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25년 미국 정세 전망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12월20일 15시20분
  • 최종수정 2024년12월20일 13시43분

작성자

  • 이상현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메타정보

  • 1

본문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초접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혼전을 거듭하던 판세와는 달리 트럼프는 카멀라 해리스를 상대로 압승을 거두었다. 트럼프가 다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승리를 거둔 탓에 개표도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조용히 끝났다. 이번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도 공화당은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을 장악했다. 결과적으로 공화당 대통령에 의회도 공화당이 장악한 ‘단점정부(united government)’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트럼프 1기에 비해 매우 강력한 정책 추진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2기 집권기 동안 자신의 레거시를 남길 어젠다를 마음껏 밀어붙일 수 있게 됐고, 사실상 트럼프의 독주를 제지할 아무런 제동장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우리가 몰랐던 미국: 미국 국내정치 지형의 변화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출구조사에서 유권자의 58%는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무능에 대한 ‘정권심판’의 성격이 크다고 답변했다. 주요 쟁점으로는 민주주의, 경제, 낙태, 이민, 외교 등을 꼽을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제적 상황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으로 판단된다. 해리스 지지자들은 민주주의를, 트럼프 지지자들은 경제와 이민 문제를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했다.

 

  트럼프의 승리는 미국 국내정치의 오랜 전통과 익숙한 세력연대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는 7개 경합주를 모두 석권했을 뿐만 아니라 2004년 대선 이후 최초로 총 득표수에서도 민주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타임스의 선거 후 초기 분석에 의하면 도시와 농촌 같은 주거지 차이, 교육 수준 차이, 인종 구성 차이, 연령 차이를 가리지 않고 2020년 대선에 비해 트럼프 지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특히 백인이 50퍼센트 미만인 290개 카운티(county)들에서 무려 7퍼센트에 가까운 지지율 상승이 발생했고 흑인 유권자들이 많은 지역에서도 트럼프가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커다란 지지율 변화는 라티노(hispanic) 인구가 25퍼센트를 넘어선 카운티들에서 발생했고, 2020년 대선에 이어 이번에는 9퍼센트를 상회하는 트럼프 지지율을 기록했다. 소수 인종이나 청년, 여성 등에 의존하는 흔히 정체성(identity) 선거 방식으로 이전의 대선 경쟁을 이어왔던 민주당에게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민주당으로 지지가 편향되었다고 알려졌던 고졸 이상의 고학력 유권자 그룹에서도 트럼프 지지가 확인되었다. 이로써 미국 사회 내에서는 광범위한 ‘트럼프 연합(Trump coalition)’이 형성됐음이 확인됐고, 공화당은 과거 친기업, 백인, 남성, 상류층의 지지에 기반한 정당에서 앞으로 다인종, 노동계층 기반 정당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민주당의 패배는 미국 사회 저변의 이런 변화를 간과한 채 DEI(diversity·equity·inclusiveness, 다양성·형평성·포용성)와 PC(politically correct, 정치적으로 올바름) 같은 추상적 가치에 집착한 결과다.

 

