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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승부수(勝負手)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4월11일 17시13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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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가 안철수의 ‘승부수’인가?, 아니면 바른 미래당의 ‘안철수 승부수’인가?

 

어떻게 해석되든 안철수 후보의 등장으로 서울시장 선거전이 서울은 물론 전국적인 이목(耳目)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대권(大權)에는 바로 나가지 마시오.

정치를 하려면 국회의원부터 시작하시오. 아니면 대권보다 먼저 서울 시장부터 시작하시오.

그것이 멀리갈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길이오.”

 

7년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얘기다. ‘안철수’씨에 대해 조언하고 자문해주던 ‘어느 분’이 했던 말이라고 한다. 대권을 제대로 감당하려면 여러 경륜(經綸)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말해주었다는 것이다. 

 

이 말에 안철수 후보는 기분 나빠했던 것 같다. 결국 안철수 후보는 이 멘토(mentor)와 등을 돌렸다. 자기가 의논하고 자문을 구하는 사람이 300여명이나 된다며 그 중의 한 분일뿐이라고 폄하(貶下)했다. 자기가 그 분 말에 좌지우지될 형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당시 안철수 후보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시골출신 의사라는 분과 함께 전국을 돌며 북 콘서트(Book Concert)를 통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안철수 인기(人氣)’는 가히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안철수 후보는 당시 1대1 가상대결(假想對決)에서 ‘여권대권후보 영(0)순위 박근혜’보다 더 많은 국민지지를 받았다는 조사도 있었다. 한 때 ‘야권유력후보 문재인’보다는 두 배 가까이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대권을 잡으면 잡았지 국회의원이나 서울시장 자리는 눈에 안 들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안철수 후보는 서울시장 자리를 ‘박원순 씨’한테 양보했다.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밀어주면서 한자리에서 성과를 내려면 한 10년 정도 그 일을 맡아서 일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박원순 당신은 서울시장 자리면 됐고 대권은 내가 맡을게' 하는 그런 생각으로 양보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추측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박원순 시장은 안되겠다‘며 서울시장 자리에 안철수 자신의 이름을 내놓고 있다.

 

경위야 어찌 됐던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돌고 돌아 서울시장후보로 나섰다. 

민주당 후보가 누가 될지 모르지만 안철수와 박원순 대결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안철수 후보에게는 녹녹치 않다. ‘박원순’이든 ‘박영선’이든 ‘우상호’든 민주당 어느 후보한테도 안 된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안철수’라는 이름 하나로 서울시장 선거전이 과연 빅 매치(Big Match)가 될 것인지 아니면 민주당이 받아놓은 밥상에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닌지 여러 말이 오갈 수 있다.

 

이럼에도 서울시장에 도전한 것은 ‘정치인(政治人) 안철수’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보여 진다. 바른 미래당 입장에서 보아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정치인(政治人) 안철수’ 에게 현 상황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속이다. 바른미래당도  미래가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안철수’ 개인이나 바른미래당 모두에게 과감히 도전해서 뚫고 나가야할 상황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와 바른미래당은 무엇을 내보이며 지지를 얻을 것인가.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라는 지역적 한계 때문에 각 지역에 맞는 선거공약이 나올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되는 선거이기 때문에 선거전을 이끌어갈 화두를 내걸어야 한다. 무엇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안철수’와 ‘바른미래’의 정체성이고 비전(Vision)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지난(至難)한 문제이지만 지역공약과 함께 선거전을 이끌어갈 프레임(Frame)을 구축해야 한다.

 

크게 보면 보수와 진보 가운데 어느 쪽으로 자신들을 분류해야 할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 보수는 한국당에서 자신들이 본류(本流)라고 자처하며  버티고 있고, 진보는 민주당이 중심(中心)이라고 자신을 내세우고 있다.

 

‘깨끗한 보수, 능력 있는 진보’를 내세우지만 잘못하면 ‘얼치기 보수 얼치기 진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안철수와 바른미래당이 진보와 보수를 모두 흡수해야 한다면 먼저 민주당 쪽 지지자들을 모으기에는 험난한 길이 예고돼 있다. 

 

현실적으로 계산해 보면 지금의 시대정신은 민주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며 이끌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적폐청산(積弊淸算)으로 대표되는 시대흐름을 ‘안철수’와 ‘바른미래’가 그대로 받아 발전시킬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정신의 화두를 만들어 국면전환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남북문제도 청와대와 민주당이 중심이 되어 모든 이슈를 이끌어 가고 있다. 안철수 후보와 바른미래당은 남북문제를 어떤 스탠스(Stance)에서 보는지 분명한 그림을 그려주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래저래 여러 정황을 보면 ‘안철수와 바른미래당’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을 허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합리적인 진보라 하는 중간지대를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진보진영의 대세를 뒤흔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보수를 결집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지금의 보수 세력은 과거 정권에서 일부 소수 인사가 저지른 일일지라도 언필칭(言必稱) 보수세력이 자행한 적폐(積弊)에서 완전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자칭 보수인사들은 지금 진행되는 적폐청산은 정적을 상대로 하는 정치적 테러라고 외치고 있지만 울림이 크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박근혜·이명박 정권의 잘못에 대한 통렬한 자기 반성이 없이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기 힘들어 보인다.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제대로 된 반격의 카드를 내놓지 못하는 보수 세력은 문재인 정부가 실수하기만을 바라는 행태를 보이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안철수와 바른미래당의 목적지는 보수세력 재규합이 아닐까 여겨진다. 건강한 보수 합리적인 보수‘를 내세우며 보수진영을 끌어오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 것을 보인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번 서울시장선거전은 누가 시장에 당선될 것인가와 함께 보수진영 대표자리를 놓고 안철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벌이는 선거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 관측하는 보수단일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로 밀려나는 후보와 정당은 향후 정치적 입지가 사실상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의 입장에서 본다면 설혹 시장선거에서 패배한다 하더라도 무조건 한국당 김문수 후보보다는 더 많을 표를 얻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안철수와 바른 미래당’의 미래는 암울하다. 궁극적으로는 한국당을 허물지 않으면 ‘안철수’든 ‘바른 미래당’이든 희망이 없다. 이 부분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전의 또 다른 관전(觀戰) 포인트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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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어 태그 #안철수 #보수 #진보 #박원순 #바른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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