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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대통령이 러-우 전쟁 종식을 위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협상에 나서는 등, 적극 개입함으로써, 드디어 종전(終戰)이 실현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러시아도 지금까지 엄청난 희생을 무릅쓰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점령지를 확대해 왔으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국내 사정은 피폐 일로에 있어, 전쟁 종식을 원하는 동기는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침공 피해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등의 의향을 배제한 채 푸틴 대통령과 합의를 서두르다, 자칫 러시아의 점령지 병합 추인 요구 등을 쉽게 받아들이고 우크라이나에 과도한 양보를 강제할 경우, 또 다른 국제 분쟁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래에, 러-우 종전 협상을 관망하는 해외 미디어들의 분석을 종합 정리한다.
■ “트럼프의 종전(終戰) 폭주로 승리감에 웃음짓고 있는 푸틴 대통령”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3년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미국이 침략자인 러시아와 직접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은 미국이 그간 지켜온 전통적인 외교 관행을 송두리째 저버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독단적 행보는 종전 협상을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형국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초대로 오는 5월 9일 러시아의 2차 대전 승전일 행사에 맞춰 러시아를 방문해 동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는 최악의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구 소련 시대에 일어난 2차 대전에서 나치 독일 침공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던 러시아에게는 이날 전승기념일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그 동안 네오-나치 척결을 우크라이나 침공의 구실로 삼아 오던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이번에 러시아 우위로 러-우 전쟁 종전을 마무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기념 식전에 서는 것을 계기로, 자신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다. 러시아는 이 기념식에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초대했다.
유럽 국가들이 나서서 이런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것을 막으려고 진력하고 있으나, 역부족이고, 현재대로 종전 협상이 진행되는 것을 저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이대로 간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전 유럽에 승리했다는 인식을 가질 것은 물론, 민주주의 진영 모든 나라가 패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국제 질서는 ‘법의 지배’에서 ‘힘에 의한 지배’로 변화할 것이고, 우크라이나의 실질적 패배를 허용했다는 유럽 전체의 위상은 추락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 “UN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 결의에 미국 · 러시아가 나란히 반대”
최근 열린 UN 총회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상징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년을 계기로 소집된 긴급특별회의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연내에 종결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유럽 회원국들의 의향을 반영해 ‘러시아군 즉시 철수’ 및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을 포함하는 것이나, 미국이 러시아와 함께 반대함으로써 유럽과의 균열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동 UN 총회 결의는 우크라이나에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평화를 달성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을 조사, 소추하는 절차를 개시할 것도 요구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도 ‘평화를 위한 길’ 이라는 제목의 독자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이 제안에는 ‘분쟁의 조기 종결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면서도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는 문언은 일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 회원국들은, 미국이 독자 결의안에서 ‘전쟁(戰爭)’을 ‘분쟁(紛爭)’으로 표현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 및 주권에 대한 언급을 회피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회원국들은 자신들의 결의안이 채택된 뒤, 미국의 결의안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 이라는 표현을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문구로 바꾸고,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 및 주권의 중요성을 추가해서 별도 수정 결의로 채택했다. 이어서, 이번 침공의 근본 원인을 우크라이나 측으로 떠넘기는 러시아의 수정안을 찬성 다수로 폐기시켰다.
여기에서 특기할 것은,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이후 일관해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입장을 계속해 왔으나, 이번에는 유럽 회원국들이 제안한 결의안에 반대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정권의 입장이 180도 선회했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입장 차이를 급속히 좁혀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정황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 “유럽 국가들은 對 러 추가 제재, 유화적 자세의 미국과 선을 그어”
트럼프 정권이 러-우 전쟁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에 대한 입장을 급격히 선회하자, 유럽 각국 정상들은 독자적인 對 러 추가 제재를 발동함과 동시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담판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프랑스 Macron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고 러-우 종전 뒤에 프랑스 및 영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킨다는 방침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장기적 안전 보장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Macron 대통령은 “영국 등과 연대해서 영구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책임을 다할 것” 이라고 응답하고, ‘프랑스와 미국은 항상 정의의 편에 서 왔다. 유럽은 보다 강력한 파트너가 되어 유럽 방위와 안전보장을 위해 더욱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고 언명했다.
프랑스 Macron 대통령에 이어서 영국 Starmer 총리도 27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유럽 각국은 미-러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종전 협상에 대해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착되는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과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잇단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유럽 각국 간의 對 러시아 정책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한편, 영국 정부는 24일 자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물자를 러시아에 공급하고 있는 중국 및 인도 기업들 외에도,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하고 있는 북한 국방장관 등을 제재 대상으로 추가했다. 유럽연합(EU)도 같은 날 추가 제재를 채택하고, 러시아에 유화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미 트럼프 정권과 일선을 긋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유럽 각국은 침공 당사자를 제치고 침략자인 러시아와 직접 협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러시아에 경도되지 말도록 설득하는 한편, 유럽 자체로 유럽을 방위하는 독자 체제 구축에 골몰하고 있으나, 당장에는 현실적 난관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아직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파병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 둘째; 러-우 전쟁 종식 이후 러시아와 관계 설정 방향이 정해지지 않고 있는 것, 셋째; 우크라이나 이외 지역으로 러시아의 영향력이 파급되어 나갈 우려, 등이 첨예한 현안 문제로 떠올라 있다.