  선거공학적 측면에서도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략적으로 실패했다. 트럼프는 사실상 지난 8년을 오로지 이 선거만을 위해 분투해 온 반면 해리스는 바이든 사퇴 이후 단지 네 달 남짓 짧은 캠페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유권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부담 속에 선거를 치렀다. 이는 사실상 바이든과 민주당의 패착이다. 백악관을 물러난 트럼프는 공화당을 자신의 당으로 만드는 데 더욱 몰두했고 결국 그의 전략은 성공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4년은 공화당, 아니 정확히는 트럼프의 시대다. 재선이 불가능한 트럼프는 다음 중간선거가 치러지기 전 향후 2년이 사실상 자신의 어젠다를 구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트럼프는 이 기간 동안 자신의 어젠다를 최대한 밀어부칠 것이다. 트럼프 1기와 달리 신속히 추진되는 내각 인선 과정을 보면 그의 의도가 엿보인다. 지금까지 주요 고위직에 내정된 사람들은 그동안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인물들보다는 MAGA 신봉자, 트럼프 충성파, 워싱턴 아웃사이더, 강성 인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트럼프 시대 외교안보와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마이크 왈츠는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 장교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공화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반쿠바, 반중국, 반이란 인사로 꼽힌다. 북한인권법 공동 발의자이자 대북 강경파로도 알려져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는 미 육군 주방위군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고 육군 대위 전역 후 폭스뉴스 진행자로 활동한 게 국방 관련 이력의 전부다.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지명된 털시 개버드는 정보 관련 경험이 전무하고 이슬람 테러, 북핵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현재까지 지명됐거나 내정된 고위직 인사들은 예상 밖의 인물들이 많다.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에 지명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나 법무장관 맷 게이츠, 보건부장관 지명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등도 상원 인준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인물들이다. 외교안보 분야에 내정된 인물들은 대체로 대중, 대북 강경파 위주이고, 한반도보다는 중동 전문성이 더 돋보이는 인선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 참여했던 균형감 있는 인사들 상당수가 퇴진했고, 트럼프 2기는 그가 불신하는 직업 관료들이 배제되고 트럼프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가정한다면 트럼프 2기는 1기의 확대재생산 버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회까지 장악한 공화당의 지원 아래 트럼프 2기는 더욱 강력한 추진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시 주요 정책 전망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2025년에는 미국 대내외 정책에서 중요한 어젠다들이 신속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국내적으로는 이민정책과 경제·통상정책, 외교 분야에서는 우크라이나 종전과 중국 정책이 주목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불법이민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는 대통령직에 복귀하면 첫날부터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시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약했다. 하지만 이 추방 작전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가 새로 임명한 ‘국경 차르’ 톰 호먼은 국가안보 또는 공공 안전 위협이 되는 불법 이민자들을 우선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바이든 행정부에서 종료된 직장 내 급습 단속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책담당 백악관 부비서실장에 임명된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공약을 설계하는 등 이민 정책의 강경파로 알려졌다. 또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추방 건수를 10배 늘려 연간 100만 건 이상으로 늘릴거라 말한 바 있다. 주지하다시피 트럼프의 이민 정책은 엄격한 집행과 불법 및 합법 이민 모두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미-멕시코 국경 장벽의 건설과 확장을 지속하는 한편 ICE(이민세관단속국) 요원을 늘려 불법 체류자를 집중적으로 추방하는 노력을 대폭 강화할 것이다. 그와 함께 전문직 인력을 우선으로 하는 메리트 기반 이민 시스템으로 전환하여 합법 이민자의 총수를 줄일 것이다. 트럼프 2기는 난민 및 망명 신청자에 대한 엄격한 조건을 부과하는 한편 DACA, 즉 어린 시절 입국한 불법 이민자 추방유예 프로그램을 다시 종료시킬 계획이다.

 

  불법이민을 줄이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이 말 그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 통제에 실패해 불법이민이 폭증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상 불법 입국자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였다. 불법 입국자를 가장 많이 추방한 건 버락 오바마 행정부였다. 따라서 민주당이 국경 통제에 실패해 불법이민이 최고로 늘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의 농장 업계에 등록된 외국인 노동자들 중 거의 절반은 합법적 서류가 없는 불법입국자들이고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그 비율이 56%에 이른다. 그런 이유로 농축수산업 비중이 큰 주들에서는 오히려 남부 국경을 닫지 말라고 로비를 하는 게 실상이다.

 

  둘째, 국내적으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연방관료제의 개혁 문제가 대두될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공동 수장으로 임명된 정부효율부(DOGE)는 연방정부 비효율을 덜어낼 방안으로 ‘공무원들의 재택근무 전면 해제’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공직 사회에 지금과 같은 숫자의 공무원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 인물로, 규제와 관료주의 등 ‘관(官)의 폭력’에 극도의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연방정부 전체에 걸쳐 재택근무를 종료하는게 정부효율부의 첫 과제로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는 규제 철폐, 행정 감축, 비용 절감이 정부효율부의 세 가지 주요 개혁 과제라면서 연방정부의 힘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연방정부 혁파는 도널드 트럼프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소위 ‘딥스테이트(deep state)’ 철폐의 한 가지 방안이다. 워싱턴DC 연방정부는 코로나가 끝난 뒤에도 공무원들이 일주일에 2~3번씩만 나오는 재택근무가 유지되고 있다. CNN은 연방 인사관리처(OPM)를 인용해 재택근무가 승인된 연방공무원은 현재 130만 명이며 이들이 업무 시간의 60%만 사무실에서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마스와미는 최근 SNS에 올린 글에서 현재 약 300만명에 이르는 연방 공무원 사회에서 최대 25%의 공무원을 감축할 수 있다고 적었다. 만일 백악관이 재택근무제 폐지를 강행하면 연방공무원 노조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경제·통상 정책의 조정이다. 트럼프와 해리스의 경제정책은 모두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미국우선주의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우선주의는 되돌릴 수 없는 미국 사회의 변화를 대변하며, 미국 언론은 이를 미국 정책의 트럼프화(Trumpification)라고 부른다. 미국의 통상정책은 팬데믹 이후 집권당에 상관없이 보호무역 성향이 강화되는 추세이며, 다만 트럼프는 관세, 바이든은 보조금을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차이뿐이다.

