정책 내용이 내가 기대한 것과는 다르고, 정부부처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국민은 대통령을 비난하고(voice), 야당으로 떠난다(exit). 레임덕(lame duck)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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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국민이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 하는 문제를 하버드의 조셉 나이(Joseph S. Nye Jr.) 교수가 연구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경제상황의 악화, 국민의 자유 확장과 개인주의적 경향, 언론의 과도한 부정적 보도 등이, 단기적으로는 비도덕적인 추문, 정부의 부실, 그리고 정권의 방황과 정책표류 등을 꼽았다.  

 

  최근 대통령 지지도 하락이나 정부 신뢰추락은 인사문제나 불통문제 그리고 청와대 정보유출과 같은 문제에 이어서, 연말정산 소급적용, 일관성 잃은 부동산 정책, 건강보험료 개선파동 등 정책 혼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책표류(policy drift)라는 것은 정부의 공식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그 내용이 이유도 모르게 수시로 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표류상태가 길어지면 정부는 무력하게 보이고 대통령은 우유부단하게 보인다. 정책이 결정되어도 유효성이 결여되어 먹혀들지를 않는다. 

 

 그런데 최근  몇몇 문제는 표류가 아니고 우왕좌왕 춤을 추는 상황이다. 정책이 춤을 추고 있다(dance of policy). 연말정산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이고, 건보료 문제도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는 모르지만 계속 몸을 흔들고 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시장 상황에 박자를 맞추어야 하는데 지역화된 시장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법률안이 국회의 여러 위원회를 통과하는 협상과정에 내용이 변질되고 이익집단의 이해가 기형적으로 반영되는 등의 온갖 것이 뒤섞이는 과정을 흔히 소시지 만들기(sausage making process)에 비유한다. 그 과정에서 법안은 춤을 춘다(dance of legislation). 담뱃값 인상과정이 그랬다. 앞으로 법인세 인상문제, 더 크게는 복지와 세금 간의 관계도 그렇게 춤을 출 것이다. 법인세 인상 문제는 조기에 결론을 내지 않으면 투자나 해외자본 유치 등에서 적지 않은 주름이 잡힐 수 있다. 춤추는 상황을 그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될 일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첫째는 한국이 아직도 정쟁(政爭)의 시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수준이 선거정치 수준이고, 심의(deliberation) 수준에 이르지 못하였다. 정치권력이 너무 많은 것을 사소한 것까지 결정한다. 이념 과잉도 문제다. 싫어하면 ‘좌파다’, ‘우파다’ 하면서 적대시 한다. 모든 정책이 편가르기로  춤을 춘다. 

 

  둘째는 엘리트들이 너무 정치적이다. 심지어 정무직 이하의 행정부 공무원까지도 흥정을 예상하고 법안을 만들고 정책을 만들어야 현명한 줄 알고 있다. 예산도 마찬가지다. 숨겨놓고 부풀려 놓고 하는 수(數)가 너무 나갔다. 그러니 국민은 혼돈에 노정된다. 국회가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정책과 행정영역에 관여하는 것도 수용된다. 종편은 한 몫 더 든다.  

 

  셋째는 행정부나 입법부의 수많은 연구소들이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합리적인 분석이 한계를 맞고 있다. 전문성이라는 기준으로 정책을 만들고 심의하지 않는다. 대부분 언론보도 수준으로 접근한다. 음모론이 득세한다.  뒤틀리고 흔들리고 되돌아온다. 그러다 보니 개혁한다고 하는 청와대는 전격작전을 안 할 수 없다. 5년 정권은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내야만 할 운명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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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는다. 각자도생식(各自圖生式)의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아무래도 인사상의 단절에 원인이 있다. 장관들끼리 가까워야 한다. 일종의 세트(set) 개념이 인사에는 필요하다. 옆으로 언제든지 전화하고 저녁 같이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청와대 실장과 수석, 또 총리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집단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인사의 심모(深謀)에 달렸다.

 

  생선을 구울 때 빨리 뒤집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연금개혁, 규제완화, 정상화 같은 것은 어느 정부나 항상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암 덩어리를 단두대에 올려도 진돗개가 복지안동(伏地眼動)인데 어쩌나? 소위 4대 개혁이라는 것이 어느 정부에서건 고민 안한 문제일까? 그것을 급하다고 이리 저리 끌고 다니는 춤은, 영화 속의 늑대와의 춤(dance with wolf)이 아니고 ‘악마와의 춤(wandering dance with devil)’으로 2018년을 방황 국면에서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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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3월03일 20시0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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