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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거수의 디자인 시선 <9> 대한민국 공공 디자인과 도시 브랜드 디자인, 세계적 수준에 왜 도달하지 못하는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5년03월12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11일 15시03분

작성자

  • 김거수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미술대학원 교수

메타정보

  • 4

본문

도시 브랜딩이란? 

현대 도시의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나 상징을 넘어, 도시 정체성을 구축하는 전략적 도구다. 도시 브랜딩은 정책, 문화,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도시가 가진 고유한 가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도시 브랜딩의 핵심은 사람들이 특정 도시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이미지와 경험을 연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방문했던 사람들에게는 다시 찾고 싶게 만들고, 아직 가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꼭 가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의 주요 관광지, 역사적 유산, 전통 문화, 대표 인물 등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결합되어야 한다. 특히,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도시명칭을 활용한 상징물과 시각적 표현의 완성도에 있다. 시민과 방문객이 도시의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설계된 디자인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실제보다 더욱 긍정적이고 매력적인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며, 이를 실현하는 핵심 도구가 바로 공공디자인이다.

 

공공디자인, 도시 브랜드의 가시적 구현 방식

공공디자인은 도시 브랜딩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도시명과 연계된 상징물, 공공시설물, 가로등, 벤치, 공공 건축물 등의 디자인은 단순한 장식적 요소를 넘어 도시의 품격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련되고 체계적인 공공디자인은 시민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방문객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반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조악한 디자인은 도시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부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원인이 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독일 본(Bonn)이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Amsterdam)의 도시명 상징물, 캐나다 오타와(Ottawa)나 스위스 루체른(Luzern)의 공공 벤치 디자인처럼, 해외 주요 도시들은 공공디자인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대표적인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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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재 한국의 공공디자인은 단기적인 예산 집행, 낮은 디자인 안목, 편협한 지식으로 인해 발전이 가로막혀 있다. 특히 관공서에서 진행하는 도시 상징물 디자인 프로젝트는 과거의 예산 기준과 관습적인 형식에 매몰되어 창의적 시도를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미관 개선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전략적 도구로서의 공공디자인이 발주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된 방향성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공공디자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용 절감 논리가 아니라,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고려한 디자인 철학이 필요하다. 이를 주도하는 공무원의 역할은 절대적이며, 발주 기관은 높은 디자인 안목을 갖추고 실력 있는 업체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 도시 브랜드 디자인의 문제점

현재 한국의 도시 브랜딩은 심각한 한계에 직면해 있다. 디자인의 질적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으며, 창의적인 시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디자인 업체의 역량 문제라기보다, 발주 주체인 공공기관과 디자인 심사위원들의 낮은 안목이 더 큰 원인이다.

한국의 도시 브랜드 디자인 시스템은 여전히 20~30년 전의 표현 기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입찰 시스템을 통해 수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한 업체들은, 기존의 익숙한 방식만을 고수하며 새로운 디자인적 접근을 꺼리고 있다. 문제는 발주처 공무원 또한 이들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으며, 더 나은 디자인을 추구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 익숙함이 20년 전의 디자인 수준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해외 사례는 다르다. 이탈리아 볼로냐의 도시 브랜드 디자인은 세계적인 혁신 사례로 꼽힌다. 볼로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한 실시간 변형 디자인을 통해, 환경과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도시 브랜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기존의 고정된 로고 개념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방식이며, 글로벌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한국 도시 브랜드 디자인에서는 이러한 창의적인 시도나 아이디어 접근이 지금까지 단 한 곳에서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평가하고 승인하는 주체들이 국제적 디자인 흐름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도시 브랜드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도시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시스템에서는 공무원의 보수적인 태도, 심사위원의 안일한 평가 기준, 그리고 디자인 업체의 안전한 선택이 맞물려 도시 브랜딩의 혁신적인 발전이 가로막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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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브랜드 디자인 시스템을 위한 개선 방향

 

1. 디자인 발주 및 심사 기준 강화

심사위원단은 단순한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최고 수준의 디자인 전문가로 구성해야 한다. 신중하게 선정된 탁월한 총괄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도시 브랜드 디자인을 주도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디자인 전문역량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제 심사위원도 ‘양보다 질’이 중요한 시점이다. 최고 수준의 전문가 한 명이, 10명의 심사위원보다 더 중요한 시점이다. 

 

2. 전문성 있는 심사위원 확보

-현재 공공디자인 심사위원에게 지급되는 ‘교통비’ 수준의 심사비로 과연 실력 있는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단순한 봉사정신과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형식적인 다수의 심사위원보다, 깊이 있는 분석과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전문가 한두 명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심사위원이나 자문위원을 신중하게 선정하고, 그들을 확보하기 위해 삼고초려할 정도의 노력과 열정을 가진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책임감이 필요하다.

 

3. 공공기관의 디자인 인식 변화

- 공공디자인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전략적 요소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기존의 낡은 규정과 비효율적인 제도를 혁파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브랜딩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기적인 예산 논리가 아니라, 장기적인 도시 브랜드 가치를 고려한 체계적인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4. 해외 우수 사례 연구 및 벤치 마킹과 심도높은 분석

- 해외 도시 브랜드 디자인 사례를 단순히 참고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를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심층적인 분석과 실행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디자인을 담당하는 디자인 업체, 공무원, 심사위원 모두가 분석적 사고를 통해 혁신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무작정 해외 성공 사례를 단순히 ‘좋다’고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성공적인 디자인을 구현했는지 구조적으로 해석하고 응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략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5. 공공디자인 발주 시스템 개선

기존의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업체 선정 방식을 탈피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제안할 수 있는 실력있고 창의력있는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경쟁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도시의 장기적인 가치와 브랜드 경쟁력을 고려한 설계 방식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결론: 더 높은 수준의 도시 브랜드 디자인을 위해~

대한민국 도시 브랜드 디자인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심사위원, 디자인 업체 모두가 사고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디자인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응용해서 풀 수 있는 본질적인 사고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도를 혁신하며, 창의적인 디자인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시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부심이 담긴 브랜드다. 지금이야말로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도시 브랜딩과 공공디자인이 혁신적으로 변화할 때, 한국의 도시들은 세계 속에서 당당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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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5년03월11일 15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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