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재벌 지배구조 허점, 애국심으로 방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9월27일 22시15분
  • 최종수정 2015년09월27일 22시15분

작성자

메타정보

  • 40

본문

 
 
벌처펀드 엘리엇에 혼쭐난 삼성그룹
 
-우리 자본 시장은 개방되어 있어 세계 어느 나라의 어떠한 자금도 우리 국내시장에 들어와서 자기들이 원하는 바를 할 수가 있다.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받는 삼성마저 이번에 엘리엇이라는 펀드의 공격을 받아 어려운 경험을 했다. 쟁점이 뭐였나?
 
▲ 일단 그 사건의 배경부터 좀 알아보자. 두 가지 점을 주목해야 될 것 같다. 현재 제일모직의 최대 주주가 이재용 부회장이었던 것이고. 이재용 부회장이 3세 승계를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회사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삼성 그룹의 핵심기업은 뭐니 뭐니 해도 삼성전자라 할 수 있다. 이 삼성전자의 지분구조를 보면, 총수 일가. 즉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관장, 이재용 회장이 갖고 있는 직접지분을 다 합쳐봐야 4.7% 밖에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오너라고 하기가 어렵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가 어렵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는 삼성생명이고,2대주주는 삼성물산이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이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또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는 제일 모직이다.
 
 그래서 이번에 삼성그룹에서는 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함으로서 이 합병회사의 최대 주주가 이재용 부회장이 되고, 그 합병회사를 통해서 직접 또는 삼성생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는 작업을 추진했던 것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되었던 것은 첫 번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인 1대 0.35의 합리성이다.
 
 
 
-  삼성 물산이 1이고 제일 모직이 0.35인가?
 
▲ 아니다. 제일모직이 1 삼성물산이 0.35이다. 이 비율이 문제다. 자산규모나 역사, 또는 그룹에서의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삼성물산이 훨씬 더 크고도 중요한 회사인데. 이 삼성물산이 건설업을 하다보니까 최근에 주가가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었다. 반면 제일모직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서 중요한 회사라고 하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제일모직의 주가는 사실상 너무 터무니없이 올라 있었던 상황이었다.
 
물론 1대 0.35라는 비율 자체가 법에 정한대로 따른 것이어서 불법은 아니다.  그런데 단순히 기업의 경영, 더군다나 삼성그룹과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단지 법을 지켰다고 해서 되는 것이냐 라고 하는 문제에서는 ‘정당성 문제’ 즉, 삼성물산의 가치가 너무 저평가 되었고 따라서 삼성물산의 소액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고 하는 문제점이 하나 나온다.
 
 두 번째는 7월17일 기준으로 합병했는데 삼성물산의 주가가 너무나 저평가 되어있는 시점에서 굳이 합병했었어야 되느냐는 문제가 있다. 즉, 삼성물산의 구조조정을 통해 좀 더 가치를 끌어올린 다음에 합병을 하는 것이 삼성물산 이사들의 의무가 아니냐 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바로 이 합병 비율과 합병 시점에 관한 문제를 엘리엇이 바로 치고 들어옴으로서 한국에서의 소액 주주들로부터 상당수의 지지를 받고. 결국 주총에서 치열한 표 대결이 이루어진 사건이 그 내용이다.
 
 
 
- 그런 해석은 소액 주주의 입장이 아닌가?
 
▲ 삼성 그룹 측에서는 “그걸 어떻게 의도적으로 저평가를 했겠느냐”고 설명했지만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미필적 고의’에 대한 의심은 있을 수밖에 없었고, 더 나아가 제일모직의 주가는 너무 고평가 되어있었는데 이에 대한 어떤 조정 노력도 삼성에서는 하지 않았다는 그런 불만들이 표출됐던 것이다.
 
 
 
- 김광두: 나쁘게 말하면 승계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제일 모직 주가를 높이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좀 낮게 방치해서 이재용 씨의 승계과정을 도와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김 교수 등 몇 사람을 빼고는 문제 삼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는데 엘리엇이라는 벌처펀드가 들어와서 문제가 커진 것 아닌가? 그런데 이 ‘벌처펀드는 아주 질이 좋지 않다’는 언론보도들이 있었고, 그런 것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애국심을 발휘해 합병작업에 동의했다는 분석도 나왔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삼성그룹 애국심전략에 외국투자자들 “실망”
 
 ▲헤지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행동주의에 대해 조금 설명이 필요하다. 원래 미국의 월 스트리트에 있는 기관 투자자들은 굉장히 소극적인 전략을 갖고 투자를 했다. 이른바 월 스트리트 룰 이라고 하는 데 마음에 드는 회사에만 투자를 하고, 그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주식을 팔고 나간다는 그런 뜻이다.
 
