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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종전 협상 ‘러시아 페이스로’, “트럼프, 러에 발목(?)”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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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2월26일 10시35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27일 08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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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촉발된 러-우 전쟁이 만 3년이 지났다. 그리고, 최근 사우디 수도 리야드(Riyadh)에서 첫 대면을 가진 종전(終戰) 협상이 침공을 당한 당사자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미국과 러시아의 ‘직접’ 협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당사국 우크라이나는 물론, 국제 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관련국들에 양보를 촉구하고 있으나, 결국, 러시아의 일방적 이득으로 끝날 공산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발족 1개월 만에 자국의 이득을 앞세워 협상을 서두르다 보니 러시아 측에 발목을 잡힌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이전부터 주장하는 대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촉발했다는 ‘거짓된(false)’ 발언을 거듭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에 임하는 자세가 러시아 측 입장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 트럼프 ‘젤렌스키는 독재자’; 젤렌스키 ‘트럼프, 러 역정보에 빠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율이 낮은 독재자’로 부르며 마치 적국의 지도자를 공격하는 것처럼 직설적인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아, 양국 최고지도자들 간에 증오의 골이 깊어 가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심지어, 이번 러-우 전쟁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를 상대로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명백한 거짓말까지 동원해 공격하고 있다.

 

미국 정치 매체 AXIOS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전 협상 대표단이 러시아와 접촉하고 난 뒤 돌연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며, 향후 벌어질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와 동맹 관계를 해치고 러시아 편을 들 것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에 책임이 있다는 발언으로 우크라이나 및 다른 동맹국들의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독재 정치 시스템 및 푸틴 대통령의 행각에는 어떤 비난도 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지원자였던 미국이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이제 우크라이나의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하는 한편, 러시아에는 뜻하지 않은 훈풍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러시아와 직접 협상을 선언하자, 그가 ‘러시아의 역(逆)정보 속에 살고 있다’ 고 비난했다. 그는, 자국에 관련된 이슈들에 대해 협의할 권리가 있다 며, 미-러 직접 협상은 오랫동안 고립된 푸틴 대통령을 돕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친(親)러 반(反)우’ 자세 전환은 당연히 러시아의 칭찬을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에 아무런 편견 없이 협상하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나타났다” 고 칭찬했고, Lavrov 외무장관도 “우크라이나 분쟁이 바이든 정권의 NATO 확장 의도에서 촉발됐다는 우리 입장을 잘 이해한다” 며 반겼다. 종전부터 러시아는, NATO의 동진 정책이 안보 위협이라고 주장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가 당시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 반도를 침공 뒤, NATO 가입에 공을 들여왔고, 러시아는 이점을 자신들의 침공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삼고 있다.

 

미 Carnegie Russia Eurasia Center의 Alexander Gabuev 이사는 “종전 협상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러시아는 원하는 것을 얻을 것. ‘미국 팀(Team US)’이 이미 ‘우크라이나 팀(Team Ukraine)’과 한 팀이 아니라는 사실은 푸틴에게는 매우 즐거운 일” 이라고 평했다. The New York Times도, 트럼프 대통령이 러-우 전쟁 각본을 재편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희생물로 삼는 새로운 평화 협상을 시작함으로써 지정학적 무대를 새로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즉,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방하며 러-우 전쟁 책임을 푸틴 대통령에서 그에게 전가함으로써, 공격을 당하는 동맹국에 대한 지원을 철회할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 “젤렌스키 대통령, 미국과 러시아의 공동 압박으로 정치적 곤경에 빠져”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으로도 대단히 난처한 곤경에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조속히 대통령 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적극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FOX news는 미-러가 합의한 평화 계획에는 정전 이후 대선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영토 확보 측면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종전 합의를 이끌어 내고 대선을 통해 반(反)러시아 색채가 엷은 정권을 구축하려는 속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4년 5월에 임기가 만료됐으나, 특례적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비상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이래 계엄령이 발령되어 있어 선거를 치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젤렌스키 정권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 사건이 불거지는 등으로, 한때 지지율이 최고 90%에 달하던 것이 최근엔 50%대로 추락했다. 당장 대선을 실시하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많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9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율이 4%로 낮다고 한 발언에 대해 ‘트럼프는 가짜 정보 공간에서 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주목을 받는 인물이 현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잘루지니(Valerii Zaluzhinyi)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다. 그는 작년 12월 실시한 대통령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 1차 투표에서 36.1%로 1위로 올라섰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24.3%로 2위에 그쳤다. 결선 투표에서는 지지율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따라서 향후 대선이 치러지면, 잘루지니 전 총사령관이 최대 초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기는 하나, 조기 대선을 통해 친(親)러 정권을 구축하려는 러시아의 계략과 달리, 당분간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커져 최악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에 불구하고, 러시아는 친러 정권을 수립해서 서서히 유럽 및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기 위한 공작은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급격한 ‘친(親)러 반(反)우’ 자세 전환을 두고도 분노와 충격에 휩싸여 있다. Bloomberg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로 칭하는 등, 러시아의 역(逆)정보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프랑스 Macron 대통령, 영국 Stamer 총리를 비롯한 유럽 지도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섰다. 독일 Robert Habeck 부총리도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조지 오웰 소설처럼 되어간다’고 비유하고 있다.

