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지도 반출 논란과 정부의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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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1일, 구글(Google)은 국토지리정보원에 한국의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있는 자신의 서버에 저장하겠다는 취지로 ‘지도 국외반출 허가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정부는 그 허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이른바 ‘지도반출협의체’를 구성하여 같은 달 22일 1차 실무회의를 개최하였고 수차례 연기 끝에 8월 24일 2차 실무회의를 개최하였다. 2차 실무회의에서 정부의 최종 의견이 도출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2차 실무회의는 지도반출 결정을 연기하겠다는 결과만 남겼다.
지도반출에 관한 법적 근거
지도의 국외반출과 관련한 법적 근거를 살피면,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간정보법)’ 제16조 제1항은 원칙적으로 국내 지도의 국외반출을 금지하되, 같은 조 제2항은 국토교통부장관이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국방부장관, 행정자치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이하 지도반출협의체)를 구성하여 그 회의 결정에 따라 예외적으로 국외반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지도반출협의체의 허부 결정 시한에 대해서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허가심사기준’이 규정하고 있는 바, 제11조 제2항에 의거 신청서 접수 후 60일 이내에 심사결과를 통보하여야 한다.
위 법률 규정들에 의하면, 지도반출협의체는 구글의 지도 국외반출 허가신청에 대해 8월 25일까지 심사결과를 통보하였어야 한다. 하지만, 지도반출협의체는 민원처리기한의 예외적 연기를 규정하고 있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1조 제1항 본문을 근거로 심사결과 통보를 60일 연기함으로써 허부 결정을 차기 실무회의로 넘겼다.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항 단서에 의거 구글의 동의를 받아 재차 60일 연기도 가능한 상황이다.
‘포켓몬 고’가 촉발한 지도반출 논쟁
지도반출협의회가 그 결정을 유보한 채 시간을 벌고 있다는 점만 보아도, 구글의 지도 국외반출 신청이 가져온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도반출에 대한 논쟁은 모바일 게임에 불과한 ‘포켓몬 고(Pokémon Go)’에서 촉발되었다.
포켓몬 고는 이용자의 위치와 그 지역의 실제 지도를 단말기 화면에 표시하여 이용자가 단말기를 들고 걸어 다니는 등 자신의 위치를 변경하면서 포켓몬이라는 목표물을 발견하고 포획하는 게임이다. 특히 이용자가 위치한 지역이 강가냐 숲이냐 등의 특색에 따라 출현하는 포켓몬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포켓몬 고에 제공되는 지도가 중요한데, 포켓몬 고를 개발한 나이앤틱(Niantic, Inc.)은 구글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즉, 구글이 얼마만큼 정확한 지도를 갖고 있냐에 따라 게임의 완성도가 좌우되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구글은 외국 기업인 바, 공간정보법 등에 의거 원칙상 한국의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여 해외에 있는 자신의 서버에 저장할 수 없다. 때문에 현재는 SK텔레콤의 지도를 구매하여 한국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구글이 구매한 국내 지도의 경우 비트맵(Bitmap)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구글이 보유한 해외 지도가 백터(Vector) 방식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할 때, 화질이 낮고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백터 방식에 의할 경우, 지도상에 표기된 건물을 3D 형태로 확인할 수 있고 건물이름을 수평으로 유지하면서 건물만 회전 시킬 수 있으나, 비트맵 방식에서는 3D는커녕 건물을 회전시킬 경우 건물이름도 함께 회전된다. 이를 이유로 구글은 한국에서는 자사의 지도 서비스 중 극히 일부밖에 제공할 수 없고 국내 지도를 해외에 있는 자사 서버에 저장하여 개선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이앤틱 역시 같은 맥락에서 포켓몬 고의 한국 출시 역시 미루고 있는데,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포켓몬 고를 ICT강국인 한국에서 즐길 수 없는 이유가 국내 지도의 국외반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계, 산업계,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도 국외반출 허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경쟁과 혁신 vs 국가 안보
지도 국외반출에 대해 학계, 업계, 소비자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이들도 이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나뉘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도의 국외반출을 찬성하는 측의 논거를 살피면, ①지도음성안내, 3D지도 등 구글의 모든 지도 서비스가 국내에 제공되면 국내외 기업간 경쟁이 확산될 것이고 나아가 구글 지도기반의 자율주행차, 자율주행드론 등의 혁신을 꾀할 수 있다는 점(경쟁과 혁신의 촉진), ②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지도 국외반출 금지를 무역장벽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상 불필요한 마찰을 방지해야한다는 점(불필요한 통상마찰 방지), ③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이 되어버린 구글 지도 서비스 대한 국내 업체의 활용이 늦어 과거 아이폰 시대에 옴니아를 개발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디지털 갈라파고스 우려), ④구글 지도 서비스에 익숙한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 업체가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의 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 등을 들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①구글이 보유한 위성 영상과 국내 지도가 결합하는 경우 군사시설 등이 노출되어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국가 안보 위협), ②지도 데이터를 보유한 국내 업체는 정부의 정기 관리감독을 받고 있으나, 구글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이상 이러한 관리감독을 피해갈 수 있고 지도 데이터에 기한 수익에 대해 법인세마저 회피할 수 있다는 점(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발생), ③구글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독점함으로써 구글의 하청기업만이 살아남을 우려가 있다는 점(해외 거대자본에 종속화), ④독도, 동해 등 우리 고유의 영토, 영해를 임의로 리앙크루암, 일본해 등으로 수정할 우려가 있다는 점(임의적 지도 수정 우려) 등을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
위와 같이 사회적으로도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지도반출협의회로서도 선뜻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의견들을 조율할 시간이 더 필요하였으리라 생각된다. 이에 본고는 향후 정부가 최종 의견을 결정함에 있어 검토해야할 과제들을 간략히 제시하고자 한다.
