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전기차의 메카가 될 수 있을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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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올해 5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맞춰 정부는 지난해 말 ‘전기자동차 상용화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전기차 보급 20만대를 목표로 적극적인 세제 지원 및 관련 제도 도입, 시범사업 추진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동시에 올해를 ‘전기차 상용화의 원년’으로 선포하며 이와 관련된 각종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전기차 기술 융∙복합 산업의 허브를 목표로 하는 제주도가 최근 ‘카본 프리 아일랜드 2030’ 비전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도내 자동차를 모두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비전 실현을 위해 지난 3월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전기차 시장의 현 주소와 미래를 조망해볼 수 있는 ‘제2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IEVE 2015)’를 개최했다.
제주도가 지닌 전기차 테스트베드로서의 가능성
제주도는 최적의 전기차 테스트베드(test bed, 시험무대)로 꼽히는 곳이다. 180km의 일주도로와 220km의 해안도로, 동서로 73km, 남북으로 41km인 제주도는 평균 주행거리가 130km 안팎인 전기차를 운행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전기차 테스트베드로서 제주도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올해 전기차 3천여 대에 대한 보조금 중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제주도에 배정했다. 그리하여 제주도에서 운행되는 전기차는 한 대당 약 2,200만원 가량(환경부 1,500만원, 제주특별자치도 7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으로 전기차 충전기 1,500기(설치비 약 100억여 원)도 설치될 예정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지원과 더불어 전기차의 저렴한 유지비가 강점으로 작용하며 제주도민의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제주도에는 약 852대(전국 28%)의 전기차와 1,016기(전국 32%)의 충전기가 운행 및 구축되어 있다. 전기차 민간 보급을 위한 공모에도 2014년 상반기에는 7.3대 1, 하반기에는 1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이번 엑스포를 통한 공모에서는 2,471명이 신청해 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민간 대상의 승용차뿐만 아니다. 이외에도 올해 전기버스 49대가 처음으로 보급될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소도 2017년까지 4천 개로 늘어나 전기차 인프라 확대의 기반이 마련될 예정이다.
전 세계 전기차 업체들, 탐라도(제주도)를 탐하다
이번 엑스포에서는 내로라하는 전기차 브랜드들의 총성 없는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제주도민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은 차량은 기아자동차 ‘쏘울EV’였다. 쏘울EV는 최대 배터리 전력량과 최장 주행거리 및 배터리 보증기간이 강점으로, 경차에서 SUV로 전기차 영역을 확대시킨 대표 차량이다.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신청 수가 많았던 차량은 국내 유일의 세단형 전기차인 르노삼성자동차의 ‘SM3 Z.E.’이다. 올해 전기차 판매목표를 1천대로 설정한 르노삼성자동차는 전기차 보급 활성화의 해답으로 충전기 보급이 용이한 전기택시를 내세웠다. 하루 주행거리 200km 미만인 개인택시와 1인1차제 택시를 대상으로 SM3 Z.E.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미 SM3 Z.E.는 제주에서 6대가 택시로 운행 중이며, 서울에서도 10대가 시범운행 중이다. 일반 전기차 고객을 위해서는 ‘특별 구매 패키지’를 제시해 우려를 해소하고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북미지역 최고의 친환경차를 가리는 ‘2015 올해의 그린카(Green Car Of The Year)’ 시상식에서 최종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BMW i3 차량은 3위였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닛산의 리프는 4위를 차지했다. 올해 제주도에 150대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한 닛산은 지난해 12월 제주지역에 최초로 리프를 출시했다. 당시 ‘제1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의 민간공모를 통해 선정된 15명의 제주도민에게 인도된 바 있다. 뒤이어 기아자동차 레이EV, 한국GM 쉐보레의 스파크EV, 전기화물차인 파워프라자의 라보 피스(PEACE)가 순위를 차지했다.
이번 엑스포에서 아쉬움으로 남는 점은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Telsa)의 부재이다. 이르면 올 상반기에 한국에 공식 진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테슬라는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조직위원회의 참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엑스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국내 전기차 시장 진출을 알린 타 업체와는 다른 행보에 한국 진출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생산업체 BYD(바이두)와 미국 전기차 제조사 디트로이트 일렉트릭(DETROIT ELECTRIC)의 엑스포 참석이 테슬라의 빈 자리를 메워주었다. BYD는 이번 엑스포에서 SUV형 전기차 ‘e6’를 선보였다. e6는 1회 충전 시 최대 300km까지 주행 가능한 전기차로, 유럽과 아메리카 국가에 택시 용도로 수출되고 있다. BYD는 올해 안에 정부 인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30인승 전기버스인 ‘K9’ 출시 역시 검토 중이다. 세계 전기차 중 가장 빠르다는 미국 디트로이트 일렉트릭의 스포츠카 ‘SP:01’도 이번에 처음 선을 보였다. 현대자동차는 내년에 출시 예정인 차세대 전기차의 일부만 공개해 호기심을 자극했으며, 메르세데스-벤츠와 폴크스바겐 등은 내년도 참가 의사를 밝혀 뜨거운 경쟁을 예고했다.
전기버스부터 전기트럭, 충전 인프라까지... 전기차 분야의 확대
이번 엑스포에서는 전기차 열풍이 승용차 외에도 버스∙택시∙트럭 등 상용차 부문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자리였다. 국내 전기차 개조업체 파워프라자는 민간공모 7위에 빛나는 국내 최초의 경상용 전기차 ‘피스(PEACE)’를 전시했고, 우진산전과 한국화이바는 1회 충전으로 100km 이상 갈 수 있는 전기버스를 공개했다. 지역 중소업체인 그린모빌리티와 씨엠파트너는 100% 전기로 구동하는 전기바이크를 출품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업체들도 줄지어 전기버스를 선보였다. 상하이모터스는 1회 충전으로 150km 주행이 가능한 35 ∙ 50인승 전기버스를 전시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인 위나동방과 협력하여 한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위나동방의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해줄 계획이다. 중국 2대 버스업체 종통버스는 한국 철도∙중전분야 전문업체인 우진산전과 국내 영업권 및 전기버스 개발에 관한 협약을 맺고 40인승 이상인 전기버스를 내년 출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한국전력공사가 KT,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과 손잡고 전기차 충전 서비스 유료화 사업을 통한 전기차 대중화를 도모한다. LG화학은 전기배터리 시스템을 선보였고,
국내 업체 파워큐브와 독일 보쉬가 함께 만든 전기차 휴대용 충전기도 관람객을 맞이했다. 전기 승용차를 비롯해 전기버스, 전기 충전 인프라 등 다양한 전기차 관련 산업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었다.
전기차 메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인식 공유 및 공감대 확대’ 필요
여러모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제주도가 진정으로 ‘전기차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지원과 업체들간의 선의의 경쟁, 그리고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 등이 필요하다. 국내 1위 카셰어링 서비스 브랜드인 ‘그린카’는 전기차 대여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제주도내 전기차 보급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업계 최초로 전기차 BMW i3를 도입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프리미엄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국민적인 인식 공유 및 공감대 확대이다. 전기차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전기차 활성화가 가능하다. 그래야만이 향후 전기차 시대의 글로벌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을 움직이려 하는 이는 작은 돌을 들어내는 일로 시작한다”고 공자는 말했다. 지금 제주도의 행보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얻는 것이야말로 작은 돌을 하나씩 들어내는 일과 같지 않을까? 전 세계 전기차 업체들의 테스트베드로서 세계에 한국 전기차 산업의 위상을 드높일 ‘전기차의 메카’ 제주도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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