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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 논란, 공평한 부과가 대안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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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2월10일 21시26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20시21분

작성자

  • 김진현
  •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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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건강보험료 논란,  공평한 부과가 대안이다
건강보험제도는 고액의 의료비 부담으로 인한 가계파탄을 방지하여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와 존엄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가가 시행하는 사회안전망이며, 경제적 능력에 비례하여 보험료를 부담하고 급여 혜택은 차별없이 누리는 사회보험이다. 그런데 보험료 부담방식이 경제적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민원이 한해 7백만건 이상이라고 한다.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직장인과 자영업자에 대해 상이한 보험료 부과체계가 시행되었는데, 1998년 건강보험 관리운영체계가 하나로 통합된 이후에도 부과체계는 여전히 이원화되어 이를 둘러싼 불만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보험료 산정방식이 다르다
  직장인 A씨와 자영업자 B씨가 같은 소득과 재산을 가지고 있다면 건강보험료도 비슷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보험료 부과체계가 달라서 직장인은 소득에 대해서만 보험료가 부과되지만, 자영업자는 소득, 성별, 연령, 자동차, 재산, 가족 수를 포함해서 모든 요소에 보험료가 부과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 자영업자 B씨가 더 많은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실직이나 은퇴 후에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월급이 없어지는 데도 주택, 재산, 자동차 등이 있다는 이유로 건강보험료가 오히려 더 올라가는 모순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흔히 직장인의 소득 노출에 대해서는 ‘유리알 지갑’이라 하고, 일부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는 ‘고소득 자영자’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고소득 자영자로 알려진 의사, 변호사 등은 이미 수년전에 직장가입자로 모두 전환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이 동일한 직장인과 지역가입자를 표본추출해서 경제적 능력을 조사해보면 대체로 직장인의 경제력이 더 높다. 건강보험 수혜자 1인당 월 보험료 부담액을 비교해보면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직장가입자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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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는 피부양자의 보험료 면제 혜택을 주고, 지역가입자는 모든 가족이 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더 복잡하다. 직장가입자는 피부양자제도가 있고, 지역가입자에게는 이 제도가 없어 구조적으로 불공평이 존재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종합소득세를 내지만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가 240만명 이상이고, 연소득 2천만원 이상인 피부양자가 20만명에 달한다. 소득이 있지만 건강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송파 세 모녀는 매월 5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했다. 김종대 전(前)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스스로 자신은 퇴직하면 5억원대 재산이 있고, 연간 2천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지만 가족의 피부양자로 등록해서 건강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토로한 바 있다. 여기서 김종대 전(前)이사장의 가족이 직장을 갖고 있지 않다면 김 전(前)이사장은 매월 수십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직장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는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보험료를 안내도 되고, 자녀가 무직인 부모는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자식이 실직자인 것도 서러운데 건강보험료까지 내라고 하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불공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장인이 출산하면 보험료에 변동이 없지만, 실직자는 출산하면 보험료가 인상된다. 피부양자제도가 직장인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직장인 중에서도 저소득자가 불리하다
  직장가입자 내에서도 근로소득만 있는 직장인과 임대소득 등 다른 소득이 있는 직장인 간에 불공평이 존재한다. 직장에 다니면서 연간 근로소득 2천만원이고 임대소득이 7천만원인 사람의 건강보험료는 송파 세모녀와 같은 수준의 5만원 정도이다. 이 직장인에게는 월 167만원의 근로소득에 근거한 건강보험료 5만원이 청구되고, 보수 이외 소득에 대해서는 연간 7천2백만원 초과시에만 보험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7년 175억원의 재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만원 정도의 건강보험료만 납부했다.   이러한 불공평한 부과체계로 인해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한 지역가입자가 2012년 한 해에만 154만 세대, 1조 9천억원에 이르고 있어 수많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애시당초 부담능력이 없는 차상위계층에게 적지 않은 보험료를 부과해놓고, 결국 재정결손금으로 처리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결손금 처리가 주요 업무이다.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여 개선되어야  
 현재의 이원화된 부과체계는 25년 전에 도입되었는데, 당시에는 자영자에 대한 소득파악이 어려워서 불가피하게 자동차, 재산, 성별, 나이 등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신용카드 사용과 현금영수증이 획기적으로 늘어났고, 조세행정이 크게 개선되어 소득파악률은 25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상태이다. 아직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100% 완전하지는 않지만, 현행 부과체계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임계점은 이미 넘어섰다. 이제는 소득 중심의 보험료 부과방식으로 개편할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히 갖추어졌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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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에서 제시한 개선안의 골격은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을 종합소득으로 확대하고 소득있는 피부양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즉, 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이 많은 고소득 직장인 일부와 피부양자로 무임승차해 온 사람에게 보험료를 합리적으로 부과하고, 지역가입자의 성, 연령, 자동차에 대해서는 부과를 폐지하여 서민의 과중한 보험료를 낮추자는 것이다. 
 
  특히 지역가입자의 소득 대비 보험료는 현재 역진적으로 설계되어 있으므로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소득에 대해 정률 보험료를 부과해야 하고, 소득파악률이 아직 완전하지는 않기 때문에 당분간 재산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지역가입자의 전세권이나 재산에 대해서는 일정금액까지 공제하여, 합리적인 부담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가입자의 최저보험료를 직장가입자의 최저보험료와 동일하게 설정하게 되면 송파 세모녀에게는 월 최저보험료 1만 6천원 정도가 부과되는데, 상황에 따라 이것도 경감이 가능하다. 즉, 현행 보험료가 최저보험료보다 더 낮은 저소득층에게는 기존의 보험료를 그대로 인정하고, 최저보험료와의 차액만큼 국고지원으로 충당하면 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재정규모는 많아도 연간 200억원 이내이다. 건강보험의 연간 재정규모가 40조원대임을 감안하면 이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규모이다. 
 
  유력한 개선안에 의하면 직장인 가운데 보험료를 더 내게 되는 사람은 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 등 기타소득이 많은 최상위 소득자 1.8%(26만명)로 추정되고, 보험료가 인하되는 지역가입자는 80%(600만명)로 추정된다. 그러니까 기획단의 제안대로 부과체계가 개편되어도 직장인의 98%는 아무런 변동이 없는 반면, 지역가입자의 80% 정도는 인하된다. 개선안이 시행되면 보험료 수입이 연간 1조 3천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적립금이 12조원이나 있으므로 7~8년간은 충분히 재정적으로 뒷받침이 되고, 향후 수년간에 걸쳐 소폭의 보험료 조정으로 연착륙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시뮬레이션과 사회적 논의 부족, 지역가입자 최저보험료 도입시 저소득자 보험료 인상 등을 이유로 연내 실시가 어렵다고 했는데,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 복지부, 건강보험공단, 학계, 시민단체, 노조, 경제인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 개선기획단에서 지난 1년 7개월동안 주요 쟁점에 대하여 충분히 고민하고 시뮬레이션과 정책적 영향을 검토했으며,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제야말로 대안을 놓고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비용부담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해야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고, 건강보험제도의 지속성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으므로 부과체계의 개편은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민생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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