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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팬데믹, 치유할 방법은 없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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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7월28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26일 10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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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포퓰리즘 팬데믹 시대이다. 코로나보다 더 전염력이 강하고 후유증이 크다.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대유행이지만 유독 대한민국의 포퓰리즘은 더 고약하고 오래가며 백신조차 개발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각 당이 그리고 후보가 내놓는 공약은 자신에게 표를 주면 어디에 예산을 더 쓰고 어떤 세금을 더 깎아준다는 행태가 바로 포퓰리즘이다. 이런 포퓰리즘이라는 고질병으로 선거 때마다 공약 남발로 시작되어 선거 이후에도 좀처럼 치유되지 못한 채 후유증이 이어져서 물가가 오르고 나랏빚이 더욱더 쌓이게 된다. 

 

포퓰리즘은 주로 국가 미래가 아닌 과거를 갖고 국민을 대상으로 현혹하고 자신과 자신 정당과 세력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미래는 피부에 와 닿게 설명하기 힘들지만, 과거는 국민을 선동할 수 있을 만큼 쉽게 포장하고 과장하고 편 가르기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과거를 놓고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한 대립과 팬덤정치로 갈려진 진영 간 대립이 사실 포퓰리즘이라는 전염병의 전형적인 증상이라 하겠다. 

 

이러한 포퓰리즘을 제대로 진단하고 원인을 밝혀내고 처방과 치료를 하고 나아가 예방 백신을 개발하는 노력이 시급히 필요하다. 우선 역대 정부에서 나타났던 포퓰리즘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유보가 대표적인 포퓰리즘 사례라 할 수 있다. 1996년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실시되면서 이자와 배당소득을 분리과세 하던 것을 금융실명제 실시를 계기로 종합과세함으로써 세제 형평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로 김영삼 정부가 단행한 모든 것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외환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까지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언론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중단하거나 유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훨씬 많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금융소득종합과세는 유보되었다. 외환위기로 이자율이 연 20%를 훨씬 초과하는 상황에서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는 40%대의 종합과세 세율에서 20% 미만의 분리과세 세율로 떨어지게 되었다. 유보된 2년 동안 고액 금융소득자들은 이자소득은 2배 이상이 되었는데 세금은 반 이하로 내는 엄청난 이득을 보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분배구조가 악화되었다.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고 부동산 부자를 혼내준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편 가르기 하는 포퓰리즘의 전형을 보여주게 되었다. 

 

이런 포퓰리즘을 막기 위한 백신 개발은 정책에 대한 사전평가와 사후평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특히 미국이 2018년에 제정한 증거 기반 정책 수립 기초법(Foundations for Evidence-Based Policymaking Act)과 같은 평가의 기본 인프라 구축 노력이 절실하다. 평가의 인프라로서 데이터와 평가 방법의 개발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평가기관의 개혁도 필요하다. 예산과 결산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한 예산심의와 결산심사를 맡은 국회의 예산결산심의위원회(예결위)를 상임위화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여러 의원이 자신의 상임위와 별도로 매년 한 번씩 예결위원을 번갈아 가며 해서,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을 챙기도록 하는 건 바로 잡아야 한다. 예결위를 현재와 같이 특별위원회가 아니고 상임위화해서 전문성을 가진 의원이 특별위원회에서와 같이 중복이 아닌 단독 상임위에 소속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국정감사를 연간 1회가 아니라 연중 상임위 체제에서 할 수 있도록 국정감사를 상시화하고, 국정감사 자료는 공유하고 나아가 DB화하는 국정감사의 개혁도 필요하다.

 

포퓰리즘을 막는 또 하나의 백신은 공약가계부라 할 수 있다. 10여 년 전 처음 등장했던 ‘공약가계부’를 다시 사용해야 한다. 2012년 4월에 있었던 19대 총선을 앞두고, 그리고 2012년 12월의 18대 대선을 앞두고, 모든 공약의 재원 소요를 계산하여 공개하고 나아가 이에 대한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발표한 것이 공약가계부이다. 당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표는 처음으로 이러한 공약가계부라는 개념을 내놓았다. 당시 총선에 이어 대선의 모든 공약 하나하나의 재원 소요를 계산한 합계와 함께 이러한 공약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 후에는 인수위에서 이 공약가계부를 다시 검증해서 발표한 뒤 정부 출범 이후에는 최종적인 재원 소요와 조달방안을 기초로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매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수립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공약가계부는 탄핵과 사라졌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더욱 기승을 부리는 포퓰리즘을 막으려면 공약가계부를 다시 사용해야 한다. 가정에서 매일 가계부를 쓰고 주요 집안 행사가 있으면 더욱 꼼꼼하게 쓰고 짚어보듯이, 공약가계부도 다시 꺼내서 주기적으로 쓰도록 하고, 선거 때마다 국민에게 더욱 상세히 보여주어야만 한다.

 

포퓰리즘 팬데믹의 백신 개발에 있어서 언론과 학자들의 책임이 크다. 지금처럼 지식인 계층조차 진영과 정치세력으로 갈려서 포퓰리즘에 동조 내지 방관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학자는 과학적 연구 기반으로 포퓰리즘을 제대로 진단하고 이를 막기 위한 백신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언론은 이를 정확히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비록 어렵고 재미없는 뉴스라 할지라도 꾸준히 알려야 한다. 그래야 포퓰리즘이라는 고질병의 고통에서 우리 국민이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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