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먹고 알 먹는 교육부분 구조개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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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블로그 글에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가을학기제’가 교육부분 구조조정의 핵심 내용으로 제시된 것에 대해 강한 비판을 했다. 효과에 비해 투입되는 사회적 에너지가 너무 크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였다. 더 바람직한 구조개혁은 없을까?
지난 번 글에서 살짝 언급했던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효과적으로 계발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우리교육엔 가장 좋은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새누리당(박근혜대통령) 대선교육공약의 여덟 가지 약속 중 첫 번째 약속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은 집권 3년차에 시도하기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집권 3년차에 실행 가능하면서 투입 대비 효과가 큰 구조개혁은 없을까? 있다. 새누리당(박근혜대통령) 대선교육공약의 여덟 가지 약속 중 두 번째 약속과 관련한 구조개혁이 그것이다. 그것은 앞의 것에 비하면 현저히 쉬운 개혁이다. 과도기적 혼란이 학생에게 거의 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행 방식에 따라선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개혁이기도 하다. 여덟 가지 약속 중 두 번째 약속은 무엇인가. ‘교사의 업무 경감을 위해 교무행정 지원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 약속은 학교에서 ‘선생님은 가르치는 일에만 열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학교에서 교사들은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지 못한다. 상당수 교사들은 학교에서 정신을 완전히 딴 데 팔며 생활하고 있다. 물론 교사의 존재이유가 학생 교육(수업, 생활지도 등)에 있고,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학교는 학교가 아니고 교사는 교사가 아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학교는 학교가 아니고 교사는 교사가 아니다.
모든 교육개혁의 출반은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진다고 우리교육의 모든 것이 다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것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학교에서 교사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일(교육)과 그것을 지원하는 여러 잡다한 일(교무행정업무)을 함께 하고 있다. 어느 일이 중요한가? 독자들은 당연히 가르치는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의 현실은 어떤가? 학교의 현실, 특히 교원조직체계를 살펴보면 학교의 가장 중요한 일은 교육이 아니라 교무행정업무인 것만 같다.
학교의 조직체계는 가르치는 일(교육)이 아니라 교무행정업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도 국어과·영어과·수학과·사회과·과학과 등의 교과가 조직체계의 기본이 아니다. 조직체계의 기본은 철저히 교무행정업무이다. 그래서 교사들이 모두 교무행정업무를 토대로 만들어진 조직에서 근무한다. 국어교사가 국어과에서, 영어교사가 영어과에서 근무하지 않고 교무기획부·교육연구부 등의 교무행정부서에서 근무한다.
이러한 조직체계에서는 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사가 교육에 더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으려 하면할수록 학교의 조직체계(그리고 여기서 형성된 교원문화, 승진제도)와 자꾸 갈등을 빚고 충돌하게 된다.
구조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어렵지 않다. 국가의 예산으로 4-5만 명의 교무행정업무 전담직원을 채용하고 학교의 조직체계를 개혁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이 가장 깔끔하다. 하지만 상당한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문제점이 있다. 복지비용이 늘어나 가뜩이나 정부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긴 어렵다.
교사의 10% 정도를 교무행정업무 전담교사로 전환하고 기존의 교사들은 교무행정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대신 10% 정도 수업을 더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국가예산이 추가로 들어가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경제 활성화와는 별 관련이 없다. 자잘하지만 해결하기 어려운 장애물도 많을 것이다.
국가 예산에 별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교육 발전과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방법은 없을까? 나는 몇 년 전부터 ‘교원성과급제도’를 폐지하고 그 비용으로 교무행정업무 전담직원 5만 명을 고용하여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 교사와 정부가 거래를 했으면 하는 게 있다. '교원성과급'과 '교무행정업무전담직원'을 주고받는 거래다. 교사는 교원성과급을 내놓고 정부는 교무행정업무전담직원 5만 명을 고용하는, 일종의 빅딜이다.
빅딜이 성사되면 학교를 크게 바꿀 수 있다. 업무 중심의 학교를 교육 중심의 학교로 바꿀 수 있다. 무엇보다 학교의 기본 조직체계를 수업(교육) 중심으로 개혁할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우리나라 학교의 조직체계는 교육이 아니라 교무행정업무를 토대로 해서 이루어져 있다. 교육활동에 심각한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5만 명의 인력으로 교무행정업무를 전담케 하면 이러한 조직체계를 완전히 개편할 수 있다. 물론 교사들이 교육이외의 업무에서 벗어나 교육에만 전념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학교교육을 좋게 만드는 것이라면 정부의 예산을 투입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업무전담직원의 고용은 정부예산을 투입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정부라 해도 1조 수천억 원의 예산을 선뜻 투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상당수 국민들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국민의 감정은 좋지 않다. 게다가 대다수 국민은 업무 중심의 학교를 교육 중심의 학교로 바꾼다는 프레임으로 상황을 보지 않는다. 단순히 교사의 잡무를 줄여준다는 업무경감의 프레임으로 상황을 본다. 그래서 방학도 있고 퇴근도 빠른 교사의 업무를 무엇 때문에 줄여 주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국민과 정부를 움직이려면 교사의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다행히 교원성과급으로 업무전담직원 5만을 고용하는 것은 교사에게 손해만은 아니다.
우선 교육이외의 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이것은 교사의 근무여건이 확연히 좋아지는 것이다. 업무(잡무)에서 벗어나 오로지 교육에만 전념하는 것은 교사들이 오랫동안 가져온 간절한 소망이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교원성과급제도를 폐지하게 된다. 교원성과급제도는 처음 도입될 때부터 교사들이 강하게 반대했던 제도다.
빅딜은 교사, 정부, 국민 모두를 이롭게 할 수 윈윈 게임이다. 물론 교사로서는 경제적으로 손해다. 하지만 업무(잡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고, 매년 교사들을 불쾌하게 만들던 교원성과급제도를 없앨 수 있다. 정부는 예산 사용의 부담 없이 학교교육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 국민들은 추가적인 세금 부담 없이 자녀들에게 더 좋은 학교교육의 혜택을 받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원성과급제도를 폐지하면 교사들 간에 서로 학생을 잘 가르치려 하는 경쟁이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기우다. 원래부터 교원성과급은 그런 경쟁을 불러오지 않았다. 교원성과급제도는 학교에 그런 경쟁을 불러올 수 없다. …… 실제로 교원성과급 제도가 발생시킨 것은 교사들 간의 교육 잘하기 경쟁이 아니다. ABC 등급을 정하는 방법을 둘러싸고 벌이는 교사들 간의 소모적 갈등이다. 성과급제도를 폐지한다고 학교교육이 나빠질 일은 조금도 없다.
교사ㆍ교원단체는 정부에게, 반대로 정부는 교사ㆍ교원단체에게 '빅딜'을 제안해야 한다.” (한국일보. 교육 빅딜을 제안한다.)
2012년 기준으로 교원성과급 총액은 1조 3천억 원 정도 된다. 교무행정 전담직원의 보수에 따라 고용인원이 달라지겠지만 이 액수면 4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부가 예산을 조금만 추가하면 5만 명 정도의 직원을 고용할 수 있다. 국민에게 추가적인 세금부담을 주지 않고 5만 명의 인원을 채용하는 것이니 국민들도 대찬성일 것이다.
어떨까? ‘가을학기제’ 보다 이런 구조개혁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예산 부담은 적고, 일자리는 늘고, 교육은 좋아지고…, 꿩 먹고 알 먹는 교육 구조개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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