 

Bloomberg 통신은,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정착되면 민주적 절차에 따른 선거가 실시될 것으로 전망하며, 지난 수십년 간 언론 자유를 억압하고 정적을 제거하는 만행을 일삼으며 집권해온 푸틴 대통령과는 정반대라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푸틴 대통령과 만나기도 전에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거부했고,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 복원도 부정하는 등, 주요 핵심 부분을 이미 러시아에 양보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의 협공 속에서 정치적으로 최악의 궁지에 몰려 있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드디어 23일, 러시아 침공 3년을 맞이하는 기자회견에서 “자국에 평화가 찾아올 수만 있다면 스스로 대통령직을 사임할 용의가 있다” 고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의 대통령직 포기를 대가로 NATO 가입을 실현하고 평화를 되찾으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서는 ‘러-우 간의 중재자 역할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어 줄 것’을 희망했다. ​ 

 

■ “우크라이나 -미국 간의 희토류(稀土類) 협상도 견해차가 큰 채로 타결되어 28일 서명할 예정” 

이번 러-우 정전 협상에서 핵심 조건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이 바로 우크라이나가 보유하고 있는 광물 자원에 대한 미국의 권리 양도 요구 문제이다. 트럼프 정권은 지금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온 지원의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광물 자원을 미국에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정권이 우크라이나의 국가 안보에 대한 아무런 보장이 없이 희토류 등 광물 자원권의 50%를 미국에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이런 제안을 거부하며 ‘절대로 나라를 팔아 넘길 수는 없다’ 며 반발했다.

 

미국 측은 이런 제안을 최근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던 Bessent 재무장관을 통해 제시했으나, 이 제안에는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미국에 의한 안전 보장’ 조항은 빠져 있어 일방적 양보를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첨단기술 산업에 불가결한 희토류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풍부한 희토류 등 광물 자원권을 확보함으로써, 향후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계속할 명분으로 삼으려는 목적이 숨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미-우 간 광물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주요 배경은 군사 지원에 대한 양국의 이해가 다른 점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 지원을 ‘거대한 낭비’ 라고 보는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 민주주의 진영을 러시아의 위협에서 방위하는 ‘필수적 비용’ 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바이든 전 정권과 유럽 각국도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미국 등의 지원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트럼프 정권은 광물 자원 공여에 수반해서 미국 기업들의 거액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날수록 우크라이나를 외부 침공으로부터 지켜야 할 강력한 동기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 국가안보회의(NSC)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을 ‘근시안적’ 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최선의 안보” 라고 강조한다.

 

어쨌든, 전임 바이든 정권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가 쓸데없는 낭비였다고 비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만일, 광물 자원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되는 경우에는 군사 지원을 중단할 것으로 보여, 그럴 경우에는, 러시아에 결정적 이득을 안겨주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참고로, 우크라이나의 광물 자원 보유량의 대부분은 현재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매장되어 있어 광물 자원 채굴에는 사실상 러시아가 크게 유리한 입장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 정치 집회(CPAC)에서 행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광물 협상은 ‘종결에 대단히 근접하고 있다’ 고 언급, 곧 타결될 것으로 낙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우 전쟁이 종결되는 경우, 이미 제공한 군사 지원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확보해서 실리를 과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총액은 약 700억달러에 달한다. 최근 보도로는 이 협상도 이제 미국 측 의도대로 합의되어 젤렌스키 대통령이 ​28일 ​미국을 방문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와 체결할 광물 제공 협약 규모는 약 1조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로부터도 광물을 구입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혀, 미국은 이번 기회에 우-러 양국으로부터 핵심 광물 자원을 확보할 길을 마련한 셈이다. 역시, 동 협약안에는 우크라이나가 요구해 온 '미국에 의한 안보 보장'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결과는, 우크라이나가 벼랑에 몰린 약자의 설움으로 ‘울며 겨자 먹기’식 타결에 응할 수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기 때문인 것이 분명하다. ​ 

 

 

