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보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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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의 핵심 화두는 ‘경제’였다.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 ‘성장’, ‘혁신’ 이었다. 금년 문재인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단어들이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년사에서 발표한 내용을 주요 경제 이슈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경제상황 엄중’ 인식…‘사람중심 경제’ 정책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
신년사 초반부에서는 ‘포용적 성장’이 강조되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경제 강국 ‘30-50클럽’(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에 가입하는 경제적 성과를 이루었지만, 그 이면에는 승자 독식 경제구조로 인한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 심화라는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포용적 성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문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 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를 내세웠다. 고용지표 악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등 경제상황이 매우 엄중하지만 그럴수록 ‘사람 중심경제’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역설하였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우리 사회의 양극화ㆍ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정책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신년사 중반부에서는 ‘혁신 성장’을 위한 전략분야 선정과 혁신창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 노력이 소개되었다.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확대, 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 등 3대 기반경제 지원계획과 더불어 스마트공장,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차, 드론 등 8대 선도산업에 대한 3조 6천억 원 투입계획이 소개되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같은 전통 주력 제조업의 혁신도 가속화하고, 기업의 대규모 투자사업이 조기에 추진 될 수 있도록 범 정부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임도 밝혔다. 아울러 한국형 규제샌드박스 시행을 통한 규제 혁신, 14개 지역활력 프로젝트 등도 언급되었다.
또한, 포용국가 건설을 위해 △첫째, 사회안전망과 고용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짜고 △둘째, 아이들에게 보다 과감히 투자하고 △셋째, 안전 문제는 무엇보다 우선한 국가적 과제로 삼고 △넷째, 임기 내에 혁신성장 선도 분야 석박사급 인재 4만 5000명, 과학기술·ICT 인재 4만 명을 양성하고 △다섯째, 소상공인과 자영업,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여섯째, 우리 문화의 자부심을 가지고 그 성취를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을 발표하였다.
‘혁신 성장’ 전면 부각은 ‘긍정적’ … 그러나 혁신 주체는 기업임을 명심해야
대통령의 금년 국정운영계획을 발표한 것인 만큼 내용이 방대하고 선언적인 내용도 많다. 신년 기자간담회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지만, ‘혁신 성장’이 전면에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된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한 경제정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이길 기대한다. 그러나 혁신을 강조하면서도 혁신의 주체가 기업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파괴적 기술(destructive technology)에 의한 산업 재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와 같은 관 주도의 개별산업 육성정책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계가 (정부의 노동 정책에) 열린 마음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는 것은 그 자체로 좋지만 노동조건 향상을 사회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노동자 임금상승이 다른 경제 분야에 영향을 미쳐 우리 경제가 어려워지면 종국에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게 되고 노동자의 고통으로 온다. 노동계의 삶을 향상시키는 것도 우리 전체 경제가 함께 살아나는 과정에서 가능하다."고 말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발언으로 평가된다.
“가계소득 높아지고,…”는 ‘국민체감과 동떨어진 현실인식’…구조조정 대안 없는 것도 문제
그러나 신년사에 나타난 문제점도 상당히 많다. 첫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이 현실 인식이 안이해 보인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대통령도 고용지표 부진이 가장 아팠다고 언급했듯이 지난해 취업자 증가 수가 9만 7천 명에 그치며 9년 만에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고용지표 악화에 대해 정부도 할 말이 없다고 하면서도 “전반적으로 가계소득이 높아졌고,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줄어들었으며, 청년고용률이 사상 최고일 정도로 나아지고 있다”고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였다. 정부로서는 경제정책의 성과가 매도당하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잘한 부분은 잘 한 것으로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체감하고 있는 상황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안이한 현실인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두 번째 문제점은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일자리 창출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논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우리나라는 구조조정의 공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단어가 금기어가 된 듯하다. 산업구조조정은 물론 기업 구조조정도 미래에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준비과정이다. 거의 20년간 주력산업의 변화 없이 반도체 수출의존도 21%로 버티고 있는 것이 잘 하고 있는 것일까?
‘포용적 성장’에 대한 인식 부족…‘성과’ 조급성으로 대증적 정책 남발 여지 많아 걱정
세 번째 문제점은 포용적 성장에 대한 인식이다. 포용적 성장을 ‘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분배가 공정하게 이뤄지게 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이들에 대해 사회안전망을 통해 감싸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성장의 속도’뿐만 아니라 ‘성장의 패턴’이 함께 고려되는 포용적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성장이 빈곤감축에 가장 유효한 수단이라는 점을 전제로 성장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없어야 성장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공평하게 갖고, 성장을 통한 경제적 혜택이 사회 전체 구성원들에게 공정한 규칙에 따라 분배되어야 한다는 것이 포용적 성장의 핵심내용이다. 그러나 포용적 성장이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소득의 하향평준화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포용적 성장은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개입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시장에서 배제되거나 탈락한 사람이나 기업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시장에 개입해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다.
네 번째 문제점은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에 대한 조급함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포함해 여러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커질수록 대증적 정책을 남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게 된다. 1500조가 넘는 가계부채 문제를 포함하여 우리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중대 사안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2019년이 새로운 도약의 해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녹녹치 않은 대내외 현실을 감안하면 걱정이 앞선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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