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도입의 당위성과 전제조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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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일정 연령 이하의 어린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 등에게 매월 일정액의 현금을 지급하는 아동수당 제도의 도입을 위한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재원조달 방안을 포함한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고 있고, 새누리당 역시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도입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동수당은 일단 도입되면 일회성으로 지급되고 마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지급되는 보편적인 성격의 복지제도이기 때문에 상당한 재원이 소요된다. 과거에도 아동수당의 도입 논의는 있었지만, 최근과 같이 저출산 대책의 유력한 수단으로서 강력하게 제기된 적은 없었다. 따라서 아동수당 도입은 그냥 일과성으로 지나갈 바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2005년 저출산 문제가 부각된 이후 150조원 내외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2015년의 합계출산율은 1.24로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비장의 카드로서 내놓은 것이 아동수당이라는 점에서 재원대책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만으로 마냥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과거 선진국의 경험으로 볼 때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이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아동수동에 대한 논의도 자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아동수당은 노인을 위한 노인수당,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수당과 함께 사회수당 제도의 하나로써 사회보험제도와는 달리 수혜자의 비용부담 없이 지급되고 급여지급을 위한 자산소득조사없이 보편적으로 지급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동수당을 저출산대책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지만, 선진 복지국가에서는 어린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것은 노령, 질병, 실업 등 각종의 사회적 위험에 대한 국가책임과 함께 국가가 해야 될 중요한 일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서유럽 및 북유럽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우리나라와 같은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지 않는 이유는 아동에 대한 국가들의 광범한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아동수당은 대부분의 선진 복지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만큼 그 사회적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우리나라에서 아동수당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아동수당제도가 사회정책적으로 가지는 역할과 기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저출산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자녀 양육에 필요한 비용을 경감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보육비용에 대한 100% 국가책임제는 지난 대선 때 주요한 쟁점이었고, 박근혜 정부 역시 이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해, 집권후 이를 현실화 시켰다. 0세부터 5세까지의 아동을 보육시설에 맡기면 보육비용 전액을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보육에 필요한 비용을 현금으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 등에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보육시설에 지원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연령에 따라서 차이가 나지만 1인당 43만원에서 22만원의 보육료 지원이 기본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외 여러 가지 명목으로 보육시설에 대한 지원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아동 양육에 필요한 비용을 개별 아동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보육시설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무상보육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수당을 도입하려면 기존의 지원정책 방식과 조정이 이루어져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가계의 부담을 가장 효과적으로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는 아동수당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책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냐의 문제이다. 아이들 키우는데 매월 일정액을 국가가 보조하여 주는 것은 분명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하여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모아 자녀에게 올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월 몇 십만의 돈을 더 지급한다고 하지 않던 결혼을 하고, 없던 출산 계획을 바꿀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한심하다.
양극화 현상은 자녀에 대한 투자 수준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집에서 자녀에게 쓰고 있는 돈은 다른 집에 비해서는 항상 모자라고 부족하다. 돈이 더 있으면 자녀에게 더 쓰고 싶은 것이 한국의 부모 마음이다. 가령 2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고 하면 자년 양육에 필요한 비용이 경감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자녀에 썼던 돈에 더 붙여 더 쓸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족한 것은 여전할 것이다. 한국은 자녀양육에 있어서 더 이상 절대 빈곤 국가가 아니고, 상대적 박탈감이 근본 문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편적 아동수당이 출산율 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셋째는 아동수당 도입시 필요한 소요재원액과 조달방안의 문제이다. 국민의당은 0~6세 아동에 월 10만원의 아동수당 지급안을 내놓은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0~12세 아동에게 최대 30만원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내용의 아동수당법 제정을 주장했고, 새누리당도 6~12세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광온 의원 등의 아동수당 도입방안은 만 2살까지 10만 원, 만 5살까지 20만 원, 만 12살까지 30만 원을 연령별로 매월 양육가정 전부에게 지급하자는 것으로, 아동수당 수혜 아동은 약 554만 명으로 추산되고 연간 약 15조 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과표 200억 원을 초과하는 법인, 상속세와 증여세 등에 일정비율만큼 아동수당세를 부과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안과 같이 일괄적으로 30만원씩 지급하게 되면 연 25조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이를 인구세 등을 신설하여 조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아동수당에 필요한 예산은 몇 조원으로 해결될 성격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기존의 보육과 관련된 지원예산액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이만큼의 예산을 투입할 재정여력이 있는지 더 나아가 불황기에 접어들고 있는 국민들이 이정도의 비용을 추가적으로 더 부담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현재의 100% 무상보육에 필요한 예산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해,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매년 중앙정부과 지자체가 핑퐁하는 현실부터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아동수당의 도입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해 볼 단계에 와 있다. 정치권에서 민생문제 중 최대 현안인 자녀양육비용의 경감을 위해서 애쓰는 것을 무조건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만 싱가폴 홍콩 등 과거 아시아의 4마리의 용이 모두 저출산 늪에서 공통적으로 시달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저출산이 젊은이의 팍팍한 삶의 현실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저성장 속에서도 국민이 행복하게 사는 사회가 되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 따라서 아동수당 도입 문제는 기존의 국가보육정책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저출산 문제의 해결이라는 차원이 아닌 국민의 삶을 보다 편안하게 하는 대안으로서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저성장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재원마련 대책이 함께 있어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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