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 커지는 EU(상): 이탈리아의 확장적 재정정책, 유럽재정위기의 도화선 되나? > News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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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영국의 EU탈퇴협상에 이어 이탈리아 예산안을 둘러싼 대립 등 많은 과제가 쌓여 가고 있다. 우선 브렉시트 협상은 아직까지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협상이 아무런 합의 없이(no-deal Brexit) 끝나 영국이 전환기 없는 탈퇴 위험이 있다. 원칙적으로는 각국의 비준절차를 감안할 때, 이미 협상이 완료됐거나 막바지 조율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지만 북아일랜드 국경문제와 미래 통상관계 설정으로 영국과의 이견이 여전하다. 아울러 유럽의 미래와 관련해서 영국의 EU탈퇴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이탈리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포퓰리스트 정권의 이탈리아는 2019년도 잠정예산안에서 확장적 재정정책 의지를 보여, EU재정규칙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EU집행위원회와 불협화음을 보이고 있다. 이는 내년 봄 유럽의회선거를 겨냥하여 EU회의주의를 앞세운 역내 포퓰리스트 정권과 정당들이 反EU·反유로화 및 反이민 움직임을 더욱 부추겨 EU역내의 정치적 리스크를 키울 수도 있다. 여기에 독일 메르켈 총리의 은퇴선언과 내년 가을 융커 EU집행위원장과 드라기 ECB총재의 은퇴 등 EU역내의 정치변화에 따른 리더십의 공백기가 생기면서, 향후 EU경제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우선 2019년도 잠정예산안을 둘러싸고 EU와 갈등을 보이는 이탈리아의 확장적 재정정책이 가져올 파장이 어디까지인지를 살펴본다. 이어 다음 편에서는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의 주요 쟁점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문제점과 앞으로의 협상진행방향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EU집행위원회, 이탈리아 잠정예산안을 환송하고 3주 안에 재제출 요청

 

EU집행위원회는 지난 10월 23일 이탈리아 정부가 10월 15일에 제출한 2019년도(1~12월) 잠정예산안을 환송하고 3주 이내에 재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EU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가 제출한 2019년도 잠정예산안이 이사회가 제시한 재정권고안에 비추어 "특별히 심각하게 규율을 위반(particularly serious non-compliance)"하였으며, 또한 지난 4월 이탈리아가 제출한 3개년 재정계획(안정프로그램)의 약속과도 일치하지 않음을 지적하였다. 이번 조치는 유로 참가국들이 다음 연도 잠정예산안을 제출하도록 규정한 EU규칙(No.473/2013)이 발효된 201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EU집행위는 유로존의 채무위기를 교훈으로 재정규칙이 강화된 이후에도 이 규칙을 경직적으로 운영하여 온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엄격한 재정규칙이 재정위기 이후 EU의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서, EU집행위원회는 2015년 초부터는 일정요건을 충족한 투자와 구조개혁을 위한 지출의 경우에는 3개년 재정계획 형식의 중기재정목표(Medium-term Objective: MTO)와 예산안과의 괴리를 허용하여 왔다. 또한 예외적으로 경제상황이 나쁜 과다 채무국에 대해서도 3개년 재정계획에서 약속한 건전화 조치의 동결을 인정하는 등 유연하게 해석하여 왔다. EU집행위원회는 잠정예산안에 대한 반려 및 재제출 요청의 권한을 지금까지 행사되지 않았었다. 특히 이번 조치가 잠정예산안 제출이후 기일을 앞당겨 가면서까지 1주일이내에 결정한 것은 EU집행위 입장에서 이탈리아의 2019년도 잠정예산안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EU의 재정규칙에 따른 이탈리아 잠정예산안 처리절차

 

