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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먹통 사태로 다시 바라본 금융 시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7월29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29일 20시52분

작성자

  • 박희준
  •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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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먹통 사태가 금융 시장을 빗겨간 이유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세계 곳곳에서 항공, 통신, 방송, 금융서비스가 마비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하지만 국내 금융 시장은 이번 사태로부터 자유로웠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강력하게 시행해 온 금융 시장의 망분리 규제 덕분이라는 지적과 함께 현재 금융감독원이 추진하고 있는 망분리 규제의 합리화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보안 사고나 사이버 공격이 아닌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망분리 규제가 적용되는 공공이나 금융 시장에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단지 물리적 망분리를 요구하는 ‘클라우드 보안 보증 프로그램’ 때문에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의 국내 금융 시장 진입이 사실상 차단되어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금융 기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갈 길 먼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일각에서는 70%에 이르는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의 국내 시장점유율과 함께 최근 미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디지털 안보와 데이터 주권을 위해서라도 망분리와 클라우드 관련 규제를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들이 최소한 공공이나 금융 시장에서 점유율을 지켜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금융 산업을 혁신하고자 하는 금융 기관들이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택할 지 의문이다.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운용 역량을 고도화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장 경험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사용자의 선택을 제한하기도 어렵고, 중국과 같이 내수 시장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민간 투자가 이루어지기도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KT도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경쟁력 있는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를 국내 기업이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사업자’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번에 먹통으로 인한 IT 대란을 일으킨 MS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초기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최초 사업자로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아마존의 기술력과 운용 인력의 균형적인 수급 때문에 아마존을 선택했지만, 최근 인공지능(AI)에 강점을 가진 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생성형 AI를 구현하고자 하는 많은 기업들이 MS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베디드 금융을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돼야

 

MS는 향후 국내 금융 시장에서도 매력적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금융 시장의 가장 큰 화두가 임베디드 금융이기 때문이다. 임베디드 금융은 생활밀착형 플랫폼에 금융을 내재화하고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기반으로 금융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줌으로써 고객에게 새로운 금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임베디드 금융은 고객과의 접점 뿐만 아니라 금융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생성형 AI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요구한다. 그리고 생성형 AI의 학습을 위해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보다 다양하고 방대한 데이터가 수집되고 수집된 데이터의 결합과 분석이 용이한 환경이 구현되어야 한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활용 목적은 용이한 시스템 운용과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

 

임베디드 금융을 통해 국내 금융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망분리 규제의 합리화와 더불어 경쟁력을 갖춘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의 시장 진입을 허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장애로 인한 피해 뿐만 아니라 하나의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에 종속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한 개 이상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클라우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멀티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용하는데 소요되는 높은 비용과 보안 문제는 기업에게 또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생성형 AI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어디에도 완벽한 해법은 없다.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을 고려해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해법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시장의 요구에 따라 망분리나 클라우드 관련 규제가 합리적으로 완화되면 보안과 관련된 보다 많은 책임이 금융 당국에서 금융 기관으로 옮겨갈 것이다. 금융 기관들은 임베디드 금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시장에 전달하면서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있겠지만, 보안 문제를 비롯한 잠재적인 위험 요인들을 관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마련하지 못하면 자칫 경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MS 먹통 사태를 계기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생성형 AI를 구현하는 과정에 내재되어 있는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어서는 안되겠지만, 지나치게 위축되어 망분리나 클라우드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금융권에서 힘을 얻지 않기 바란다. 금융 당국은 금융 기관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잠재된 위협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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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7월29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29일 20시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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