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표결 이후의 정치 전망과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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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찬성 204표로 국회를 통과했다. 헌재는 16일 재판관 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을 변론 준비 절차에 회부해서 첫 변론준비기일을 오는 27일로 지정했다.
향후 정치권은 몇 가지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헌재 결정 시점과 내용이다. 여야는 공석인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둘러싸고 격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행정부 소속이 아닌 헌법재판관의 임명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현상 유지’ 권한을 넘어선다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 추천 몫인 “(3인의) 헌법재판관 임명 동의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조속히 국회 청문 절차를 마치고 연내에 국민의힘 추천 1인, 민주당 추천 2인의 재판관을 한덕수 권한대행에 추천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헌재가 현행 6인 체제로 갈지, 아니면 9인 체제로 갈지 여부는 헌법적 결정을 좌우할 수 있다. 분명한 법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헌재 사무처장은 재판관 6인 체제로 모든 심리 판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대통령 탄핵은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따라서 6인 체제하에서는 재판관 단 1명만 반대하면 기각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적도 있다. 다만 이는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여서 탄핵 심판과는 무관했고 ‘대법원장 추천’ 재판관이었다.
국무총리실은 17일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했다.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 헌법적 정당성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 감사원장 출신인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 기관이 그 기능을 상실하지 않고 헌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게 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한다는 차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은 결원이 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재 판결 시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헌재법 51조 규정이다. 헌재가 심판 중인 가운데 윤 대통령이 내란죄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을 경우 헌재 심판이 정지될 수 있다. 이경우 헌재 심판은 마냥 늦어지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인용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 따라서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시기에 따라 4월 '벛꽃 대선'이 될지, 5~6월 '장미 대선'이 될지 결정된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부터 선고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91일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2-3월 헌재 판결, 4-5월 대선이 이뤄질 수 있다. 헌재가 법으로 보장된 180일간의 심리 기간을 다 채울 경우, 6월 판결, 8월 폭염 대선이 될 수도 있다.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어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현 시점에선 민주당 승리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박근혜 때처럼 탄핵 정당이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가설에 근거하고 있다. 한국갤럽 기준(2016년 12월 6~8일),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 소추 표결 직전 박 대통령 지지는 5%였고, 탄핵 찬성은 81%였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35%)이 새누리당(13%)을 크게 앞섰다. 이런 여세를 몰아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2017년 3월 대선에서 41.1%의 득표로 승리했다.
한국갤럽 조사(12월10~12일) 결과, 국회 탄핵 직전 윤 대통령 지지율은 11%였고, 탄핵 찬성은 75%였다. 비상계엄 사태는 '내란이다'는 비율은 71%였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40%)이 국민의힘(24%)을 압도했다. 갤럽이 탄핵 전에 실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12월3~5일)에서도 이재명(29%)이 이른바 ‘국민의힘 빅3’인 한동훈(9%), 오세훈(3%), 홍준표(3%)를 크게 앞섰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정권재창출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선거법 1심에서 징역 1년형의 피선거권 박탈 선고를 받았다. 헌재의 재판이 늦어지면서 ‘6.3.3’ 원칙에 따라 선거법 재판 2심이 내년 2월 15일까지,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년 5월 15일 이전에 내려지고 이 대표의 피선거권이 박탈당하면 대선 정국은 급물살을 탈 것이다.
이 대표가 2심에서 피선거권 박탈 판결에도 불구하고 방탄용 대표직을 고수하면 민주당에서 플랜B가 작동될 수 있다. 친문비명의 신3김(김부겸, 김동연, 김경수)이 연대해 반격에 나설 수 있다. 갈등이 심화되면 민주당은 친명과 비명으로 쪼개져 분당으로 갈 수도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 체제는 이재명 일극 체제 못지않게 강력했다. 정치권에서 “차기 대통령은 이회창이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됐다. 그러나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은 국민경선제를 통해 노무현 돌풍을 일으키면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이재명이 ‘제2의 이회창’이 될 수 있음을 함축하는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대세론'은 조작된 '아들 병역 비리 의혹' 한 방으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과연 5개 재판을 받는 이 대표가 대선까지 사법 리스크를 끝까지 피해 갈 수 있을까?
보수 용병으로 영입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동시에 몰락했다. 윤 대통령은 14일 내란 혐의로 국회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어 직무가 정지됐다. 한동훈 대표는 16일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친한계 의원(장동혁, 진종오)을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전원 사의를 표명하면서 '한동훈 지도 체제는 출범 146일 만에 붕괴됐다.
윤 대통령과 한 전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행태에 공통점이 있다. (1) 확증 편향의 아집과 공감 능력 부족 (2) 자신은 항상 옳고 성공한다는 과잉 신념 (3) 정치로 풀어야 할 것을 정치로 풀지 못하는 정치 미숙함과 몰이해 (4) 포용성과 설득력 취약 (5) 즉흥적이고 감정적 대응 속에서 전략적 사고 부재 등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검사정치의 실패’라고 단언한다.
또다시 탄핵의 강에서 허우적거리는 국민의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통렬한 반성과 참회다. 비상계엄 선포가 잘못이라고 해서 이재명 대표의 ‘재판 시계’는 결코 멈춰서는 안된다. 또한 탄핵 남발, 예산 폭거 등 민주당의 입법 독재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가 정상화를 위한 초당적 협력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당이 진정 국정 안정을 원한다면 국무위원·검사 탄핵 남발과 포퓰리즘 입법 강행을 멈추고 경제·민생 살리기 법안 처리에 앞장서야 한다. 기업 활동과 경제를 위축시키는 반시장·반기업 입법 폭주를 즉각 중단하고 여당과 협력해 경제 활성화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 수호 책무를 다해야 한다. 최재형 전 의원의 지적처럼, ”이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였던 양곡법을 비롯한 농정 관련 4법과 현재도 입법 폭주로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 국회 다수당의 권한을 거의 무제한으로 확장하려는 (야당이 소수당이었다면 목숨을 걸고 저지하려고 했을) 국회증언감정법, 국회법 등과 같은 반헌법적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권도 헌법 수호의 차원에서 당당하게 행사하여야 한다”.
리질리언스(Resilience)는 ‘원래의 상태로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 위기 이전보다 더 전진하여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역동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충격을 견디고 흡수하여 적응하는 능력을 말한다. 대한민국은 강하다.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저력과 경험을 갖고 있다. 이제 정치권은 대한민국 리질리언스를 위해 초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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