EU집행위원회는 유로지역 국가만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잠정예산의 제출과 심사를 제도화하여 유럽학기(European Semester)라 칭하는 연간 경제·재정 정책의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학기는 매년 4월에 각국이 구조개혁계획(국가개발계획: NRP)과 함께 중기재정목표 등을 담은 3개년 재정계획을 제출받는다. 이에 따라 EU집행위원회가 EU회원국들의 재정규칙인 안정성장협약(Stability and Growth Pact : SGP)에 맞는 국가별 권고(CSR)를 마련해서 6월 EU정상회의에서 승인을 거쳐 7월 각료이사회에서 채택한다. 이를 바탕으로 EU집행위원회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은 SGP에 근거하여 회원국의 예산을 감시하는 제도의 일환으로 매년 10월 15일까지 익년도 예산안(Draft Budgetary Plan : DBP)을 제출받는다. 이어서 EU집행위원회는 제출된 잠정예산안을 심사하게 되는데, 주로 SGP와의 정합성, CSR과의 괴리 여부를 검사한다. 이는 정권교체 등을 계기로 재정정책의 연속성이 끊어져 재정건전성이 손상될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와 같은 절차에 따라 오성운동과 리그 등 포퓰리스트 2당이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10월 4일 발표한 경제재정문서(Documento di Economia e Finaza : DEF)를 토대로 2019년도 예산안을 작성하여 내각의 의결과 의회의 승인을 거쳐 마감기일 직전인 10월 15일 밤에 EU집행위원회와 유로그룹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EU집행위원회는 잠정예산 제출이후 1주일 만인 10월 23일에 이탈리아가 제출한 잠정예산안을 반려하고 재제출을 요구하였다. EU규정 No.473/2013의 제7조 2항의 규정에 의거하여 "잠정예산 제출이후 2주 이내" 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한 규정보다 1주일을 앞당긴 조치이다. 이에 대해 EU집행위는 이탈리아 정부가 10월 4일 재정목표의 수정방침을 서한으로 전했기 때문에, 잠정예산 제출전인 지난 10월 5일 시점에서 이미 서한을 통해 의견을 제시할 방침을 나타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 이탈리아 정부의 2019년 예산안 관련 주요일정

 

일정관련 일시

주 요 내 용

20018924

2019년 예산안 편성: 경제전망, 재정적자 및 정부부채 포함

(2019년 재정적자 GDP대비 2.4% 제시)

20181015

2019년 잠정예산안을 EU집행위 및 유로그룹에 제출: 재정적자규모, 정책수단의 계량적 효과 등 표시

20181023

EU집행위원회, 수정예산안을 3주내(1113)에 재제출 요구

(EU집행위, 1주일 앞당겨 이탈리아 잠정예산안 수정·재제출 요구)

20181113

수정예산안 제출(다시 3주 이내에 EU집행위원회가 의견제시). 이탈리아 정부가 EU집행위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괴리시정절차 또는 부채삭감규칙의 부적합을 이유로 과다 재정적자시정절차(EDP) 시작 요구

20181130

EU집행위, 경제전망(11월초 발표)에 근거하여 재정적자, 부채규모 평가

20181231

이탈리아 상·하원에서 예산안 확정

 

자료: EU집행위원회, 이탈리아 정부자료 및 외신 종합

 ​

EU집행위원회가 공표하는 SGP의 지침(Vade Mecum on the Stability and Growth Pact)에 따른 향후 일정은 같다. 통상적인 경우 예산안을 받은 EU집행위원회가 11월 상순의 가을 경제전망에서의 경제·재정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11월말까지 당해 예산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다만 제출된 예산안에 ‘특별히 심각한 규율위반’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EU집행위원회는 예산안 제출이후 1주일 이내(원칙적으로는 10월 22일까지)에 해당국의 의견을 청취한다. 그리고 예산안 제출이후 2주 이내(10월 29일까지이나 이번의 경우 1주일 앞당겨 결정) 예산안의 재제출 요구여부를 결정한다. 예산안의 재제출 요구를 받은 회원국은 요청을 받고 늦어도 3주 이내에 (가장 느린 경우 11월 19일까지) 수정 예산안을 제출한다. EU집행위원회는 수정예산안이 다시 제출된 날로부터 3주 이내에 (가장 느린 경우 12월 10일까지) 이 수정예산안에 대한 의견 표명을 한다. 당사국은 EU집행위원회의 의견 표명을 바탕으로 한 익년도 예산안을 12월 31일까지 해당국 의회에서 통과한다.

