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어디까지 가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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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나라 경제의 실력이 전 세계에 실시간 고스란히 노출되는 게 환율이다. 이러다 보니 환율만 좋아 보이도록 위장하는 나라도 있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후 폭락했던 러시아 루블화가 불과 며칠 새 전쟁 전 수준으로 감쪽같이 복귀했다.
외국인의 자유로운 자본 유출입과 독자적 통화정책을 포기한 채 억지로 쥐어짠 결과물이다.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GDP‧인플레이션 등 거시 경제변수는 통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환율은 바로바로 전 세계가 주목하기 때문이다. 푸틴이 루블화 가치 안정에 매달린 이유다. 정상적인 국가가 러시아를 따라 하지는 않지만 환율 안정의 핵심을 웅변하는 사례다.
□ 11/29일 1,396원이던 환율이 비상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순식간에 1,450원 대로 급등했다. 2009년 3월 13일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다. 1,500원 대로 치솟을 기세다. 원/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오를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 대외적 여건 변화와 국내 정치 격랑이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장기화시킬 소지가 크다.
①대외적 여건 변화
우선 미 연준(Fed)의 통화정책 변경을 들 수 있다. 이제까지 3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던 Fed가 2025년부터 금리인하 속도 조절 신호를 보내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미국 피터슨연구소(Peterson Institute) 아담 포센 소장은 아예 2025년 중반 이후 Fed 기준금리 ‘인상’을 예측했다(한국경제인협회 세미나, 11월 26일). Fed는 올리는데 한국은행은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면 원화 가치는 더 큰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이상 오를 수도 있는 거다. 트럼프 2기 특징인 「관세 부과, 감세, 불법이민 추방」 정책도 미국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는 강력한 지렛대로 작용한다. Fed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맞대응하면 원‧달러 환율은 곧바로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②국내 요인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현실화를 들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즈,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등은 정치적 혼란 와중에 “한국의 책임자가 누구냐?”를 묻는다. Voice of America는 향후 한‧미‧일 삼국 간 협력 공조체제 가동의 불확실성을 지적한다. 워싱턴포스트는 권력 공백에 따른 국가안보 리스크 확대를 거론한다. 이런 논의들은 한국 국가신용등급 추락 위험을 높인다.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정치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을 추가로 요구할 것이다. 한국 자산 가격의 하락과 환율 상승 압력이 가중되는 것이다.
□ 하지만 우리 경제의 회복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대외 안전망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획기적으로 강화됐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를 상회하고, 순대외금융자산은 1조 달러에 이르는 등 견고한 대외안전판이 구축된 상태다.
아울러 세계국채지수(WGBI) 신규 편입 시 550억 달러 외국인 채권자금 추가유입이 기대된다.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2021년 853억 달러, 2022년 298억 달러, 2023년 355억 달러, 2024년 900억 달러 예상) 및 내국인 해외투자에 따른 이자‧배당 소득(약 400억 달러 추산)을 감안하면 연간 유입액이 1,8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정도 규모의 경제를 외환 투기 세력이 공격 타깃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것이 다수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 예상도 힘을 받는다. JP Morgan은 우리나라 상장주식의 주가수익률(PER: Price Earnings Ratio)을 8.9배로 평가한다. 역사상 최저 수준(8배)에 근접한 수치다. 앞으로 한국 주식의 밸류에이션 상승 유인이 큼을 시사한다. 다만 주주환원 개선, 상속세 개편 노력 등이 전제 조건이다.
정부 대응
정부는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해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한도를 확대하고 은행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대폭 상향하는 ‘외환 수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국민연금과 외환 스와프 확대는 환율 상승을 억제해 국내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다만 내국인 투자자(소위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투자가 초래하는 환율 상승 압력은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가 답을 주지 못하는 모양새다. 결국 상속세, 주주 환원정책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게 서학개미를 동학개미로 바꾸는 길이 될 것이다.
□ 기축통화국이 아닌 원화는 변동성 리스크에 항상 대비해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위축될 것만은 아니다. 비상계엄 선포‧해제‧탄핵 등 정치 혼란이 ‘민주주의 시스템’ 내에서 수습되고 있는 점, 한국 국고채 금리에 큰 변동이 없는 점, 한국 경제부처와 중앙은행이 보여준 신속한 대응이 금융시장을 안정시킨 점 등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한국 경제는 위기를 수습하는 강한 회복력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이번 위기 상황이 대한민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선진 경제임을 각인시키는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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