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의 전통문화 반딧불이 <2> 인천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논란에 대한 소견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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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의 일이다. 그때 교육부가 공개한 문제의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을 살펴보면 ‘성취 기준’ 항목에 국악 관련 내용이 빠져있었다. 여기서 '성취 기준'이란 교육 목표를 의미하며 향후 변경되는 학교 수업과 평가, 교과서 편찬의 기준인데 그것에 국악이란 단어가 배제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 교육부는 "서양음악, 국악 등 장르를 구분하기보단 실생활 위주의 교육을 위한 개정 과정으로 음악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국악이란 표현을 뺏을 뿐"이라고 해명하였지만,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 등 여러 교육단체에서는 “졸속 개정 작업을 즉각 중단하라”라는 규탄 성명을 발표하였고, 한국국악협회 등 130여 개 관련 단체가 이어 함께 소신 의사를 밝히는 등 국악교육 정상화를 위한 대규모 집회로 이어져 큰 사회적 쟁점이 된 적이 있다.
<지난 2022년 5월 15일 청계광장에 모인 “전 국악인 문화재” 집회 모습>
우리나라 전통예술에는 더늠, 시김새, 간지, 성음의 전통 기교, 특수한 음악 조성, 장단, 춤, 연희 등 많은 차별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민족 고유의 독창성과 별개로 포괄적 음악교육 정책을 발표한 사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렇듯 국민의 전통문화 가치관에 큰 상처를 준 일이 서서히 잊혀져 갈 무렵 또 같은 사유의 변형 논란이 이슈가 되어 전통문화계를 덮고 있으니 이는 무어라 형용해야 할 시대의 동질 현상인지? 그것은 바로 2025 인천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공모에서 전통예술이란 분야가 사라지고 연극, 음악, 무용 장르로 통합된 일이다.
대한민국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하여 모든 국공립 문화예술 지원 단체는 전통 분야를 독립, 공모하여 그 지원을 수급하고 있으며 전통문화 부흥에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도 그리했고 올해 다가올 202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한민국공연예술제> 지원 분야를 살펴보더라도 그 범주는 “5년 이상 연례적으로 개최된 연극/뮤지컬, 무용, 음악, 전통예술 분야의 전국 단위 규모의 공연예술제”로 독자적으로 구별된 전통예술 분야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5 대한민국공연예술제 지원 사업 /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하지만 인천문화재단은 <예술창작> 일반지원을 “연극(극예술·전통연희) 음악(국악·기악· 관현악·대중음악·오페라·창극) 무용(현대무용·한국무용·발레)” 등으로 그동안의 예술지원 방향성을 바꿔 서양식 종합 카테고리로 묶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2025 예술창작 일반지원 사업 / 출처 인천문화재단>
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대한민국 공연예술 자료를 수집, 정리하는 아르코 예술기록원의 독립된 “전통예술” 범주를 이탈한 이해가 어려운 지역 문화정책이다. 물론 그러한 변형에 따른 사유가 있으리라 판단된다. 하지만 그러한 공모를 알리기 전에 충분한 이해와 논리의 주장이 준비되어 변형에 따른 사유를 정당화했어야 했다. 어찌 전통연희인 ‘농악’이 연극이란 말인가? 여러분이 잘 아는 “사물놀이”가 연극이고,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대한민국의 ‘농악’이 연극이었던가? 국악은 음악 안에 들어가는 작은 부류의 가치인가? 그것은 한국사를 세계사 안에 포함시키는 일과도 같은 것이다. 굳이 한국사를 배울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세계사 안에 한국사도 있는 것을.
<연극 분야 분류된 ‘호남 우도농악’ 전통연희 모습 / 출처 국립국악원>
인천문화재단 인근 재단의 공모사업을 살펴보자. 서울문화재단의 2025 예술창작 활동지원 사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 2025 예술창작 활동지원 사업 / 출처 서울문화재단>
위 사진 자료를 보면 2025년 인천문화재단과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사업명은 확연히 다르다. 서울문화재단은 연극, 무용, 음악과 전통 부문이 구별되어 전문성과 창의성을 보장 받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 원동력인 전통문화는 무한한 잠재력과 창의력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한 사유로 정부는 애정을 갖고 다양한 전통예술 사업과 정책을 통해 특별하고 값진 대한민국을 지향하고 있다. 많은 국민이 전통예술의 수준 높은 문화향유를 원하고 있으며, 공모에 응하는 지원자도 전문성과 공정함으로 평가받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인천문화재단의 독립된 전통예술 분야는 반드시 독자적 운영이 필요한 장르라 판단된다.
필자는 항상 전통문화 칼럼을 쓰면서 되새기는 글이 있다. 그것은 단순하면서도 지극히 순리적인 말이지만 오늘 여러분께 급히 써간 글을 줄이며 전해 드리고 싶다.
“전통은 불온한 혁신과 수용 속에 본질을 잃을 수도 있고, 섣부른 융합과 무관심 속엔 사라질 수도 있는 정서적 매개체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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