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국의 문화전망대 <5> ‘AI예술 진흥’을 허(許)하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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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예술이 몰고 오는 변화의 바람
AI(인공지능) 열풍이 과학기술계나 산업계뿐 아니라 문화예술계에도 불어 닥치면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생성형 AI 도구의 급부상으로 정식 예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 AI예술가로 탄생하는가 하면, 기존 전문예술가는 AI를 고도화된 창작 도구로 활용함으로써 작품 생산성이 증가하고 작품의 선호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AI예술가는 AI 알고리즘과 도구를 통해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음악을 작곡하며 문학 작품을 쓰는 등 다양한 예술적 표현을 시도한다. 이들은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형태의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AI예술은 근래에 널리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 지방교육청이 박람회에 쓸 주제가를 공모한 결과 1위로 선정된 곡이 알고 보니 AI가 만든 노래였음이 밝혀져 주최 측을 당혹하게 했다. 주최 측은 그러나 AI 작곡을 금지한다는 규정이 없어 결국 이 곡을 1위로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 또 대본이나 카메라는 물론 배우도 없이 AI만 활용해 1인 영화 제작이 가능해지고 있으며, AI 미술작품은 이제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다양한 AI예술단체들 활동 중
정식 예술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도 챗GPT(달리), 노벨AI,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미드 저니(Mid Journey) 같은 생성형 AI 도구의 힘으로 예술적 역량과 기술을 갖추어 창의적인 표현을 할 수 있게 됐다. 아마추어 출신 AI예술가는 관련 단체에 회원으로 참여해 교육을 받고 상호 협업하거나 경험 많은 전문예술가의 지원을 받아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AI예술 관련 단체로는 한국AI작가협회, 한국AI예술협회, 한국기독AI작가협회, AAMF(Al Artist Multi Fair)협회, AI미술협회, 메타AI미술협회, 한국인공지능음악협회 등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술과 음악 위주의 이들 단체는 회원에게 각종 교육, 학습자료, 전시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AI예술가가 전시회와 공모전에 참여해 역량을 인정받을 경우 실제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 판매하기도 한다. 단순히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 이상으로 예술을 통해 명확한 메시지와 개인적 세계관을 전달할 수 있어야 역량을 인정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버세대에 더 적합한 AI예술
치과 의사 박 모씨(70)는 노후 취미생활로 시작해 AI예술 창작에 빠져들었다. 텍스트로 된 설명문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미드 저니(Mid Journey)’를 통해 처음 AI 이미지를 생성해보며 느꼈던 흥분을 잊지 못한 그는 유튜브 강의에 열중하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AI예술에 입문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깨달은 것은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상상력과 기획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이었다. 그는 “AI 드로잉 툴은 상상을 시각화할 수 있는 놀라운 도구”라면서 “좋아하는 것을 찾아 집중한다면 나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0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AI 전문 전시회 ‘TAS(THE AI SHOW) 2024’에서는 AI가 예술 분야에 가져온 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전시인 ‘Originated from HI X AI’이 열렸다. 국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20명의 AI예술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에는 ‘AI 아티스트 토크쇼’도 병행돼 AI예술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토크쇼에서 예술가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예술은 예술 창작의 장벽을 낮추고 예술에 더 많은 가능성을 가져왔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AI를 사용해 과거보다 작품을 쉽게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시선과 사람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란 염려는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입문은 쉬워도 완성은 어렵다는 것이다. 한 예술가는 “생성형 AI 활용에 대해 흔히 프롬프트(텍스트)만 넣으면 쉽사리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작가 의도에 부합하는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는 예술가로서의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술가는 “시니어의 풍부한 삶의 경험과 지혜야말로 인간지능(HI)의 최정점이라 보여진다”면서 AI예술에 대한 실버세대의 각별한 관심을 촉구했다.
장르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새로운 형태의 예술’ 탄생 예고
지난해 11월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열린 한국문화경제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도 ‘인공지능시대, 문화도시’를 주제로 AI가 몰고 온 문화예술계 변화의 바람을 진단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장웅조 교수(홍익대)는 발표를 통해 “기존 전통적 개념의 예술가에게 AI는 창의성의 제고와 발현에 도움을 준다”며 “실제 이들은 대중적으로 각광받는 예술 창작과정을 각종 SNS에 공개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박은지 교수(서울벤처대학원대)는 “기존에 엄격히 구분되었던 예술 장르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복합창작이 더 심화될 것”이라면서 “그 결과 ‘뉴 폼아티스트(new form artist)’들이 출현해 다양한 예술 장르를 망라하고 횡단하여 경계를 초월하는 전방위적 예술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웅조 교수는 “AI예술의 확산으로 예술계 판도와 제도가 변하고 있으나 예술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는 가운데 AI가 가져오는 혁신을 수용하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에 따르면, 글로벌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23년 149억 달러에서 2027년 401억 달러로 2.7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향후 AI가 몰고 올 문화예술계의 변화도 그만큼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적 산업적 가치 창출하는 AI예술 진흥 필요
이 같은 AI예술은 기존 예술의 경계를 넓히고 새로운 예술표현 방식을 소개하며 다양한 연령층과 계층에게 예술 창작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하는 등 문화적 가치를 증진하고 있다. 또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산업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어 산업적 가치도 높다. AI예술가들이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 상업화하거나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이 AI예술을 진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공부문은 다양한 AI예술 진흥정책 펼쳐야
공공부문에서 지원한다면 △공공전시회 등을 통한 AI예술의 대중화 △AI 도구 개발 및 무료(저가) 배포 △AI예술 창작 관련 교육 및 연구 지원 △AI예술 프로젝트 펀딩 등을 통해 AI예술 전반을 진흥할 사업들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신진 예술가 장학금(펠로우십) 프로그램 운영 △AI예술 창작공간 제공 등을 통해 AI예술가 개별 지원을 할 수 있다. 아울러, AI창작물의 신뢰성과 안전성, 데이터 편향성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해소해 나갈 관련 법률 정비 및 저작권 보호 등의 정책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AI예술 꽃밭은 이제 막 싹이 트고 꽃망울이 피어나는 봄을 맞이하고 있다. 그 꽃밭에 물 한 바가지 붓는 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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