 

이탈리아 2019년도 잠정예산안, 중기재정목표 벗어난 과도한 재정적자 등이 문제

 

구체적으로 EU집행위원회가 10월 23일자 서신에서 지적한 이탈리아의 잠정예산안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EU의 재정규율은 재정적자가 GDP대비 3% 미만, 누적부채 잔고가 GDP대비 60% 미만으로 억제하는 것 외에도 건전한 재정운영을 담보하는 다양한 규칙이 존재한다. 이탈리아 새 정부의 재정계획도 재정적자는 GDP대비 3% 미만으로 기준을 충족하고 있지만, 누적부채 규모가 GDP대비 130% 이상에 도달하여 채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관점에서 경기순환이나 일시적인 요인을 제외한 구조적인 재정수지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첫째, 순세출 증가율 목표치와 구조적 재정수지 개선목표는 SGP가 요구하는 과도한 재정적자를 미연에 방지하기위한 기준치로부터의 괴리이다. 순세출 목표의 괴리폭은 최대 0.1% 증가를 설정하고 있는데 대해 2.7%가 증가하였다. 구조적 재정수지의 중기목표는 GDP대비 0%로 설정하고, 이의 달성을 위해 2019년 GDP대비 0.6%포인트의 구조적 재정수지의 추가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난 정부에 권고하였다(지난 정부의 구조적 재정수지 적자목표는 0.4%). 하지만 새 정부가 발표한 재정계획에서는 2019년의 구조적 재정수지가 반대로 GDP대비 0.7%포인트 악화되어 향후 3년 동안 GDP대비 1.7%의 적자를 보이도록 계획하고 있다. 구조적 재정수지는 GDP대비 0.6% 개선목표에 대해 GDP대비 0.8%가 악화되는 쪽으로의 움직임이 있다. 프랑스나 스페인 등도 2019년도 잠정예산안에서 세출 증가율과 구조적 재정수지 목표 값에서의 괴리가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경우 두 지표 모두 목표치에서 괴리되었고 또한 그 폭이 큰 편이다.

 

둘째, 과도한 채무국가에 대해 조속한 부채감소를 요구하는 부채삭감규칙으로부터의 괴리이다. 이탈리아 잠정예산안에서는 정부부채(추정치)가 2018년 GDP대비 130.9%로 건전성 기준인 GDP대비 60%에서의 괴리폭이 70.9%포인트에 이른다. 괴리분의 20분의 1이상을 3년간 평균인하해야 하는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서, 부채잔고를 GDP대비 연평균 3.54%포인트를 인하하여, 2021년에 GDP대비 120.2%로 줄여야한다. 그러나 잠정예산안에서 2021년 정부부채 전망은 GDP대비 126.7%로서, 2018년 4월 전 정권이 3개년 재정계획에서 약속한 부채삭감계획과의 연속성도 결여되었고, 재정규칙이 요구하는 수준에도 미흡한 실정이다. EU집행위원회는 서한에서 과거의 실적도 채무삭감 규칙에 부적합하였던 점도 지적하고 있다. 부채감소규칙에 부적합은 벨기에, 프랑스 등도 지적되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양국보다 GDP대비 60%로부터의 괴리폭이 크며, 재정규칙에서 요구되는 감소폭도 느려, 부적합도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셋째, 이탈리아의 잠정예산안은 이탈리아 독립재정감시기관인 '의회예산국(Parliamentary Budget Office: PBO)'의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 유로존의 잠정예산안 제출에 대한 EU규칙 No.473/2013 제4항 4조는 독립적인 거시경제전망에 근거하여 잠정예산을 공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잠정예산안은 재정규칙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탈리아 정부가 제시한 명목GDP증가율은 2019년 3.1%, 2020년 3.5%, 2021년 3.1%로 2017년 실적 2.1%, 2018년 실적 추정치 2.5%보다 크게 높다.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이 이탈리아정부가 정부부채의 명목GDP대비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의 주된 근거이다. 그러나 EU집행위의 판단은 이탈리아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극히 낙관적이어서 실제로는 이를 밑돌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정부부채의 GDP비율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탈리아 정부, EU측의 의견에 대해 재정투입에 의한 경제성장 가속 필요성 주장

