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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인적 청산을 넘어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8년06월03일 19시58분

작성자

  • 나승철
  • 법률사무소 리만 대표변호사, 前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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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조사 중인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지난 25일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의 판사들에 대해 사찰을 했을 뿐만 아니라 양승태 대법원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의 도입을 위해 중요 재판과 관련하여 청와대와 물밑거래를 시도하고, 하급심 판결에 관여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사보고서에는 양승태 대법원이 청와대와 거래대상으로 삼았던 판결들로, 통상임금사건, KTX 사건, 키코 사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등이 기재되어 있다. 당사자들에게는 인생이 걸린 사건이었지만 대법관들에게는 그저 청와대와의 물밑 거래의 대상에 불과했다. 그들의 빼앗긴 권리, 그로 인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인생은 누가 보상해 준단 말인가? 양승태 대법원은 중요사건을 정치권력과의 협상 도구로 사용했으면서도 막상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는다. 양승태 대법원에게 사법의 독립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그들은 정치권력을 보면, 언제든 사법의 독립이라는 옷을 벗어 던지고, 권력의 품에 안길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스스로 권력이 되길 원했고, 실제 하나의 권력이 되었다. 그 권력으로 그들은 대법원의 뜻에 맞지 않는 법관들을 사찰하고 징계했던 것이다. 

 

헌법에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사법권력만큼은 국민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국민이 두렵지 않다. 국민이 무어라 하든 그들은 귀를 닫는다. 그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자신들의 권력의 원천인 대통령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대법원들이 국민을 두렵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대법관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대법관의 임면에 선거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대법관의 임명은 지금처럼 하되 일정한 기간을 두고 선거를 통해 가부 판단을 묻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그 대법관은 해임되도록 하는 것이다. 일본은 최고재판관 국민심사제라고 하여 이러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법관들은 자신들을 임명한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과는 관계없이 국민 여론을 주시하며, 국민들의 뜻에 맞는 재판을 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대법관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면서 긴급조치로 체포되더라도 국가는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나 하고 있으면, 그 다음 선거에서 그 대법관은 해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헌법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선거제를 도입하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할 사법부가 정치화된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법원은 그동안 일관되게 국민에 대해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선거를 통해 사법에 정치적 영향력을 어느 정도 허용함으로써 사법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게다가 양승태 대법원을 보면 대법관의 임면에 선거제도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법의 정치적 중립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해 9월 퇴임하면서 “정치적 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침투할 틈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루어 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보고서에 나타난 것처럼 뒤에서는 청와대와 물밑 거래를 시도하는 등 정치인보다도 더 정치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가 사람 몇 명 처벌하고 끝내는 인적 청산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법권력의 임면에 국민의 뜻이 직접 반영되는 제도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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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6월03일 19시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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