 그런데 기관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까, 기관 투자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 회사의 주식을 팔아버리면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때문에 자유롭게 팔지를 못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래서 1990년대부터는 연기금 펀드를 중심으로 투자회사의 기업 가치를 지키기 위한 방어적인 목적의 액티비즘, 행동주의가 나타나 회사 경영에 개입하는 그런 전략이 퍼지게 되었다. 그것을 대표하는 것이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 공무원 연금기금인 캘퍼스라 할 수가 있다. 사실 방어적인 기관투자자들의 행동은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고, 더군다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연기금 자체가 워낙 타격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공백이 생겼다. 그 공백을 헤지펀드들이 새롭게 채워 들어가면서 단순히 방어적인 목적이 아니라, 지배구조 상의 어떤 취약점을 갖고 있는 회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공격하는 그런 행태의 전략을 취함으로서 해지펀드에 의한 행동주의가 지금 미국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헤지펀드들에 대한 문제가 있고 특히 한국에서는 SK그룹에 대한 공격이나 또는 외환은행 문제 등등을 이제 경험하면서 국민들이 어떤 외국자본 특히 헤지펀드에 대해서는 너무나 부정적인 인식만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헤지펀드들의 장․단점에 대한 논란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도 이제는 보다 균형적인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이 엘리엇 사태에서 삼성그룹이 애국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나, 또 최근에 롯데그룹 사태가 번졌을 때 롯데가 한국 기업이냐 일본 기업이냐 하는 식의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대해서 매우 실망을 했다.
 
 즉 한국 사람들이 너무나 글로벌 추세와는 동 떨어지는 관점에서 본다는 것이다.
 
 물론 엘리엇은 돈을 벌기 위해 삼성을 공격한 것이지만. 그런 시장의 과정을 통해서 기업들이 자극을 받고, 또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 여러 펀드나 해외 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번에 삼성이  개인 투자가 또는 기관 투자가한테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그 노력의 내용이 또 조금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 것 아닌가?
 
 
 
▲삼성 측에서는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 모두에게 이른바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합병에 찬성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 듣기로는 500주 이상의 주식을 가진 개인투자자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위임장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이건 위법행위 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관투자자가 문제가 되었는데. 사실은 이번 합병에서의 승패를 좌우한 것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이었다. 삼성보다 한 달 전에 있었던 SK그룹의 합병 건에 관해서는 국민연금은 기금 운영 본부가 직접 결정을 하지 않고, 전문가들이 모인 ‘의결권 행사 전문 위원’들이 있는 곳에 넘겨 찬성할 것이냐 반대할 것이냐를 결정 해 달라고 해서 결정했다. 그런데 사실상 똑같은 사안인 삼성 그룹의 합병 건에 관해서는 의결권 전문 위원회에 넘기지 않고, 기금 운영 본부가 직접 결정을 했다. 과연 이것이 어떤 배경에서 그런 것이냐는 논란이 아직 있다.
 
 그런데 국내의 기관 투자자들의 경우 삼성이 갖고 있는 자금력. 예컨대 삼성생명의 자산이 200조원인데  그 자금의 상당 부분은 국내 금융회사들한테 위탁이 되어있다. 만약에 찬성을 하지 않으면 위탁된 돈들을 회수하겠는 유 무형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까지도 제기가 되고 있다.
 
 
 
이재용 지배체제는 탄탄대로에 들어섰나? “ 아직은… ”
 
 -애국심 이라는 게. 국가를 위해서 아주 좋은 마음인데, 이것이 이제 특정 그룹의 스스로 갖고 있는 취약점을 보완하는 그런 수단으로 자주 활용되면 곤란한 일이 있을 수 있다. 어쨌든 이제 모든 것이 끝나 이재용 지배체제는 탄탄대로에 들어섰나?
 
