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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27> 앨 고어의 담화문(談話文), 윤석열의 담화문(痰火文) ⓻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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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3월18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17일 21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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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졸저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중) 

 

“오늘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 정치 참여를 선언했던 2021년 6월 29일이 떠올랐습니다.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는 무너져 있었습니다. 자영업자의 절망, 청년들의 좌절이 온 나라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 뜨거운 국민적 열망을 안고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이후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온 힘을 쏟아 일해 왔습니다.” (2024년 12월 14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문 중)

하…, 앞서 쓴 <8>편 ‘각하, 유치원생도 9시에 나가는데…’에도 밝혔지만… 그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온 힘을 쏟아 일해 왔습니다’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정말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모두가 알다시피 취임 직후 약 6개월 정도 서울 서초구 서초4동 아크로비스타 사택에 머물렀다. 나는 아크로비스타 바로 뒤, 2차선 도로 하나 떨어진 다른 아파트에 살았는데, 그가 오전 9시 전에 출근하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매일 감시한 것은 아니니 며칠은 아닐 수 있다) 어떻게 아냐고? 대통령이 이동하면 아크로비스타 앞에 깔린 수십 대의 경호 차량이 함께 움직이니까. 오죽하면 ‘대체 몇 시에 출근하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어 윤 대통령이 사는 동 앞에서 직접 기다려본 적도 있다. 그날도 오전 9시 반 가까이 돼서야 내려온 윤 대통령은 주민들과 천천히 인사를 하던 도중에 강아지를 데리고 있는 나를 보고 “오~ 이 강아지는 이름이 뭡니까?”라고 물었다.

지금은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로 304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가장 어이없어했던 것 중 하나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출근을 안 하고 관저 침실에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었다.

최근 언론에 이런 기사가 났다. 다음은 동아일보 2024년 12월 12일 자 기사다.

윤석열 대통령 ‘가짜 출근 쇼’까지 했나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언론은 대통령의 출근 시간을 추적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을 나선 시각은 취임 첫 3일 동안 오전 8시 31분, 9시 12분, 9시 55분이었다.

한 언론이 집권 후반기를 맞은 11월 한 달의 출근 시간을 관찰했다. 주말과 남미 순방을 뺀 18일 가운데 대통령이 오전 9시 이전에 용산 집무실에 도착한 건 이틀뿐이었다. 정작 더 큰 문제는 경호처가 언제부턴가 ‘가짜 출근차’를 동원한 듯한 장면이다. 언론의 지난달 25일 취재를 보자. 그날 오전 한남동 관저에서 검은색 고급 승용차 3, 4대와 승합차 3∼5대로 구성된 차량군이 2차례 빠져나왔다. 각각 오전 8시 52분과 9시 42분이었고, 도착지는 용산 대통령실이었다고 한다. 이런 일은 29일에도, 12월 3일에도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이 2번 출근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의 담화문에는 울화통을 치밀게 하는 내용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백미(白眉)는 “그리고 정치권에 당부드립니다. 이제 폭주와 대결의 정치에서 숙의와 배려의 정치로 바뀔 수 있도록 정치문화와 제도를 개선 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트로트 가수 영탁의 히트곡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가사가 떠올랐는데, 정말 이 말을 왜 당신이 하는지….

그래도 어쨌든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상, 상당히 시끄럽고 혼란은 있겠지만 헌법재판소의 결과를 기다리면 마무리될 것으로 생각했다. 직무 정지 중인 대통령이 뭘 어찌할 것도 없을 테고….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을 발표한 담화문에 “저는 결코 포기 하지 않겠습니다. 저를 향한 질책, 격려와 성원을 모두 마음에 품고,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란 대목이 있지만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진짜 포기하지 않았다. 자기방어를 위한 법적 대응이야 당연히 하겠지만 정말 이런 식으로 포기하지 않고 대응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오징어게임 시즌1에서 오일남이 성기훈에게 ‘자네가…날 속이고…구슬을 가져간 건…말이 되고?’ 급의 대반전. 한 나라의 지도자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지질할 수 있는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⓼편으로 계속>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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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3월18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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