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창(窓)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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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를 보는 세 개의 창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2024년이 저물고 있다. 격동의 한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작금의 국제정세는 탈냉전기의 종말을 고하는 듯 세계 각지에서 전쟁과 갈등이 목격되었고 거대한 혼란과 분열로 이어졌다. 새해의 국제정세 역시 그 연장선에 있기에 전혀 새로운 평가가 요구되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전쟁의 종식이 논의되고 있고,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같은 정세 변화의 시간표가 존재하는 만큼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2025년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첫 번째 창은 질서의 문제다. 미국 주도의 단극 질서는 점차 쇠퇴하는 경향을 노출하고 있고, 중국 또한 내부 문제로 인해 G2라는 용어도 퇴색되고 있다. 그 대신 최근 들어 다극화라는 표현이 더욱 자주 언급되며 새로운 질서의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곧 출범할 미국의 신행정부는 다시금 주도력을 확보하고자 ‘위대한 미국의 부활(Make America Great Again)’을 주창하고 있지만, 그 수단이 동맹국들의 자발적 협조를 구하는 방식이 아닌 미국의 요구사항을 수용하라는 취지여서 과연 주도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이나 러시아 역시 수년 전에 비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펜데믹 이후 누적된 경제적 어려움으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전쟁으로 얻은 우크라이나 지역이 존재하지만, 불법적인 전쟁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지도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물론 새해에도 이들 초강대국은 국제질서를 이끌어 가는 주도적 역할을 하겠지만, 그 영향력은 하향 평준화되며 불확실성을 키워갈 전망이다.
두 번째 창은 지역적 차원의 열점(hot spot)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이 만들어져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시기별로 그리고 각지역별로 늘 분쟁이 존재해 왔다. 새해의 열점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중동,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한반도다. 이들 지역의 문제들은 강대국이 만들어가는 국제질서와 각 지역 고유의 사안들이 얽혀 있기에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나토(NATO)의 동진과 러시아의 위기의식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사안이다. 이스라엘과 중동 문제는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문제와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 문제, 그리고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의 종식이 연계된 다층적인 사안이다.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의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지역 국가들의 합종연횡이 관련된 지역 질서의 사안이다. 한반도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핵 위협으로 인한 비확산 체제의 존망과 역내 평화 유지의 사안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분쟁이 따로 독립되지 않고 상호 연계된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낳고 이는 다시 러시아의 대북 지원으로 이어지며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것처럼, 각 지역의 열점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새해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관점은 열점 지역 어느 한 곳만을 관찰해선 안 되며, 전체를 바라보고 종합 평가할 수 있는 고차방정식이어야 한다.
세 번째 창은 국제경제 상황이다. 국내문제에 있어 정치와 경제가 분리될 수 없듯이 국제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지구촌 전체에 불균형적으로 배분되어 있는 힘(power)과 부(wealth)는 여전히 국가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강대국 간에는 군사·경제적 영역에서의 비교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약소국 간에는 부의 재분배를 위한 연대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수출에 정부 지원이 포함되었기에 불공정 거래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이 대중 견제의 실질적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강대국으로부터의 경제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규모에 따라 집단적이거나 개별적인 협력을 추구할 전망이다. 동시에 첨단기술과 희소 자원에 대한 경쟁 또한 날로 치열해지며 무역 장벽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 결과 동일 진영 간의 경제협력은 촉진되는 데 반해 상대 진영과의 교역은 점점 더 제한되며, 이 과정에서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러한 세 가치 창을 통해 종합적으로 금년도 국제정세를 돌아보고, 새해의 정세를 전망해 보기로 한다.
| 2024년 국제정세 회고
2024년은 혼돈의 한해였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중동 간의 분쟁이 지속되었고, 시리아 내전이 종식되었으며, 국제경제는 침체 일로를 걸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트럼프 후보는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한반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북러간 동맹 조약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이루어졌고, 북한의 핵 역량은 더욱 강화되었다. 국내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의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진일퇴를 오가며 더욱 격한 전투 양상을 보였다.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밀리던 우크라이나는 본격적인 반격을 감행하였고,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를 점령하며 새로운 전황을 만들었다. 물론 여전히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장악한 러시아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이지만, 병력 부족에 시달리던 푸틴 대통령의 어려운 상황은 북한의 무기 지원을 넘어 북한군의 파병까지 이어졌다. 연말에 다가서며 프랑스와 폴란드 주도로 중재안이 마련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새해 접어들며 본격적인 논의가 예상된다.