 

  트럼프는 민주당에 비해 훨씬 강한 보호주의 성향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오랜 기간 세계 자유무역의 기수를 자처해온 미국의 통상정책을 남북전쟁 이전의 중상주의로 되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관세의 효과를 금과옥조처럼 신봉하는 인물로, 미국의 무역적자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바보 취급하는 증거라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2기는 중국 같은 전략적 경쟁자들을 상대로 한 새로운 관세전쟁은 물론,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보는 나라들에 대한 징벌적 정책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이러한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 근로자 계층에게 과연 이익이 될 것인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공약대로 10% 보편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당연히 보복관세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 보편관세 부과는 사실상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다름없다. 관세 인상은 당연히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품의 가격을 올려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인플레 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인플레는 노동계층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게 주류 경제학의 시각이다.

 

  트럼프가 공언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도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시 지급되는 7,500달러(약 1,050만원)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IRA 폐지가 실현될 경우 미국에서 제조된 자동차·배터리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IRA에 맞춰 대미(對美) 투자를 늘려온 현대차나 배터리 제조사들의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IRA는 배터리, 핵심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제조하면 전기차에 차량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한다. 하지만 IRA 혜택을 받기 위해 외국 업체들이 공장을 지은 곳이 미시간·오하이오·조지아 등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이고 공화당 우세 지역이 더 많기 때문에 실제 폐지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란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넷째,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이다. 트럼프는 취임 후 24시간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짓겠다고 말하지만 구체적 협상 방식은 알려진 게 없다. 트럼프는 신속한 협상을 통한 종전 합의를 높이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전격 중단하고 러시아가 점령한 동부 지역 우크라이나 영토 포기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현재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영토로 인정하는 면적의 27%가 러시아 점령지가 됐다. 여기에는 크림반도와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 포함돼 있다. J. D. 밴스 부통령 당선자는 현재의 대치 전선을 따라 비무장지대(DMZ)를 설치하고,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독립을 유지하지만 NATO 혹은 어떠한 형태의 연합진영에도 가담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일거에 중단하여 우크라이나가 불리한 조건에서 종전 협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초래되면 미국과 NATO 사이에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의 이러한 결정이 앞으로 유럽 모든 국가들의 국경선이 ‘협상가능(negotiable)’하다는 매우 잘못된 메시지를 러시아에게 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섯째, 대중국 관세전쟁 개시 방식과 시점이다.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은 거래적이며 즉각적인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화당에게 중국은 반드시 경쟁에서 이겨야 할 대상이며, 서구사회 전체에 대한 문명적 도전(civilizational challenge)이다. 트럼프는 보편관세와 별도로 중국에 대해서는 60~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고, 멕시코를 통한 중국의 우회수출도 강력하게 통제한다는 입장이다. 그의 중국 관련 공약에는 중국의 항구적 정상무역관계 지위(PNTR) 철회, 중국산 필수 재화(전자제품, 철강, 의약품) 수입 단계적 중단, 중국인의 미국 부동산 및 기업 구매 금지, 중국산 차량 수입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중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것인데, 이는 전세계적인 관세전쟁의 시발점인 동시에 국제 통상무역 환경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중국의 PNTR 지위가 철회될 경우 미국의 관세율표 상 ‘칼럼1’ 분류에서 제외되어 ‘칼럼2’ 국가들의 세율이 적용되며, 현재 이 그룹에 속한 국가로는 쿠바, 북한, 러시아, 벨라루스 뿐이다. 중국의 PNTR 지위 철회는 미국 GDP, 수출, 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중국의 보복은 미국의 경제에 추가적인 악영향을 초래해 미국내 인플레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여섯째, 마지막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한반도도 여러 가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우선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개인외교(personal diplomacy)를 통한 빅딜에 우선점을 두고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수 차례 본인이 권위주의 국가들의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자랑하면서 “김정은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트럼프 2기에서 북한의 핵보유 불용 입장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는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이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문제는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빅딜이 비핵화 관련 알맹이는 빠진 채 보여주기식 회담으로 끝날 가능성이다. ‘코리아 패싱’ 상황에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게 되는 것은 한국으로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사태 진전이다.