 

이탈리아 정부는 EU집행위원회가 지적한 세 가지 문제점들은 경제성장의 가속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첫째, SGP의 요구사항 부적합은 GDP가 위기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2019년도는 구조적 재정수지 개선목표에서 괴리되어 있지만, 2020~21년은 적자를 확대하려는 의도보다는 2022년 이후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GDP가 예상보다 빨리 위기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되는 경우에는 조정을 가속화하게 된다며 성장성장이 촉진되면 재정규칙의 준수가 이루어진다는 입장이다.

 

둘째, 부채삭감규칙의 괴리에 대해서도 경제성장의 가속이 필요하며, 차기 예산으로 도입하는 성장 촉진책의 효과로 인해서 향후 3년간은 지난 10년과는 달리 명확하게 부채잔고가 낮아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정부의 EU집행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성장촉진방안 사례로 2019년에 GDP의 0.2%, 2020년 이후에는 0.3%에 해당하는 공공투자의 재활성화를 들고 있다. 다만, 잠정예산안에 포함된 재정조치의 규모로는 공공투자보다 부가가치 세율인상 동결이나 연금개혁의 재검토, 최저소득보장제도가 훨씬 커서, 서한에서 공공투자의 효과가 과대하게 강조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셋째, 이탈리아 국내법에서는 PBO의 승인이 없는 경우의 책임은 정부가 지고 있으며, 정부는 상하 양원의 예산위원회에 설명할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PBO와 정부 사이에는 기본적인 견해차는 없으며, 차이점은 예산안의 성장촉진효과에 한정되어 있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 정부의 서한은 행정절차의 간소화 및 분쟁처리절차의 간소화, 세금체계의 단순화 등의 구조개혁을 통한 투자환경 개선에 대처할 방침도 나타내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2019년도 잠정예산안이 경제성장의 가속을 통한 재정의 지속가능성 향상, 정부부채의 감소에 필요한 조치이며, 이탈리아 및 기타 EU 회원국의 금융안정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 없으며, 이탈리아의 경제실적 개선이 유럽경제 전체에게 이익이 된다는 생각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서한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유로존 재정규칙의 규정에 따라 건설적인 대화를 계속하며, 이탈리아는 EU와 유로존에 속한다는 문구로 마무리하고 있다. 그러나 살비니(Matteo Salvini) 부총리는 예산안의 양보는 없다고 표명하고 있으며, 콘테(Conte) 총리는 EU와의 대화를 강조하여 타협의 여지는 남기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은 이탈리아와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 차이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등 시장의 부정적 반응으로 압박이 커질 경우, 이탈리아 정부가 예산안을 수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예산안 수정이 GDP대비 재정수지 적자의 2.4%를 하회할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잠정예산안 수정요구를 수용 않을 경우, 심각한 괴리시정절차 및 재정적자 시정절차 시작

 

