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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최저임금 인상 긍정 효과 90%”, 정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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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06월01일 19시33분
  • 최종수정 2018년06월02일 16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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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경제보좌진과 경제부총리를 정점으로 하는 경제부처 관료들 사이에서 현재의 경제상황 진단에 여러 가지 의견들이 속출하면서 혼란스럽고 한심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일반국민들이나 기업 등 실물경제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일자리가 줄고, 오히려 저소득층이 ‘살기 힘들어졌다’는 한숨들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정부와 여당지도자들은 연일 자신들이 내세웠던 소득주도 성장론의 옹호를 넘어 이제는 예찬론으로까지 승화시키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런 생각뿐이다.

 

특히 지난 5월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지적하면서 "소득주도성장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는데,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이날의 재정전략회의는 내년도 예산편성을 앞두고 재정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숙의하는 자리였지만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옹호론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선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재정전략회의에서 언급한 내용 가운데 주목할 만한 대목의 의미는 대략  3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실물경제 현장의 ‘갈수록 어려워지는 형국’ 인식과는 동떨어져

 

우선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 성장의 긍정 효과가 90%’라는 대목은 일반국민들이나 기업  등 실물경제 현장의 ‘갈수록 어려워지는 형국’이라는 인식과는 동떨어진 분석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재정전략회의보다 사흘 전인 지난 5월2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가 제대로 가는지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함으로써 정책기조의 변화를 점검하라는 지시로 해석됐기 때문에 이날의 언급은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수보회의의 지시는  지난 24일 통계청이‘1분기 가계소득동향’을 발표하면서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8.0% 급감한 128만6700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하면서 이뤄진 것이었다. 이런 통계청의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16.4%나 인상한 데 따른 충격으로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했고,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히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까지 열었던 것이다.
 이런 분위기로 보면 정부정책의 재점검이 당연한 수순처럼 보이지만 문대통령은 재정전략회의에서 ‘긍정효과가 90%’라는 옹호로 급변한 것은 의외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날도 문대통령은 "1·4분기 가구소득 1분위 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으로,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고, 오해가 없도록 하라는 지시였지만 일부에서는 “지방선거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있어 당장은 ‘못 먹어도 고’라는 식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근로자 소득 전반 증가 속 저임금 근로자 소득개선 통해 불평등 개선”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근거로 "고용근로자들의 근로소득은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그 중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해 개인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개선된 반면 고용에서 밀려난 근로 빈곤층의 소득은 하락했다"며 "그 결과 근로자는 모든 분위에서 소득이 증가했으나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감소가 가구소득 격차 확대의 중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그러나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저득층의 소득이 올라갈 것은 빤한 이치다. 문제는 여기에 최저임금인상 등의 여파로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제외됐다는 사실이다.저소득 근로소득자들의 소득이올랐다는 것은  '밥먹으면 배부르다'는 이치와 다를 게 없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고용근로자들의 근로소득 증가와 격차 완화, 중산층 가구의 소득증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라며 "이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할 때 우리가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 그로 인해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일 수 있으므로 정부는 그에 대한 보완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는 긍정효과가 나타났지만 앞으로 발생될 부정적 효과도 검토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래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경제에 미치는 영향, 시장과 사업주의 어려움·수용성을 충분히 분석해서 목표 연도를 신축적으로 생각하면 좋겠다"면서 이른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동의보다는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부총리는 사람의 가격(최저임금)이 오르면 공급은 늘어나겠지만 수요(고용)은 줄어들 것이라는 평범한 시장논리를 제기했다.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않고 오히려 질책에 가까운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제기되는 두번째 문제가 경제 컨트롤타워가 누구냐는 것이다.

 

장하성 실장에 힘 실어주고, 김동연 부총리를 ‘패싱’하면?

 

문 대통령의 이번 재정전략회의 언급은 그동안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주장한 김동연 경제부총리보다 소득주도성장론을 주도해 온 장하성 정책실장등 청와대 보좌진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김의겸 대변인을 통한 메시지에서 "일부 언론이 오늘 재정전략회의 분위기와 관련해 김 부총리의 '판정패'나 '패싱'이라고 해석하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문 대통령이 “우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 더욱 분발해 주시라”고 “(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는 앞으로 경제정책을 추진해나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경제컨트롤타워가 누구냐는 문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가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장관들이 할 일이 없다”는 자조가 공직사회에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나서서 청와대 참모진의 손을 들어 준 것은 경제부총리를 공식적으로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언론보도 내용을 보면 소득주도성장은 청와대 참모들이 주도권을 갖고 추진하되 혁신성장은 경제부총리를 컨트롤타워로 하는 쌍두마차를 상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바람직한 것은 경제부총리를 확실한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 내세워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나가는 것임을 한 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혁신성장, 뚜렷한 성과와 비전 안보여…경제팀 질타’, 그 결과는?

 

이 문제와 연관돼 나타나는 세 번째 의문이 “소득주도 성장은 90% 성과를 이루는데 혁신성장은 전혀 진전이 안 되고 있다”고 문 대통령이 정부의 경제팀을 질책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은 함께 가야 하는 것이지 결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며 “혁신성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해 달라”고 당부했다. 소득주도 성장은 장 실장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혁신성장에 집중하라는 취지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설명대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함께 이뤄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인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하나인 최저임금인상은 혁신성장의 걸림돌이다. 물론 임금인상 등의 어려운 과제를 극복하고 혁신과 창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창업을 이뤄내고 국가의 부를 축적해나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근로시간 단축의 문제도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재정은 한정돼 있다. 재정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기보다 근로자 임금보전에 배분한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가?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지금의 정부와 여당지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재정지출을 늘려 일자리를 만들고 저소득층의 소득 더 보전해주자는 것이다. 이를 두고 많은 재정전문가들은 ‘선심성 퍼주기 정책’이라고 비판해왔다.

 

속병 들어가는 국가재정…정신 차리지 않으면 국가성장잠재력 상실 우려

 

우리 재정은 80년대 이후 피나는 노력과 절약으로 ‘건전재정’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근래 들어 재정적자가 날로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부채는 2017년 말 현재로 1,550조원을 넘어섰고, 가계부채는 1,450조원으로 매년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GDP대비 국가부채비율 역시 40%에 육박하는 현실이다. 이제는 아예 국가나 가계부채가 증가 추세로 굳어졌다. 세계잉여금이 남아서 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도 세입항목에 국채발행이 남아있는 것은 빚으로 나라 살림살이를 영위해가는 것이어서 당장의 ‘퍼주기’는 ‘장래의 부채’로 남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시중에서는 이미 지방선거 이후에 상당 폭의 개각이 진행돼 정부정책방향의 조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도 유럽순방 중 기자들과 만나 비슷한 맥락의 속내를 내비친 바 있다. 이는 뒤집어 얘기하면 최소한 지방선거까지는 정책방향 전환의 뜻이 없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정책 실패’라는 멍에를 피하는 정치적 입장 정리가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 현장을 우선하기보다 서민들의 삶의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극복함으로써  국가경제의 실력을 쌓아가려는 노력의 일단이라도 보여주기를 고대하고 있음을 국가지도자, 특히 정부여당의 지도부가 명심해주기를 바랄 뿐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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