 
 
 ▲ 7월 17일 주총에서 합병 안건이 69.5%의 찬성으로 통과돼 삼성이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보도 되었다. 그러나 압도적 승리라는 것은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 회사의 합병은 과반수 주주의 찬성만 얻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특별 결의라고 해서 3분의 2, 즉 66.7%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69.5%를 얻었으니까 그 기준선에 2.6%를 오버한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삼성이 간신히 이겼다고 본다.
 
그런데도 언론들은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는 탄탄대로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나아서 삼성전자나 삼성 SDS가 곧 합병을 할 것이다, 또는 작년에 무산이 되었던 삼성 중공업과 삼성 엔지니어링의 합병이 곧 있을 것이라는 등의 소문들이 나돈다
 
그러나 삼성 그룹의 미래 전략실 임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기존에 세웠던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 시나리오의 상당 부분이 올 스톱 된 느낌을 받는다.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 SDS를 합병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본다면  삼성물산의 경우에는 외국인 지분이 30%밖에 안 되었지만 삼성전자는 50%를 넘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또 한 번 소액 주주의 이익을 해치면서 지배 주주의 사익을 추구하는 그런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그 땐 주총 통과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 그룹으로서는  기존의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그런 승계 작업이 아니라. 잃어버렸던 시장과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작업부터 먼저 해야 한다.
 
 
 
- 삼성전자와 삼성 SDS를 합병하는 것이 이재용부회장으로의 승계에 어떤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나?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는 이미 기정사실화 되었다. 다만 그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기 위한 지분 지배력을 갖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은 우선 합병된 삼성물산이 있고, 다른 하나는 1999년도에 BW(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한 삼성 SDS의 지분이 또 하나의 축이다. 따라서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은 합병물산의 주식과 SDS의 주식인데. 이 두 개의 주식을 이용해서 어떻게 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전체의 핵심회사에 대한 지배력으로 전환할 것이냐 라고 하는 게 실질적인 과제다. 한 부분은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또 한 부분이 남아있어 끊임없이 삼성전자와 삼성 SDS를 합병함으로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작업이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결국 삼성 그룹의 핵심은 삼성 전자인데, 삼성 전자에 대한 지배력. 이것을 확실히 가지려면 삼성 SDS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SDS와 삼성 전자 합병을 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 엘리엇 사태가 준 충격 때문에 이 합병과정은 당분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이재용 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는 데에는 앞으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가?
 
그런데 삼성 그룹마저도 이렇게 지배구조가 허점을 갖고 있다면. 다른 그룹도 마찬가지 허점이 많을 것 같은데?
 
 
 
다음은 현대차그룹? …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적 신뢰 회복이 정답
 
 ▲ 엘리엇 사태이후 홍콩 등 외국시장이나 국내 시장에서 다음 차례는 현대차그룹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사실 3세 승계가 이루어지는 우리나라 모든 재벌들이 잠재적으로 헤지펀드의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즉, 우리나라 재벌의 성장과정에서 현재 총수나 회장의 지분이 너무 약하다. 따라서 여기서 상속세를 내고 3세한테 물려준다면, 지분 지배력은 더 희석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 불법적인 또는 탈법적인 요소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다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가 지주회사 체제로 깔끔하게 되어있는 게 아니라, 이른바 순환출자라고 부르는 굉장히 비정상적인 출자구조로 이루어져있다 보니까 승계과정에서 사실은 사회적 논은 물론 심지어는 법률적 논란이 벌어질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 실제로 그런 것이 현실화 되는 순간 헤지펀드가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때는 애국심 마케팅이 좀 어려울 것 아닌가?
 
▲ 이번 삼성물산합병 건은 삼성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삼성도 두 번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다른 그룹들은 그런 식의 애국심 마케팅을 기대해선 안 될 것이다. 결국은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함으로서 시장과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그룹의 발전 방안이자 경영권 승계 방법이다.
 
 
 
 -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재벌은 아주 막강하고 강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이 엘리엇이라는 벌처펀드에게 공격을 당한 것을 보면서 우리의 최고 재벌마저 이런 허점이 있구나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을 원활히 넘기기 위해서는 애국심 마케팅은 한 번만 유용할 것 같고 앞으로는 재벌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더 노력하는 길 뿐이라 믿는다.
 
40
  • 기사입력 2015년09월27일 22시15분
  • 최종수정 2016년11월26일 16시46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