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정책 방향은?-청년일자리 정책 문제 있다(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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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교육제도·산업구조의 구조적 요인에서 해법 찾아야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를 강조하며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청년들을 위한 각종 정책을 발표했지만, 많은 청년들이 취업했다거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다는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정책의 방향 또는 현장집행의 잘못인지는 다시 짚어봐야 되지만, 분명한 건 면밀한 원인 분석이 미흡하고 대처하는 번지수가 잘못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청년일자리 문제의 원인은 수없이 많이 있겠지만, 그 주요 원인으로는 노동시장 구조적 요인, 교육 구조적 요인, 산업 구조적 요인 등 3가지 구조적 요인을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압축할 수 있다.
가히 ‘노동시장의 계급화’라고 할 정도의 노동시장의 처우 격차와 경직성 등을 개선해야만 하는 노동시장 구조적 요인, 아직도 70%에 육박하는 높은 대학진학률의 고학력화에 따른 ‘눈높이 미스매칭’ 현상이 심화된 교육 구조적인 문제, 제조업 강국으로서 경쟁력을 유지해 왔지만 국제경쟁력은 점점 저하되고 고부가가치 양질의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 전환이 절실한 상황에서도 적시에 전환하지 못하여 ‘4차산업혁명’이라는 외침이 공염불이 되고 있는 산업 구조적 요인은 점점 심화되어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이다.
그러므로 각 구조적 요인별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해 나가는 것이 향후 청년일자리 정책이 나아갈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을 하나씩 검토해 보자.
노동시장 유연화, 강성노조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라
15~24세 청년 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중은 남녀 모두 7~11%가량 높아졌다. 즉 청년 일자리의 '비정규직화'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초기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현장을 맨처음 방문하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환기시켰다.
여러 선진국 사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저성장기조에서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 프랑스는 2000년에 근로시간 단축을 단행했지만 예상과 달리 고용은 창출되지 않았다. 노조의 반대를 받아들여, 임금은 유지한 채 근로시간만 줄였던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이와 달리 독일은 소위 ‘하르츠개혁’을 통해 정규직 보호 완화·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골자로 강력한 정책을 펼쳐 실업률 감소 및 고용증가를 이루어냈다.
반면 김대중 정부의 ‘정리해고법’이나 노무현 정부 이후 지속된 비정규직 보호 및 정년 연장 등의 정책에서 보듯이 우리 정부는 민주화투쟁 이후 계속해서 ‘노동시장 경직화’ 정책들을 추진해왔다.
정부 공기업의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약속하고 있지만, 그러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함에 따라 추가로 소요되는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청년들에게 신규일자리를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부작용은 현장에서 입증된 바 있다.
또한 공공부문은 세금을 투입해 소정의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는 있겠지만, 민간의 경우에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게 아니라 정부가 강제하면 할수록 신규채용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청년실업률 감소의 비결”이라고 한 말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해고요건을 강화하는 등 높은 고용보호 수준을 유지하던 유럽 국가들이 왜 노동시장 유연화로 정책을 전환했는지를 고려해보면 어느 정도는 답이 보일 것이다.
‘네 눈높이만 낮춰봐라?’미스매칭 원인부터 해소하라
고학력화에 따른 대학 교육과정과 산업 현장의 요구사항이 맞지 않는 '미스매칭' 문제가 수요자인 산업현장의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고학력에 따른 눈높이 미스매칭은 기본이고 전공과 정원에 있어서도 미스매칭이 심화되어 특정 전공에 따른 인력난 잉여인력 현상이 상반되게 누적되고 있다.
전공에 따른 미스매칭을 살펴보면 공학 전공은 21만명 이상이 부족하지만 인문, 사회과학 등의 분야에서는 50만여명의 인력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이러한 '미스매칭' 현상때문에 지불되는 사회적 비용도 약 15조원에 달할 정도로 워낙 큰 상황이다.
교육부는 산업수요가 많은 학과는 확대하고 수요가 적은 학과는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막상 프라임사업을 준비하는 대학들은 내부적으로 축소 내지 정리하고자 하는 학과가 있어도 해당 학과에 소속된 교수·학생·동문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그러나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수요를 감안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선제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현장에서의 ‘미스매칭’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취업난은 가중될 것이다.
그러므로 직업훈련 체계를 혁신하는 차원에서 수요자 중심의 특화된 훈련체계를 평생교육 시스템에 도입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고, 산업체 수요 맞춤형 ‘계약학과’나 ‘소프트웨어 코딩관련 대학’ 등의 현장 아이디어를 학문 영역에 전향적으로 접목할 시점인 것이다.
세금으로 공무원 늘리기 먼저 경계하라
한국의 높은 청년실업률 원인을 대기업과 공무원에 편중된 구직 성향을 원인으로 드는 전문가가 많다. 실제 인사혁신처 자료를 보아도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청년층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많은 공무원 시험 응시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추가 선발 계획과 고용 안정성, 안정된 휴가 계획 및 높은 공무원 연금 등으로 인해 공무원 시험을 응시한다고 답하고 있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의 안전, 치안, 복지 관련 공무원 약 18만명 신규 채용과 공공부문의 직접고용 정책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총의 자료에 비추어 볼 때 대기업이 신입 취업경쟁률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반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신규 취업 경쟁률은 10% 넘게 감소하고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신규취업 경쟁률은 확연하게 양극화되고 있다.
