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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정신적 승리, 한국어 글쓰기 위대한 성취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10월12일 10시38분
  • 최종수정 2024년10월12일 15시38분

작성자

  • 이상규
  • 전 국립국어원장,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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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 아마 고 1학년 쯤 되었을까? 어스름저녁 배추된장국 끓는 멸치 된장국 냄새가 저녁 밥상을 무르익게 만들 무렵 라디오 채널에서 1968년도 노벨 문학상으로 일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는 뉴스와 함께 평론자들이 나와서 설국의 스토리와 배경을 소개하였다. 당시 박계형 소설가가 쓴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이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를 끌던 무렵이었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설국”을 구입하여 밤을 새며 읽었다. 그후 40여년이 흘러 일본 니가타대학교 국제학술대회 발표를 마치고 제자들과 함께 “설국”의 배경지안 니가타 에치고 유자와에 방문하여 설국의 기념관과 작가가 머물렀던 료칸을 구경하였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라는 설국의 첫문장에는 탐미적인 흰눈이 뽀얗게 쌓였고 온천에서 뿜어내는 하얀 수증기는 사랑과 이별로 엮어진 보석같은 삶의 아름다움을 선물로 전해주었다.

문학소년으로 평생 살아오면서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반드시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번번히 문턱에서 탈락하였다. 그런데 지난 10일 저녁 무렵 소설가 한강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발표가 있자말자 페북이나 네이버 뉴스에 온통 한강 작가에 대한 기사가 올라왔다.

작가 한강은 이미 수상자로는 2016년 5월 16일(현지시간) 소설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로 영국에서 수상하는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하였을 때부터 작가로서 뛰어난 기량을 전세계에 알렸다. 한국어의 가능성, 한국어 글쓰기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였다는 말이다. 한국어 글쓰기는 어휘가 부족하고 문법적 논리가 좀 부족하여 세계적 작가가 나오기 어렵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완전 벗어던지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노력들은 작가들의 글쓰기에 쏟아넣는 공력만큼 번역의 기술과 그리고 작가가 거처하는 나라의 문화예술의 역량과 성숙도가 함께 어우러짐으로서 이러한 기쁜 일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한강 작가의 개인적 글쓰기의 역량과 사유 세계의 깊이와 온유한 폭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의 한 작가의 작품이 전 세계 다국적 언어로 보급됨으로서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의 브랜드 가치 또한 엄청날 것이다. 해외 원자로나 대형 토목공사 수주로 가져오는 경제적 확장력은 아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K-컬쳐의 강한 표상이 아이돌에서 영화로 그리고 한국의 음식으로 전세계로 확장일로 있다. 그 가운데 한국어와 한글이 한강의 수상작과 함께 전세계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어 보급된다. 2007년 무렵 내가 국립국어원장으로 일할 때 한국어와 한글을 전세계로 보급하기 위해 “세종학당” 설립의 다딤돌을 마련하면서 “문화상호주의적 소통”을 목표로 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약소국가의 언어를 포식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국가의 문화와 언어를 존중하는 탈제국주의적 언어문화의 소통이 이젠 초고속통신망을 통해 AI로 상호전달되는 시대이다. 대한민국이 바로 전세계의 트렌드를 유도하고 이끄는 문화예술의 전성기를 끌어온 한강 작가의 탁월한 글쓰기와 깊이 있는 사유의 세계를 매우 존중하고 사랑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이 이념적 도구가 아니라 인간 삶의 지평을 확대하고 그 깊이를  더 열어내는 열쇠이며 인간 삶을 더 평온하고 안락한 문을 열어주는 미래로 향하는 문이다.

<채식주의자>의 구성은 낱낱이 떨어질 듯한 세 편의 이야기가 하나의 캔버스 위에서 그려진다.  육식 거부하기 시작한 여자의 이야기 “채식주의자”, 그 여자가 가진 몽고반점에 강렬한 끌림을 느끼는 남자의 이야기 “몽고반점”, 그리고 이카루스처럼 초월하려다가 인간으로서 파멸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는 한 여자의 이야기 “나무 불꽃“ 으로 묘하게 엮여져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서의 채식주의자가 아닌 생명체의 주인으로서 다른 동물이나 생명체의 고기를 먹으면서 동물로서의 인간 생명을 유지하는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작가 의식에는 깊은 세계관이 내재되어 있다. 인간 삶의 자유와 평화를 향해 헌신하고 행동하는 예술적 에콜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인간과 동일한 생명을 지닌 동물적 존재를 짓밟아 흘린 피를 씻어내며 그 살점을 먹는 인간으로 부터 일탈하려는 작가의 지향성의 바탕에는 탈전쟁, 살육, 압박 등으로부터 벗어나는 새로운 유토피아로 향하는 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현재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살육 전쟁의 광란 속에 무슨 축하연이 가당키나 한가라는 한강 작가의 메시지는 전 인류에게 가슴에 파문으로 번져 나갈 것이다.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프랑스가 정치혁명으로, 독일이 정신혁명으로, 미국이 지식정보혁명으로 인류의 삶을 한 단계 추동했다면 이제 대한민국이다. 단기 70년 사이 민주화와 선진경제를 건설하고 일본 등 제국주의 확장을 저지하고 중국의 개방화를 이끌어낸 위대한 한류, 문화예술의 중심 국가로 항해해 가고 있다. 지난 기간동안 북한의 공산사회주의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결산은 이미 전세계 사람들에게 무엇이 승리했는지 입증해 주었다.

한강 작가의 위대한 작가 정신이 인류 삶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하며 연이어 한국의 시인과 작가들이 노벨상의 대열을 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한강 작가의 정신적 승리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한국어와 한글 글쓰기의 위대한 성취이다.

50년 전 한국의 문학소년이 “설국”을 읽었듯이 전세계 청소년들이 마치 나처럼 한강의 작품을 읽고 한강과 대한민국의 한국어와 한글 글쓰기를 명료하게 가슴에 새겨넣는 것을 상상해 보자.

작가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좌우 이념몰이로 논단하는 것은 정말로 옳지 않다. 좌우의 싸움은 이미 지난 70여년동안 남북의 경쟁에서 이미 승패의 대결이 끝났다. 이념적 성향이 때로는 좌우로 넘나들 수 있지만 그 다양성을 동시에 인정하는 성숙함을 보여 줄 때다.

우파를 가장하는 이들의 맛있는 미끼가 분열적 선동이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손에 든 철없는 분열은 진짜 좌파들이 노리는 손 대지 않고 코를 풀 수 있는 연희이다. 엉터리 우파들이 꼭두각시처럼 분열을 부추기며 놀아나서는 곤란하다. 만만치 않는 성숙성을 갖추지 못한 얼치기들은 늘 불안해하면서 오히려 좌파들이 노리는 분열의 불꽃 속으로 스스로 뛰어들어 나라를 온통 분열시킨다. 최근  한동훈과 윤 대통령을 찢어내듯이 불안정한 우파들에게는 좌파 이상의 분열주의자들이 많다. 우파정권에서도 부정선거를 선동하는 광화문을 지배하는 이들에게 작가 한강의 문학작품이 전세계 인류의 읽을꺼리가 됨으로서 한국문화가 얼마나 강한 영향력을 지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어와 한국문화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입증되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어떻든 한국은 자랑스럽고 위대하다. 분열을 뛰어넘는 계기, 위대한 체인저업의 기회다. K-컬처로 대한민국을 리빌딩시키는 좋은 기회다. 힘내자.​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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