 

  한국은 특히 세 가지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가 확실시되고 대북정책에서는 북미 직접 대화를 통한 알맹이 빠진 핵타협 혹은 거래 가능성이 우려된다. 둘째, 한미 경제관계의 조정 요구다. 특히 한국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한 FTA 추가 재협상 가능성, 인플레감축법(IRA) 폐기로 인한 경제안보 협력 차질 발생이 우려된다. 셋째,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한국의 동참 요구가 커질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대중국 압박에 가담할수록 부수적 피해는 불가피하다.

 

| 다가올 혼란에 대비

 

   지금은 한국에게 유례없는 위기의 시대다. 국내정치, 글로벌 상황 모두 우려스런 징후들이 넘쳐 난다. 최근 글로벌 차원의 지정학적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다. 파편화된 세계질서 하에서 새로운 진영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글로벌 곳곳에서 다양한 갈등과 충돌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증대하는 추세다. 이러한 글로벌 차원의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트럼프가 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 외교의 핵심은 기존 글로벌(globalist) 외교를 탈피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공화당은 트럼프 이전의 미국 외교가 민주·공화 할 것 없이 글로벌 외교였고, 이는 미국의 국익에 직접 이익이 되지 않는 국제분쟁에 끝없이 개입하고 글로벌 제도를 국가보다 중시하는 특징을 보였다고 비판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해외 군사활동에 미국인들의 세금을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잘 알려진대로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모든 문제를 거래적 접근(transactional approach) 관점에서 바라보며 본능적으로 손해 보는 거래를 거부한다. 트럼프는 대외관계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고 다른 나라들만 이익을 취하는 불균형 구조를 시정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그가 말하는 미국과 세계 사이의 불균형 구조란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막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를 말하며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불균형은 미국 동맹국들의 불충분한 안보 기여—미흡한 방위 분담, GDP 2%에 못 미치는 국방비 지출—를 말한다. 이는 중국 같은 적대국에 대해서는 물론, 한국, 일본 같은 가까운 동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리다. 동맹에 관해서 트럼프는 이를 활용해야 할 안보 자산(asset)이라기보다는 미국의 부담(burden)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는 해리 트루먼부터 조 바이든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동맹을 전력증강(force multiplier) 요소로 보던 시각과 완전히 상반되는 시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외교안보 분야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의 복귀는 사실상 2차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건설된 규칙기반 국제질서의 종언과도 같다. 금년 7월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NATO 창설 75주년 기념행사를 주관했다. NATO는 지난 75년간 미국 글로벌 리더십의 상징으로서, 그리고 강대국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한편 민주주의 방어의 초석으로서 기능해왔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러한 질서 유지를 위해 더 이상 미국인들의 세금을 쓰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천명했고, 오늘날 세계 경제의 번영에 기여한 자유무역제도를 관세장벽으로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직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국들중 일부는 여전히 미국의 핵우산에 의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믿는 핵우산은 미국 새 대통령의 변덕에 따라 언제든지 거둬질 수 있는 처지가 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그의 2기 취임식에서 ‘모든 국가, 모든 문명권에서 민주주의 성장을 추구하고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임무이다’라고 했던 민주주의 확산도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공식적으로 종언을 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유엔 프로그램 관련 자금을 대폭 삭감하고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이주협약에서 탈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공약 중 상당수는 일방적으로, 독단적으로 실행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다. 의회나 사법부의 견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할뿐더러 연방관료제와 주정부의 저항도 만만찮을 것이다. 실상 트럼프의 공약이 이번 대선에서 그를 지지한 노동계층이나 서민·중산층에게 도움이 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비록 트럼프 2기가 1기보다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흔들리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트럼프도 백악관에 입성하게 되면 정권 초기의 과속이나 과욕이 2년 후 중간선거에서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것을 잘 안다. 지금은 미국 대선 과정에서 쏟아져나온 험한 레토릭 가운데 무엇이 얼마나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잘 판단하고 대응을 준비해야 할 때다. 그래야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ifsPOST>

 ※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정세전망 2025-특집호-제2호]​​(2024.12.19)에 게재된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1
  • 기사입력 2024년12월20일 15시20분
  • 최종수정 2024년12월20일 13시43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