정부의 기본 원칙을 수립하여야 한다
국토해양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지리정보원 등은 언론 등을 통해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설치하거나 위성 영상에서 보안 시설을 가리는 조건으로 국내 지도의 반출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마치 정부가 구글을 협상의 상대로 대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의 생존과 안전에 직결된 국가 안보는 절대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지도의 국외반출을 막는 진정한 이유가 국가 안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반출여부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가 안보가 담보된 상황에서야 비로소 찬성측과 반대측이 내세우는 이익들을 비교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지도의 국외반출을 거부하는 것이 반출을 허용하는 경우보다 과연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인지 대해 객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검토는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미 공개된 지도 서비스들의 수준을 고려하는 것도 하나의 검토 기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구글의 위성 영상이나 지도가 아니더라도 일반에 공개된 아메리칸온라인의 맵퀘스트(MapQuest), 아우디·BMW·다임러 컨소시엄의 히어(Here) 등 지도 서비스를 살피면, 이미 국내 군사 시설과 보안 시설을 포함한 위성사진과 상세 거리 지도가 건물 단위로 표시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가 지도의 국외반출을 거부하는 것이, 나아가 구글의 위성 영상 중 일부를 가리도록 요구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약 다각적인 검토 결과, 지도의 국외반출을 거부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그 반출을 금지하는 것을 정부의 원칙으로 정하면 족하지 굳이 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취하거나 협상카드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로, 지도 국외반출을 허가하여도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판단될 시에는 국외반출을 허가하되, 찬반측 의견에서 나타난 이익을 비교하여 업계 충격을 최소할 수 있는 조건과 방안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공정한 ICT환경을 구상하여야 한다
2008년,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들어왔을 때를 회상해 보자. 국내 업체들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트랜드를 쫒느라 진땀을 쏟았는데, 한편으로 아이폰에 구글, 야후 등 해외 인터넷 기업의 서비스가 기본 탑재되어 있어 국내 업체들은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며 정부에게 플랫폼에 대한 규제안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국내 업체의 요구가 타당한 것인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신규 서비스의 등장에 발맞추어 국내외 기업간의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ICT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함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공정한 ICT환경의 구축은 지도의 국외반출 여부와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만약, 지도 국외반출을 허용할 경우, 국외반출을 반대하는 측의 의견처럼, 서버를 해외에 둔 구글로서는 국내 업체와 달리 지도 데이터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리감독을 면할 수 있고 법인세마저 회피할 수 있는 바, 자본력에서 조차 밀리는 국내 업체로서는 불리한 입장에서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로서는 국내 업체가 최소한의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국 업체와 국내 업체에게 동등한 수준의 규제와 간섭이 가해지도록 환경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에 대한 지도 데이터 관리감독 완화, 다국적 기업에 대한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화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지도의 국외반출을 거부하기로 결정한다 할지라도 외국 업체와 국내 업체 사이의 동등한 수준의 규제와 간섭을 논의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규제완화로 귀결되는 바, ICT발전으로 등장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 영역에 국내 업체가 보다 자유롭게 진입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2016년 11월 23일, 지도반출협의체가 지도의 국외반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힌 시한이다. 앞으로 남은 약 2달 동안 정부는 찬성측과 반대측의 논리에서 도출되는 이익을 비교하되 특히 국가안보라는 가치가 훼손될 여지가 있는지를 검토하여 원칙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지도의 국외반출 여부만을 고민할 것이라 아니라, 매번 새로운 서비스나 해외 업체의 국내 진입시 제기되어 온 공정한 환경 구축도 함께 고민함으로써 궁극적인 ICT산업의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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