이스라엘 역시 하마스와 헤즈볼라와의 무력 분쟁을 지속하며 이란과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인은 이스라엘의 분쟁을 조기에 종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보이며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또한 12월에 발생한 시리아 내전의 종료 역시 중동 정세에 파란을 일으켰다. 시리아 정부를 지지해 왔던 러시아와 이란이 전쟁에 휘말리며 지원을 축소하는 사이, 수니파 반군이 수도인 다마스쿠스까지 점령한 것이다. 시리아 내전이 완전히 종결되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중동 질서에 변화의 조짐이 목격된 한 해였다.
미중 전략경쟁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압박 네트워크 속에서 중국의 성장이 정체되는 양상을 보였다. 동시에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가능성이 한해 내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핵심 역량이 유럽으로 분산되며, 미중간 특별한 충돌 없이 한해를 넘기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및 일본, 그리고 호주 등과의 협력을 통해 촘촘한 대중 포위망을 구축하려 노력했다. 반면 중국은 브릭스(BRICS) 및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며 미국의 포위망을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경제 상황도 혼란의 한해였다.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하던 중국이 저성장 기조로 전환되면서 그 여파가 커지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기타 지역에서도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국 우선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각자의 진영과 함께 하는 공급망 경쟁도 G7이나 브릭스 등에서 쉽게 발견되었다. 국제무역을 주도하는 세계무역기구(WTO)는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보호무역의 징후들이 곳곳에서 발견되며 자유무역을 위축시키고 있다. 한국의 경우 역대급의 대미 무역 흑자라는 성과 속에서도 대중 적자가 늘어나는 새로운 무역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이러한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시장 창출과 기술 혁신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된 한 해였다.
끝으로 한반도에서는 긴장이 지속되며 대화 없는 한 해가 마무리되고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북러간 협력의 폭이 확대되고 있고, 이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및 첨단 군사기술 확보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가 금지하고 있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및 인공위성 발사 실험에도 새로운 제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비확산 체제의 현실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편, 한국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발송에 대응해서 북한은 오물 풍선이라는 저강도 도발을 택하였고, 이는 한국 사회 내 정치적인 갈등으로 이어졌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갑작스럽게 발표한 계엄 선포는 두 시간 만에 철회로 이어지며 탄핵소추라는 국내 정치적 소용돌이를 몰고 왔고 혼돈의 2024년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 2025년 정세 전망, 더욱 커가는 불확실성
2025년은 국제관계에서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증대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중동, 대만해협, 북핵 등의 전망이 불투명하고, 1월에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제일주의’는 동맹국 및 우방국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가져올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구축해 놓은 민주주의, 자유무역, 인권이 도전받으며 한 치 앞을 예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새해의 국제질서는 새로운 강한 지도자(strong man)의 시대를 예고하며, 탈냉전 이후 지속되어 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퇴색이 전망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오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 등과의 정상 차원의 대화가 다양한 국제문제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은 전통적인 미국 대통령들과는 달리 압박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그 결과 러시아나 중국과 같이 미국 주도의 질서에 도전하는 국가들 외에도 유럽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과 우방국에도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미국의 행보는 가뜩이나 다극화가 촉진되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합종연횡과 안보 불안을 촉진할 전망이다. 미국과 나토 회원국, 중국과 러시아, G7이나 브릭스와 글로벌 사우스 국가 간의 협력과 갈등의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틈을 타 이란이나 북한과 같이 비확산체제에 도전하는 국가들의 행보도 더욱 대담해질 전망이다. 그 결과 ‘제3의 핵 시대’라는 주장과 같이 핵확산 가능성이 다시 한번 국제사회의 주요 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열점 지역의 정세도 불확실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새해 멀지 않은 시기에 정전 협상이 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경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보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미국, 유럽,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의 다양한 입장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역을 확보하는 선에서 군사분계선이 그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경계 지역에 유럽 국가의 군대가 파견될 것인지와 나토 국가들과 우크라이나 간의 양자적 안전보장 조약 체결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며 전쟁의 종료 시기를 좌우할 전망이다.
중동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라는 공동의 상대가 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이 종료된다면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수니파 국가들과의 협력에도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다만 13년간 지속된 시리아 내전이 반군의 승리로 종식됨으로써 중동지역에 제2의 색깔 혁명이나 새로운 불안정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이스라엘의 대척점에 있는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시아파 국가들이 대(對)이스라엘 강경책을 지속할 것인지, 바이든 행정부에서 거의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란과의 핵 합의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의 향배에 따라, 역내 갈등은 더욱 커질 수도 있고 진정될 수도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중간 전략경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에 따라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경쟁은 물론이고, 경제 분야에서의 압박도 강화될 전망이다. 군사적 차원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등과의 양자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한·미·일, 미·일·호, 그리고 AUKUS를 활용한 소다자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전망이다. 중국의 경우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미·일 협력의 속도를 늦추고,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의 포위망을 돌파하려 들 것이다. 관건은 대만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타협점이 마련될 수 있는가인데, 강력한 지도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두 리더의 특성을 고려할 때 물리적 충돌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양보 없는 경쟁이 전망된다.