■ “강대국들이 약소국의 부존 자원마저 차지하는 '약자만이 서러운' 세상이 오나”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벌써 3년을 넘기면서,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러시아도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UN 난민기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는 4만2,000명에 달하고, 전사한 병사들 숫자는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를 합쳐 무려 10만명을 넘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1년 전에 우크라이나 재건에 향후 10년 간 약 4,86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야말로, 21세기 대명천지에 前시대적 파괴의 참상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방국들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억지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산 유가 상한선을 설정하고, 러시아 대형 석유기업들도 제재 대상에 속속 추가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경제 제재 조치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중국, 인도 등으로 자원 수출을 대폭 늘리고 있어, 경제 제재의 효과는 당초 생각한만큼 크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2023년 이후 군 병력을 급격히 늘리고 있어, 일반 산업 분야에 인력 부족이 심각해지고, 이로 인한 인건비 상승 및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202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 9.5%로 2023년 7.4% 대비 상승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단계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이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 우려도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이렇게 악화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최대 지원국 미국에 트럼프 대통령 취임한 이후 입장이 급변했다. 미 국무부는 18일 미-러 첫 대면 접촉을 마치고 공표한 성명에서 ‘러시아 측과 분쟁을 종결(終結)시키는 작업을 시작한다는 데 합의했다’ 고 발표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뮌헨 안전보장회의에서, 미국 및 유럽과 공동으로 평화 계획을 마련한 다음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을 벌여 전쟁을 끝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 전에는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어떤 평화 협상의 결과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미국과 러시아 간의 직접 협상을 비판했었다.

 

이런 복잡 다난한 상황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러-우 양 당사국을 포함해서 미국 등 국제 사회가 나서서 전쟁 종식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로 벌어지는 현실은 ‘공정(公正)’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종전 협상 첫 단계부터, ‘침략을 받은’ 측의 요구는 거절하고, ‘침략을 감행한’ 측과의 대화를 우선하고 있다. 즉, 트럼프 정권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조건들은 무시한 채 러시아에 유화적 시그널을 주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NATO 가입은 비현실적’, ’2014년 이전 영토를 되찾는 것은 환상’ 이라는 등, 푸틴 대통령 주장과 일치하고 있다.

 

이에 더해, 트럼프 정권은 군사 지원 계속의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희토류 등 광물 자원권의 절반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 외교 문제에서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거래를 중시하는 해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근본적인 문제를 낳고 있는 것이다. 역대 미국 정권들이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서 국제 사회의 안정과 질서 유지에 기여해 온 관행은 이제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이는 미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신뢰 관계를 근본으로부터 무너뜨리는 것으로, 지극히 우려되고 있다. 

 

■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용인하는 것은 한국 등 東아시아에도 경종(警鍾)” 

엄청난 희생을 낳고 있는 전쟁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에는 타당한 명분이 있다. 그러나, 목전의 이익에 집착해 지나치게 서두르다 자칫 러시아가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성공했다’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이는 법의 지배에 바탕을 둔 국제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 최강국 미-러가 당사자를 배제한 협상을 통해, 러시아는 침략 행위를 정당화하고 점령지도 차지하는 반면,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는 영토도 잃고, 괴멸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커녕, 이제는 매장된 천연자원마저 빼앗기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러-우 전쟁 종전 협상에 관한 일 Nikkei의 최근 사설 가운데 몇 가지 내용을 인용한다. 피차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는 전쟁을 조속히 종식시켜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모처럼 올바른 것이다. 그러나,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공정(公正)한’ 종결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원인에 동조하며,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의 ‘영토 탈환’ 및 ‘NATO 가입’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발언 등은 지극히 위험천만한 일이다.

 

특히, 국제 사회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 반도 강제 병합 이후 이어지는 푸틴 대통령의 영토 확장 야욕을 용인해선 안 될 것이다. 만에 하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용인한다면 국제 질서가 통째로 무너지는 것이고, 이런 국제 질서 붕괴를 방치하면 그 여파가 유럽 지역에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까지도 미치게 될 것이 불가피하다. 남중국해에서 호시탐탐 군사 패권 확장을 노리고 있고, 대만 통일이라는 비원(悲願)을 가슴에 품고 있는 시진핑 정권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

 

당연히, 호전적 적대 세력과 인접해 있는 한국 등에도 충격이 파급될 수밖에 없다. 노골적으로 친러 성향을 드러내는 트럼프 정권이 현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핵무기를 포함한 군비 관리를 놓고 북한과 직접 담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연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동아시아의 내일’ 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될 것이 심히 우려된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 질서에 대한 무감각이 글로벌 사회에 커다란 부(負)의 유산을 남기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 안중엔 당장의 자국 이익만 보일 뿐, 인류 보편적 가치나 도덕률, 약자를 향한 자비심 따위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오직 원하는 최대 이익을 쟁취하고 어쩔 수없이 주어야 한다면 최소한의 것만 주려는 천박한 장사속만 가득할 뿐이다. 내년 말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정권이 이대로 얼마나 더 갈 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나, 국제 사회는 이제 최대한 정해진 임기 4년 동안은 이런 얄팍한 국제 논리가 횡행하는 시기를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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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5년02월26일 10시35분
  • 최종수정 2025년02월27일 08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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