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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동반성장, 그리고 자본주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12월22일 21시00분
  • 최종수정 2016년03월07일 16시29분

작성자

  • 정운찬
  •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KBO총재,전 국무총리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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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한국경제, 동반성장, 그리고 자본주의
한국경제가 복합위기에 빠진지 오래되었다. 저성장과 양극화가 좀처럼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1980년대에 연 8.6%, 90년대 6.7%이던 경제성장률이 2000년대 들어서는 4.4%로 하락하더니 10년대에는 2~3%대까지 떨어졌다.
 
소득분배도 점점 악화되어 지니계수가 0.35를 넘어섰고, 삼성 · 현대 · LG · SK 등 4대 재벌그룹이 1년에 올리는 매출액이 이제는 GDP의 60%에 육박할 정도로 재벌의존도가 커졌다. 경제적 힘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위험에 대한 노출이 증가할 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활력도 떨어지고 있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먼 옛날의 노래처럼 들린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는 한편으로는 규제타파를 통해 기업투자를 촉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개인소비가 늘어나기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성과가 없다. 왜냐하면 규제는 투자의 주요 걸림돌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소득은 증가를 유도하기 힘들 뿐 아니라 소득이 늘더라도 침체된 사회분위기에서 소비가 늘어날 리가 없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은 단순히 저성장의 늪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양극화 완화에는 아예 관심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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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반성장이 한국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 다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있는 사람들로부터 빼앗아 없는 이들한테 나누어주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경제 전체의 파이는 크게 하되 분배구조는 고치자는 것이다.
 
동반성장이 자본주의에 위배된다는 반론도 있다. ‘자본주의는 기업의 이익 극대화를 보장해 주어야 하는데 동반성장은 기업들이 이익 극대화를 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니 자본주의와 반대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반론은 자본주의를 잘못 배운 결과이다.
이익추구를 위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상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익추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것은 탐욕이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참 모습이 아니다. 한국의 자본주의는 이익 극대화를 유일한 기업목표로 간주하는 사고방식부터 버려야 한다. 이런 생각이 대기업들의 중소상공인들에 대한 부당한 관행을 정당화시켜주는 이론으로 악용되고 있다. 고객과 근로자, 협력업체들이 고루 성과를 합당하게 나누어 갖는 것이 한국의 자본주의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모습이다. 그것이 바로 동반성장의 한 모습이다. 
 
동반성장은 ‘더불어 잘 사는 사회’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는 사회’ ‘꿈과 도전을 기대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모두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한 경제를 구성하는 각 부문이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서 선순환하도록 하는 것이 동반성장의 요체이다. 국민경제의 선순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낙수효과와 분수효과의 결합이다.
 
낙수효과는 부자 · 대기업 · 성장산업 등 선도부문의 성장효과가 아래로 흐르는 것이다. 과거 반세기 동안 한국경제는 선성장 · 후분배의 불균형 성장전략만을 무리하게 추구하다 이제는 낙수효과의 연결고리가 거의 끊어지게 되었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경제민주화 기치와 함께 논의되었던 재벌개혁이나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근절과 같은 대책들이 구체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분수효과는 하도급 중소기업 · 비정규직 노동자 · 영세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들의 소득 증대가 거꾸로 대기업들이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 이하 국민의 고용과 소득을 늘리는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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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동반성장을 위해 당장 추진해야 할 정책적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초과이익공유를 실행해야 한다. 대기업이 거둔 초과이익 중 상당 부분이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거래에서 온 것임을 감안하여 이 중 일부를 협력중소기업의 기술개발, 해외진출, 그리고 고용안정에 지원하자는 것이다. 둘째,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들의 신규 참여 또는 확대를 금지하는 업종을 선정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셋째, 정부가 조달청을 통해 물자를 조달할 때 일정부분 이상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안들은 기존의 불공정한 게임룰 아래에서라면 대기업으로만 흘러가 고여 있을 돈이 중소기업에 합리적으로 흘러들어가도록 유도하는 조치들이다.
 
물론 중 · 장기적으로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 기조를 중소기업 위주의 신산업정책으로 바꾸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람이다. 좋은 학생들을 중소기업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학자금 융자에 혜택을 준다거나 군복무에 혜택을 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 종사자가 대기업 종사자의 월급에 비해 일정 퍼센트 이상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국가기관, 예를 들면 KOTRA가 대학, 중소기업 등과 협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R&D 자금 배분을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
 
이상에서 말한 동반성장의 원리와 시책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대기업은 돈은 천문학적으로 많으나 투자대상이 마땅치 않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투자대상은 많으나 돈이 부족하다. 돈이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어가면 돈없어 투자 못하는 중소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다. 투자는 생산을 자극하고 생산은 고용을 그리고 소득은 수요를 유발한다. 결국 단기에는 성장이 촉진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적 성장의 기초가 된다. 둘째, 동반성장은 여러 가지 양극화로 인한 사회갈등과 분열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동반성장은 21세기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Zeitgeist)이다. 나아가 동반성장은 기업과 경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철학이자 새로운 사회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근본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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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3월07일 16시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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