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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수당,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협력하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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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8월09일 17시43분

작성자

  • 이원덕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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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8월 3일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년활동 지원 사업’(약칭 청년수당)을 시행하였다. 이날 서울시가 선정된 대상자 3,000명 중 2,831명에게 첫 달 활동비 50만원을 일괄 계좌 이체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3일 서울시에 이 사업의 시정명령을 통보하였고, 4일에는 직권취소 결정을 내렸다. 당초 서울시는 복지부의 직권취소에 대해 곧바로 대법원에 제소할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기자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고 싶다...미래세대준비위원회를 만들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으면 내가 간사라도 맡아 열심히 뛰겠다”라며 중앙정부와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건의하였다.

 

 그러나 서울시가 대법원 제소를 포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직권취소에 대한 제소는 통보일로부터 15일 이내에 하면 되기 때문에 오는 19일까지 최대한 중앙정부와 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대법원에 제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와의 갈등을 불사하며 서울시가 강행하는 청년수당은 어떤 내용인가?

 서울시는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하여 2013년부터 수 십 차례의 토론회 등을 거쳐서 이 사업을 준비해왔다. 최종 결정된 사업 내용은 서울시에 1년 이상 거주한 19~29세 청년 중 가구소득, 미취업기간, 부양가족 등을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며, 매월 지급되는 50 만원의 수당은 취업 및 창업 관련 활동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매월 활동결과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여 지원금이 구직활동에 쓰이는지 점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복지부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시행에 시정명령과 직권취소를 통해 제동을 걸고 있는가?

 

 먼저 사업의 내용과 관련된 이유이다. 복지부는 청년수당을 무책임한 포퓰리즘적 행위라고 규정한다. 특히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최초 구상할 때에는 클린카드로 지급하겠다고 하다가, 지난 총선 직전 체크카드 지급으로 변경하였고, 최종 시행에서는 현금을 직접 입금하였는데, 이는 청년의 어려운 현실을 이용하여 그들의 환심을 사고자 하는 무분별한 현금살포라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절차적으로 위법이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사회보장기본법에 규정된 보건복지부와의 협의․조정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하였기 때문에 이 법을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관한 그 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시·도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시정할 것을 명하고, 그 기간에 이행하지 아니하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 제169조제1항에 따라 직권취소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청년수당 지급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8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지방자치단체장이 현금을 주는 쪽으로 공약하게 되면 청년 일자리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라고 우려하였다. 이는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사업 신청자에 대해서는 이중 수혜 논란 때문에 청년수당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청년수당을 받기 위해 청년취업성공패키지 사업 신청 취소자가 다수 발생한 데 근거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8~34세 미취업 청년에게 취업 상담과 직무능력 향상 등을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서비스인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서울시 청년수당과 같은 사업이 확산되면 막대한 예산 부담 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청년고용대책이 무력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먼저 청년실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청년 당사자와 국가의 미래에 어떤 재앙이 닥칠지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청년실업률이 10%를 넘어서고, 청년 NEET비율은 17%를 넘어서며 신규 취업 청년 일자리의 64%가 비정규직인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NEET 는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ning 의 약자로 말 그대로 취업도 안하고 교육이나 훈련을 받고 있지 않는 사람, 즉 구직 의욕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이러한 참담한 현실을 반영하여 N포세대, 금수저·흙수저, 헬조선 등 자기비하적, 국가비하적 마인드가 우리의 청년들 속에 확산되고 있다. 

 

 청년실업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청년실업은 결혼과 출산을 지연시키거나 포기하도록 하여 국가의 지속가능기반을 잠식할 뿐 아니라, 청년기에 노동시장으로부터 이탈하게 되면 결국 평생 근로동기를 상실하게 되고, 일을 통한 숙련 향상 등 인적자원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게 되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 쇠락을 초래하게 된다.

 

 중앙정부가 지금까지 청년실업 대책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정권에 관계없이 수많은 대책이 양산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책은 많고 효과는 적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청년실업 문제는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왜 그렇게 되었나? 구조적으로는 70%가 넘는 대학진학률에 따른 노동시장의 미스매치가 근본 원인이다. 이는 교육개혁을 통해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보다 효과적인 청년취업 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아래 그림에서와 같이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의 분야별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는 직접 일자리 창출에 50% 가까이 투입되고, 직업훈련과 공공고용서비스 분야 비중은 30% 수준이다. 그러나 일자리 선진국은 직접 일자리 창출 예산보다 직업훈련과 공공고용서비스에 훨씬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왜냐하면 정부 예산에 의한 직접 일자리 창출은 대부분 저임금의 단기 일자리이어서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자리 선진국에서는 직업훈련을 통해 직업능력을 키워주고, 능력에 맞는 일자리에 취업하도록 지원해주는 고용서비스에 주력하는 것이다.

 

     

주요국 청년 일자리 사업 분야별 예산 비중(2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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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국회예산처

 

 우리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사업도 이런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도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다만 아직까지 어느 프로그램이든 청년 취업애로층의 규모에 비해 그 규모가 작고 효과는 미미하다. 

 

 따라서 지금은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서로 다툴 때가 아니다. 일자리 정책 선진국의 공통적인 특징의 하나는 노동시장 정책의 실행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경쟁하거나 다투는 것이 아니라 역할분담을 하고 협력함으로써 정책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청년 취업 촉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실질적으로 청년 취업에 도움이 되도록 사업 내용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EU 이사회의 2013년 권고로 2014년부터 적극 시행하는 청년보장(Youth Guarantee) 프로그램은 청년 고용 촉진을 위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EU 청년보장 프로그램은 이해당사자(노사, 청년단체, 공공 및 민간 고용서비스 기관 등) 간 강력한 파트너십 구축, 조기 개입(개입 시점을 졸업 및 실직 후 4개월 이내로 규정) 및 활성화(Activation), 노동시장으로의 통합 지원책(직업능력 향상, 채용장려금, 임금보조금, 노동이동 및 창업 지원) 등을 특징으로 하는데, EU 이사회는 청년보장 프로그램에 2014~2020년간 총 600억 유로(약 75조원)를 투입하기로 하였다.

 

 청년 실업이 더 악화되면  중앙정부도, 지자체도 그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서로 책임공방을 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심각하고, 너무 절박한 때이다.

 

 그러므로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청년수당이라는 작은 문제로 대립할 것이 아니라,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협력해야할 것이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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