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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야자 폐지를 선언했다. "비교육적이고 비인간적인 경쟁교육에서 더 좋은 길을 찾아주고자 야자를 없앤다."는 명분이다. 무조건 야자 폐지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자율에 맡기는 거라지만 이제 경기도에서 야자는 상당히 위축될 것이다.
야자는 야간자율학습의 준말이다. 본래는 학교에서 야간에 하는 자율학습이란 의미다. 이 야자라는 말은 우리교육의 위선과 거짓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오랫동안 야자는 학생이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학교의 강압과 강제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강제적이고 강압적인 야간학습을 우리는 자율학습이라고 불러왔다. 얼마나 위선적이고 거짓된 일인가?
물론 강제적인 야자는 이제 많이 줄었다. 시대의 흐름도 흐름이지만 진보교육감의 등장에 힘입은 바가 크다. 서울의 경우에는 일부 사립학교를 제외하고는 강자 야자가 거의 사라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시야를 전국으로 넓히면 얘기가 달라진다. 강압적으로 진행되는 야자는 아직도 많다. 어쩌면 아직도 강제 야자가 야자의 대세일지도 모른다.
경기도의 야자폐지 정책은 야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
경기도의 경우 강제적으로 진행되는 야자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다. 학교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고 했지만 일선 학교에서 더 이상 강제적인 야자를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강제적 야자는 전체 교사의 동의하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된다. 교장과 교장의 뜻을 따르는 교사들이 주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감(교육청)이 명확하게 야자폐지의 뜻을 밝힌 이상 그들이 계속해서 강제 야자를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경기도가 아닌 다른 지역의 강제 야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강제 야자가 없어지는 것은 바림직한 일인가? 당연하다.
강제 야자란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두는 것이다. 그것은 설사 그것이 개별 학교의 입시에 도움이 된다 할지라도 – 강제 야자가 입시에 유리하다는 증거는 없다. 사실은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 우리사회 전체로 볼 때는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 전국의 모든 학생이 야자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어차피 입시는 제로섬게임의 세계다. 이쪽 개인의 승리는 저쪽 개인의 패배로 상쇄되고 이쪽 학교의 승리는 저쪽 학교의 패배로 상쇄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입시의 결과는 항상 제로이다. 따라서 강제 야자가 우리사회에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그것은 국가가 나서서 금지시킬 수 있는 것이다.
강제 야자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학생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다. 그것은 교육적 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범죄 행위다.
강제 야자는 우리 사회의 발전에도 해롭다. 강제 야자로 이익을 보는 학생은 타율적으로 행동하는 학생이다. 스스로 공부하지 못하고 남의 강제와 강요가 있어야 공부하는 학생이다. 대신 손해를 보는 학생은 자율적으로 공부할 줄 아는 학생이다. 강요나 강제가 없을 때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이다. 어떤 학생이 더 바람직한 학생인가? 어떤 학생이 우리사회의 더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는 학생인가? 말할 나위 없이 자율적인 학생들이다. 강제 야자는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죽이고 학습효율을 떨어뜨림으로써 우리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행위다.
물론 강제 야자에도 어떤 사회적 이익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 이익은 좌파 꼴통의 관점에서만 정당화 될 수 있는 것이다.
강제 야자는 모든 학생들의 공부 조건을 똑 같이 만들어 버린다. 부자 학생과 가난한 학생을 모두 동일한 조건에서 공부하게 만들어 버린다. 강제 야자가 없어져 정규수업 이외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면 부자 학생들이 가난한 학생보다 훨씬 더 유리해진다. 이 시간에 부자 학생들은 사교육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고, 더 안락한 집에서 공부할 수 있다. 따라서 강제 야자는 부자 학생들이 자신의 부(富)를 입시경쟁에서 유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축소시킴으로써 가난한 학생에게 유리한 여건을 만들어주는 행위이다.
결국 강제 야자의 폐지는 부자 학생들에게 더 유리한 면이 있다. 이렇게 보면 강제 야자는 명백히 좌파 성향의 정책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이 강제 야자를 좌파 성향 단체인 전교조가 반대하고 우파 성향 단체인 교총이 찬성해 왔다. 아이러니다. 혹시 사실은 교총이 전교조보다 더 극단적인 좌파였던가?
3.
야자 폐지 정책은 강제 야자가 아닌 야자, 즉 학생의 선택을 존중하는 야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장은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야자를 원하는 학생이 존재한다면 일선 학교는 야자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야자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일선학교에서 하는 것이라고 경기도 교육청이 공언한 상황에서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생의 참여의사를 존중했던 학교에서 무작정 야자를 폐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학교의 야자에는 당장의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작은 변화는 불가피한데 그 변화 또한 상당히 바람직한 것이다.
첫째, 학생의 의사가 더 많이 존중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향을 보면 상당수 학교는 야자에 참여하는 학생 수를 늘리려 노력해 왔다. 그러다 보니 학생의 선택을 완전하게 존중해 주지는 않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의 경우도 그러한데 경기도의 경우엔 더 심할 것이다. 그러나 야자 폐지 정책으로 인해 이제 학교는 학생의 선택권을 더 온전하게 존중하게 될 것이다.
둘째, 야자의 중요성이 점점 더 약화될 것이다. 야자의 활성화가 아닌 야자의 축소를 꾀하는 학교가 생길 것이다. 야자에 쏟는 학교의 에너지가 지금 보다 더 줄어들 것이다.
사실 야자는 집에 가서는 공부가 안 되는 학생, 공공도서관에 가는 것도 여의치 않는 학생 등 예외적인 학생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참여를 독려하고 권장해야 하는 교육활동이 아니다.
사실 공부는 집에서 할 수 있으면 집에서 하는 것이 좋다. 집에 가서 샤워하고 부모님이랑 잠시 대화도 나누고 하는 것이 피로회복에 좋다. 개인 공부방이 있다면 거기서 공부하는 것이 피로가 훨씬 덜 쌓인다. 입시 경쟁은 오랜 시간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마라톤 경기다. 그 마라톤 경기를 완주하려면 가급적 피로도가 낮은 학습태도를 갖는 것이 유리하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가급적 집에서 공부하는 태도를 기르라고 가르쳐야 한다.
4.
경기도 이재정 교육감은 9시 등교 정책을 뚝심 있게 추진했다.
야자 폐지 정책 또한 뚝심 있게 추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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