경제적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무기로 중국을 압박하며 중국산 물품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기지를 구축하려 들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모든 중국 상품에 대한 고관세는 어렵다는 점인데, 이는 미국 내 소비자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물가 상승에 대한 파급효과가 적은 고부가가치 물품에 대한 압박이 예상되며, 이는 한국과 같은 수출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정부의 대응 또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 보복 관세부과라는 맞대응을 선언한다면 국제경제는 더욱 혼돈으로 빠져들겠지만,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고자 한다면 트럼프 1기 수준의 미중 관계가 예상된다. 동시에 중국은 가급적 다수의 국가와 연대하며 미국의 압력을 피하려 들 전망이지만 시진핑 체제하의 일방주의적인 외교를 경험한 국가들이 얼마만큼 협조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는 4년이라는 시간 제약이 있기에 미국이 과도한 대중 압박을 하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 시진핑 정부는 시간을 벌며 새로운 미국의 행정부를 기다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공급망 경쟁에 더해 관세 경쟁이 우려되기에 국제경제의 회복세는 느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반도에서는 미북 대화의 재개 여부와 북한의 도발이 상호작용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과 만나고자 하는 의사를 피력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와 달리 루비오 국무장관과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북한 문제에 유화적인 태도를 먼저 취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에 북한 문제가 어느 정도 위치하는가가 대화의 시점을 결정하게 될 핵심 변수인데, 북한 문제를 담당할 특사인 그레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를 조기 지명한 것을 보면 대화 시도 자체는 이른 시기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간 북한은 미국 신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실험과 같은 전략 도발을 감행해 왔다. 과연 내년에도 북한이 같은 패턴을 반복할 것인지,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이후 더욱 공고화되고 있는 북러 관계에 만족하며 당분간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내실을 구하려 할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약 후자라면 미국의 대화 제의에도 몸값을 올리며 4년이라는 시간표에 압박받을 트럼프 행정부의 양보를 기다릴 전망이다. 만일 대화 필요성을 느낀다면 미북 정상회담에 적극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한국 국내 정치의 불안정으로 파생되는 외교적 어려움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파고들려 할 북한의 회색 도발이나 위장 대화 등을 주목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
| 정책적 시사점, 3중 위험(risk)에 대비해야
2025년은 불확실한 국제정세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각국이 자국 중심주의적 외교 행보를 통해 상호 협력과 갈등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다극화 시대의 합종연횡은 모든 것이 냉전 시대나 탈냉전 직후 미국 일극 시대와는 그 성격을 달리할 것이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사회에서 각국은 사안별로 협력하며 그들이 처한 불확실성의 위험을 줄여나갈 것이다. 이러한 국제정세는 한국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첫째, 한미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 발생할 수 있는 한미 간 불협화음을 막는 것은 한국의 대북정책이나 주변국 외교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국의 국내 정치가 안정되었다면 정상회담 조기 개최를 통해 다양한 현안들에 대한 협의 및 합의를 기대할 수 있었으나,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외교부와 국방부 차원에서 동맹의 유대를 강조하며, 정치적 안정 이후 풀어야 할 핵심 현안들을 불협화음 없이 관리해야 한다. 특히 경제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기 쉬운 상황이기에 정부는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한미 통상 현안의 해결 시점을 가급적 뒤로 미뤄야 한다.
둘째, 주변국 외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은 한국 국내 정치 상황을 활용하며 양자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들 것이다. 상반기 흔들림 없는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하반기를 준비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중국은 대미 견제 차원에서 한국을 견인하려 할 것이고,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문제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일본의 경우 국내 정치적 이유로 한일 관계에 관심이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상황 변경보다는 관리에 중점을 둔 예방외교를 전개하며, APEC과 같이 2025년 하반기에 치러야 할 중요한 외교 과제들을 안정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셋째, 북한 문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 먼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소위 ‘코리아 패싱’에 유의해야 한다. 한미 정상 차원의 공감대 없이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동결 거래’에 따른 북핵 고착화 가능성이 우려된다. 따라서 정상 차원의 협력이 당분간 제한된다 해도 정부 각 부처, 국회, 민간 차원에서 반복적으로 미국에 한국의 안보 우려를 적극 전달하고, 비핵화 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편,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고 많은 전쟁물자를 제공했기에 전면적 도발은 제한될 것이나, 한국 사회의 혼란을 조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회색 도발이 예상된다. 따라서 통합억제의 관점에서 민관군의 역량을 종합하며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는 정부의 대응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세종포커스』에 게재된 내용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세종연구소의 공식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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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한 [정세전망 2025-특집호-제1호](2024.12.19)에 게재된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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