단기적 극약 처방 차원에서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부분은 일정부분 이해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과 문제점을 양산하게 된다. 즉, 중장기적으로는 대기업 및 공무원을 선호하는 근본적 이유에 대한 직간접 처방을 통해 중소기업도 마음놓고 입사할 수 있는 분위기와 여건 조성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양산을 억제하기 위한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직’ 도입을 통해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여 차별을 시정하려는 정책이나 ‘국가 임금직무 혁신위원회’를 설치하여 국가 자격제도를 정비하고 연령과 학력이 아니라, 직무와 전문능력으로 평가하겠다는 안철수 전 후보의 대선 공약을 응용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해소 등 열악한 여건 개선에 주력하고 대기업도 적절하게 중소기업 경력직 수혈의 선순환 사다리를 만들어주도록 유도하는 것이 만성화된 중소기업의 구인난도 해소하고 알짜 중소기업도 육성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청년창업가’가 춤추게 하라
창업을 취업난 해소의 대체제로 보는 시각은 지극히 위험하고 근시안적인 것이다. 그러나 기존 산업구조가 벽에 막힌 작금의 산업 현실에 비추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년의 창업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일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는 청년창업을 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청년 창업기업에 대한 법인세, 소득세 면제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포퓰리즘 성격의 정책이 난무하다보니 정작 창업현장의 청년창업가들은 등을 떠밀어 ‘청년빚쟁이’를 만들어 내느냐고 성토하고 있다.
대부분의 청년창업 지원 정책은 엄밀히 들여다보면 꼭 청년이 아니더라도 창업기업이면 누구나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도 많은데 마치 ‘청년’을 위한 맞춤형 정책인양 홍보하는 것도 다반사다. 청년창업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도 실제로는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1인 창업기업 등의 창업가들은 현실적으로 혜택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투자’ 형태가 아닌 ‘융자’ 형태의 지원을 통해 생색을 내면서도 공적영역에서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청년창업가에게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경우도 여전하다.
최근 정부에서 청년창업기업의 법인세와 소득세를 5년간 100% 감면한다고 발표하면서 대상 연령층을 15세~29세에서 15세~34세로 확대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세제 지원 대상 업종이 제한적이고 조건이 까다로운 것은 아직도 해결해 나가야할 과제다.
역시 창업분야에서도 청년창업가를 위한 현장 맞춤형 정책이 절실한 것이다.
정부의 지원정책을 현장에서 소화하는 벤처캐피탈 등은 이미 기술이나 제품의 완성단계에 있는 초기기업들에게만 투자를 집행하려는 성향이 있다. 향후 대한민국의 백년 먹거리로 크게 성장할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창업가들이 아이디어만으로도 성공의 초석을 다질 수 있도록 정부 및 공적 영역에서도 위험을 감수한 ‘투자’를 늘리는 정책이 절실하다
공공과 민간에서 수많은 청년창업지원센터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실제로 접근성도 좋고 인력도 쉽게 채용할 수 있는 지역에서 임대료 부담을 덜고 운영할 수 있는 ‘청년창업밸리’를 많이 조성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멘토링 프로그램’ 지원 정도가 아니라 ‘노장청 공동창업’ 이나 ‘동업창업’ 지원 등을 통해 세대간 노하우를 공유하며 미래를 함께 개척해 나가도록 도와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결국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창업지원정책이 아니라, 초기 창업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둔 정책을 통해 결과적으로 창업기업의 성공을 통한 일자리창출의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정책의 초점을 바꾸는 것이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지원정책이자 산업구조를 바꾸는 초석이 될 것이다.
청년일자리 정책, 디테일에 올인하라
청년일자리 정책은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늘 생소하고 처음 들어봤다는 반응이다. 구직 수요자인 청년에 대한 디테일이 떨어지다 보니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대부분 관심에서 멀어져 있고 생소한 것이다.
취업 준비 과정에서의 학원비나 면접비용 등 경제적인 문제를 가장 힘들어하는 취준생들을 위해서 ‘구직활동 수당’을 주는 “취업성공패키지” 정책의 경우에도 취지는 좋으나 정책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부분이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민간 업체에서 관리와 진행을 맡다보니 수당을 받는 3개월은 집중 관리를 해주다가 이후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단순한 지원금도 중요하지만 취준생들이 정말로 원하고 있는 중요한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부분이 미진한 문제점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수도권과 지역 간의 정보 격차와 일자리 질과 양의 불균형 문제도 큰 문제다. 지방 취준생의 경우 정책에 대한 홍보 부족 및 대부분의 취업박람회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에서는 주로 중소기업 위주의 행사가 대부분이다 지방 취준생들의 고충은 더 큰게 현실이다. 이런 현장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
대학과 정부과 합동으로 청년일자리 정책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여 고교와 대학 신입생부터 체계적으로 교육하여 취업 일자리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방법도 심각하게 고려해볼 시점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책임지고 좋은 일자리 만들어 낸다는 것은 자칫 정부만능주의로 빠지기 십상이다. 재정지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순한 접근법이나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독려해서 짜내려고 하는 일차원적 방식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면서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요인별 맞춤형 해법과 구조적인 개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궁극적인 해법이라 할 것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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