이탈리아 신정부의 2019년도 잠정예산안은 재정적자 규모를 확대하기는 하였지만, EU에 대해 절대적으로 적대적인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EU집행위원회가 2019년도 잠정예산안이 집행되는 경우 부채의 지속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환송 및 재제출을 요구하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에 이탈리아 정부도 가부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탈리아 정부가 주어진 기한내에 수정예산안을 재제출하지 않을 경우, EU집행위원회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EU집행위원회의 선택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출규칙에서 구조적 재정수지 개선목표의 괴리를 이유로 하는 "심각한 괴리시정절차", 다른 하나는 부채감소규칙에 부적합을 이유로 "과도한 재정적자 시정절차(EDP)"의 시작을 요구하는 것이다. 모두 유로위기를 교훈으로 하는 규칙강화에 따라 도입된 절차로서, 발동된다면 이탈리아가 첫 케이스가 된다. 심각한 괴리시정절차는 GDP의 0.2%에 해당하는 이자와 함께 예탁금, EDP에는 GDP의 0.5%까지 벌금이 있다. 그 발동은 각료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심각한 괴리시정절차의 시작은 예산집행 이후이며 제재가 부과되는 것은 실적이 확정된 이후이다. EDP도 절차개시 이후 대상국 정부에 개정을 위한 시간적 유예가 주어진다.

 

잠정예산안을 둘러싼 갈등, 유럽 재정위기 재연의 도화선 될 수도

 

잠정예산안을 둘러싼 이탈리아 신정부와 EU집행위원회의 갈등의 속내는 무엇일까? 

 

EU입장에서는 최근 회원국안에서 反EU·反유로화 및 反이민 등 유럽회의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 이탈리아 정부의 재정규율을 넘어선 확장적 재정정책에 강한 자세로 임하지 않는 경우에 유로존의 규칙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 그러나 EU가 보다 강한 자세로 임하는 경우에는 포퓰리스트 정권에 EU회의주의를 부추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크다. 특히, 독일 메르켈 총리의 은퇴선언, 내년 봄에 5년 주기의 유럽의회 선거, 그리고 내년 가을 융커 EU집행위원장과 드라기 ECB총재의 은퇴 등으로 EU역내 정치변화에 따른 리더십의 공백기가 생기고 있어, EU로서는 회원국과의 대립구도를 강조하고 싶지 않은 시기다.

 

그러나 정치적 변혁기에 EU의 재정규칙을 허물려는 시도는 이탈리아 정부에게도 양날의 검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예측한 대로 경제가 성장쾌도에 오르지 못하여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누적채무가 확대된다면, 경제에 대한 신인도가 하락하여 이탈리아 채권이 투기수준으로 강등되고 이자율이 더 상승하여 자금사정이 어려워지게 되며, 금융시스템에서 예금이 유출되는 사태로 발전하면 결국 이탈리아는 EU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구제금융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경우 재정정책의 재량여지가 크게 좁아질 뿐만 아니라 정권의 존속도 어려워지게 된다. 

 

실제로 금융시장의 반응은 민감하다. 포퓰리스트 정권의 탄생 이후 이탈리아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내외 수준에서 3% 이상 수준으로 상승하고, 최근 잠정예산안 파동으로 3.4%까지 상승하였다. 이탈리아 정부가 과도하게 낙관적인 경제전망에 근거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강행한다면 신용평가사의 평가를 포함한 시장의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그 결과는 이탈리아 경제에 대해서도 대외신인도 면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가 예산안을 수정하게 된다면, 이탈리아의 문제가 본격적인 재정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미·중간 무역전쟁,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의 자본유출 압력이 강해지는 등 지정학적인 위험에 따른 세계경제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기인 만큼 경계를 늦출 수 없다.

 

EU입장에서는, 이탈리아의 포퓰리스트 정권에 의한 확장적 재정정책 추진의 유혹으로부터, EU가 부채위기의 교훈으로 도입한 정책감시제도가 위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장치인지를 검증받게 될 것이다. 특히 유로지역 안에서 한 나라의 재정위기가 다른 나라로 전파되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구축된 유럽안정메커니즘(ESM) 등 금융안전망의 강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탈리아 2019년도 잠정예산안에 대한 EU안에서의 갈등을 얼마나 슬기롭게 해결하느냐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제시한 재정규칙 마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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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11-11 18:00:00 최종수정 2018-11-11 23: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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