이런 현실적 문제 이외에도, 이번 종전 협상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갈등 양상이 노정되어, 그간 유럽 안보의 중심 역할을 담당해 왔던 미국과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깊은 골이 생겨난 것이 보다 심각한 문제가 됐다. 자유 민주주의와 법에 의한 지배라는 가치관으로 결속돼 온 신뢰가 트럼프 정권 등장으로 돌연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은 유럽 각국에 대해서는 심대한 불안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 “트럼프의 ‘침략 기정 사실화’는 호전 세력에 불순한 동기를 부여”
트럼프 대통령이 러-우 전쟁 종식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직접 추진하고 있는 협상에서, 만일, 러시아가 현재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일부라도 양보하라는 요구를 수용하거나, 우크라이나에 과도한 양보를 강요하는 경우에는 심각한 위험이 뒤따를 것은 예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럴 경우, 과거 나치 독일에 대한 유화적 자세가 세계 대전을 불러왔던 실패를 재현할 우려도 있다. (Nikkei)
러시아는 2014년에 우크라이나 동부와 크림 반도에 親 러 정권을 수립한 뒤, 이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합병했다. 그리고 나서, 지난 2022년 2월 이들 지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면 침공을 감행해,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전 협상을 중재(주도)하고 나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게 ‘2014년 이전 영토를 회복하려는 것은 비현실적’ 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결국 러시아가 강제 점령지를 자국으로 합병하는 것을 추인하는 결과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러시아를 G8에서 배제한 것은 잘못’ 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민주주의 및 법에 의한 지배라는 가치관을 짓밟은 러시아를 G7 리그에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당시부터 우크라이나 조기 종전을 공약으로 내걸어 왔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원칙으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동서로 분할하는 것을 용인,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인정하지 않고, 그리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 지역의 방위에 대한 미국의 관여를 줄이는 대신, 아시아 지역으로 방위의 중심을 옮길 것, 등을 시사해 왔다.
그러나, 이런 원칙에는 커다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우선, 침략을 당한 피해국인 우크라이나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다음으로, 침략자인 러시아의 요구를 대폭적으로 받아들이는 결과가 될 우려가 큰 것이다. 마치, 2차 세계 대전 직전에, 당시 유럽의 강국이던 영국이 나치 독일의 요구를 받아들여 독일과 인접한 체코 영토 일부의 병합을 인정해 줬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독재자 히틀러는 이어서 폴란드 침공을 시발로 2차 대전을 시작했던 것이다.
■ “트럼프식 종전이라면 동아시아에도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리스크”
지금 전세계는, 트럼프 2기 정권이 들어선 뒤 미국이 러시아와 접근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기존 국제 질서 체계가 붕괴되어 가는 모습을 경험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러-우 전쟁 종전 협상을 둘러싸고 오히려 침략자 러시아와 보조를 맞추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정통 우방 관계를 지속해 온 미국과 유럽 간에 낯선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불안과 우려를 담은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제 사회는 이런 트럼프 정권의 행보에 깊은 불신을 갖게 됐고 유럽 우방국들과 결속은 현저하게 이완되고 있다. 상징적인 사건으로, 지난 24일 UN 안보리에서는 미국이, 놀랍게도 러시아와 동조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지 않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는, 내년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종전이라는 단기 성과에 집착해 결과적으로 푸틴 대통령에 발목을 잡힌 것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 간에 균열이 커지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를 주창해 온 서방 세계의 영향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對 러시아 유화(宥和) 노선 전환은 협상 결과에 대한 우려와 함께, 다른 지역의 안보 구도에도 불안을 촉발할 것은 물론이다. 러시아와 협상 종결을 서두르며 우크라이나 영토 획득을 용인하는 등, 조그만 이익이라도 안겨주는 방향으로 결착되는 경우에는 세계 각지에 ‘잘못된’ 시그널을 발신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해 온 중국에도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할 동기를 부여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핵심적 이익으로 삼는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할 것도 염두에 두고, 러-우 종전 협상이 결착되는 향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트럼프 정권의 對 러시아 자세 급전환은 동아시아 지역 안보 지평에도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고, 각국은 이에 대응해 스스로 자력 보위 방책을 강구해야 할 절박한 시점에 이르렀다. 호전적인 중국 및 북한과 맞대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지정학적 위협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미국과 공동 보조를 주축으로 안보 체제를 유지해 온 터에 미국의 자세가 돌변하는 긴급 상황에 처해, 이제 자력 생잔(生殘)의 방도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시점에 당도했다. 바야흐로, 강대국에 의존한 ‘타율적’ 안보 구도를 벗어나서, 끝까지 스스로 지켜낸다는 ‘자조적’ 방위 태세를 갖추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ifsPOST>
- 기사입력 2025년02월28일 11시02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28일 11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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